美 옐런, ‘中 2인자’ 리창에 “승자독식 말고 건전한 경쟁 원해”

이귀전 2023. 7.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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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대화 재개·소통 확대 메시지
옐런 “수출 제한, 경제 전쟁 아냐
의견 불일치가 오해 부르면 안 돼”
리창 “美 합리적·실용적 태도 필요
공감대 모색, 긍정 에너지 넣어야”
9일까지 허리펑·류쿤 등과 만남
美 재무부 “건설적 대화 나눴다”
블룸버그 “양국 이견 너무 커”
中, 정부 사무기기·IT시스템
자국 기업 제품만 사용 지시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7일 중국의 2인자인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를 만나 “미국은 승자독식(winner-take-all) 방식이 아닌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가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미국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견지해 중·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중국중앙(CC) TV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리 총리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차이가 불화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고 더 많은 소통과 교류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양국은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인 도전에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목표를 둔 행동을 추구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더 넓은 관계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의견 불일치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양국의 경제 및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이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오해를 피하고 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손 잡았지만…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회담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해 옐런 장관은 “미국은 승자독식(winner-take-all) 방식이 아닌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고, 리 총리는 “미국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견지해 중·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또 리 총리에게 미국 정부의 반도체 등 수출 제한 조치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위한 것이지, 광범위한 경제 전쟁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한 데 이어 지난 3일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리 총리는 이에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리 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중국과 미국이 올바르게 잘 지낼 수 있는지 여부는 인류의 미래와 운명에 관계가 있다”며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미 양국의 현실적인 요구이자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련의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해 중·미 관계의 진로를 정했다”며 “쌍방은 소통을 강화하고 진솔한 교류를 통해 양국 경제 분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모색해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AP연합뉴스
리 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문제와 환율, 최근 디리스킹이라는 새 간판을 내세운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조치했다. 네덜란드는 오는 9월부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키로 해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에 이어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미·중 관계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옐런 장관과 리 총리는 사태 악화를 피하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양국 모두 강공 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옐런 장관의 방중 기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날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옐런 장관은 9일까지 방중 기간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류쿤(劉昆) 재정부장 등 중국 경제 라인의 핵심 인사들을 만난다.

그는 이날 리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경제통인 류허(劉鶴) 전 부총리와 이강(易綱) 중국인민은행 총재를 만나 미·중 경제에 대해 비공식 회담을 했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간에 이견이 너무 커 옐런 장관의 방중을 통해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힘들고, 대화 재개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무역센터의 설립자이자 전무인 데버라 엘름스는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 결과에 기대치가 낮지만, 미·중 관계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방중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날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인들과 만나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안정·건설적 관계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며 “고위급에서 직접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양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최근 발표한 희귀광물 수출 통제 조치를 겨냥해 “반도체 같은 기술에 사용되는 중요한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2027년까지 정부, 국유기업이 사용하는 사무기기와 정보기술(IT) 시스템에 자국 기업 제품만의 사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정부 각 기관과 국유기업에 정보 시스템의 전면적 국산화를 추진하라고 내부 문서로 통보했다. ‘79호 문서’로 불리는 이 문서는 올해 1월부터 3개월마다 컴퓨터, 복합기, 서버, 이메일 등의 국산화 진전 상황을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도쿄=이귀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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