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머리 모양 노트북 거치대[김기자의 주말목공]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산다. 노트북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어지고, 이내 거북목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노트북 거치대를 사용하고 있다.
회사 기자실 공사를 한다기에 노트북 거치대를 집으로 가져왔는데, 이날따라 아내의 목이 유난히 굽어 보인다. 탐을 내는 눈치기에 기꺼이 주기로 했다. 난 착한 남편이니까. 그리고 이를 핑계 삼아 노트북 거치대를 후다닥 만들기로 한다.
기존 노트북 거치대와 높이를 비슷하게 하되, 가로 길이를 조금 줄이기로 했다. 이동하기 편하려면 손잡이가 있는 게 좋다. 옆면 쪽에 구멍을 길쭉하게 내야겠군. 쓱쓱 마음 가는 대로 설계도를 그린다. 만들기 전 마음대로 상상하는 이 순간이 참 즐겁다.
목재를 반듯하게 잘라 조립하면 깔끔하겠지만, 왠지 심심할 듯하다. 그렇다면 포인트를 줘볼까. 노트북 거치대 옆면을 조금 특이하게 만들자. 윗부분에서 중간쯤으로 사선으로 떨어지는 모양인데, 여기에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면 재밌을 거 같다.
물고기 머리 모양이 어떨까. 이리저리 그려본다. 밑 부분은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을 때 거치할 수 있도록 입 모양으로 그릴까. 물고기를 한참 그리다 갑자기 늑대가 더 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간 화난 눈을 하고, 입을 벌린 채 으르렁거리는 식으로. 윗부분은 뾰족하니 귀가 되고, 치켜뜬 눈은 들고 다니기 적당하게 파내기로 한다. 연필로 늑대 옆머리를 목재에 그려본다.
설계가 끝났으니 이제 목재를 준비해야 한다. 적당한 길이의 목재를 고르고, 사선으로 잘라 옆면 2개를 만든다. 목재를 사선으로 재단할 때는 보통 마이터쏘(각도 절단기)를 사용한다. 테이블쏘에 붙여 쓰는 마이터 게이지로 좀 더 정밀하게 재단할 수 있다. 60도 정도로 잘라내어 옆면 2개를 만들었다.
그림이야 마음대로 그렸지만, 지나치게 복잡하면 따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노트북 거치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부분이니 한껏 모양을 부려도 좋을 성싶다. 직선이 아닌 곡선을 재단할 때는 밴드쏘나 직쏘를 사용한다.
밴드쏘가 정밀도가 더 높지만 직쏘도 괜찮다. 특히 밴드쏘는 처음부터 파고 들어가지만, 직쏘는 구멍만 있으면 넣어서 잘라낼 수 있다. 그러니까 늑대의 눈 같은 부분은 처음부터 밴드쏘로 자를 수 없다. 구멍을 우선 뚫은 뒤 직쏘로 잘라내야 한다.
왼쪽과 오른쪽 두 면을 똑같이 만들 때는 트리머나 루터를 쓰면 된다. 트리머나 루터는 목재의 옆면을 손질하거나 홈을 팔 때 사용하는 공구다. 크기와 힘이 다를 뿐 같은 사실은 같은 일을 하는 공구라 보면 된다. 우선 직쏘로 한쪽 면을 따냈으면, 그걸 밑에 깔고 다른 면을 올린 뒤 트리머로 밀어준다.
트리머 비트는 평베어링 비트를 끼운다. 일자 비트 밑에 링이 달려 있어 쭈욱 밀어내면 아래 목재 모양 그래도 따낼 수 있다. 마치 복사한 것처럼.
이렇게 해서 두 개의 옆면이 나왔다. 나머지 목재를 준비하고 조립한다. 나사 조립을 선호하는 편인데, 빠르게 조립할 수 있어서다. 마구리 면에 본드를 붙이고 클램프로 조여준 뒤 나사로 체결하면 굉장히 튼튼하게 결합이 된다.
조립까지 마치고 보니 쓸만해 보인다. 본드가 다 말라 이리저리 비틀어도 비틀림이 없다. 오일 등으로 마감할까 하다 우선 그냥 쓰기로 했다. 시험 삼아 만든 것이라 다음에 좀 더 좋은 목재를 사용해 새로 만들까 한다.
목공을 배운 뒤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 이럴 때다. 필요한 것을 목재로 직접 만들고, 이 과정에서 내 아이디어를 넣어 원하는 대로 재밌게 만들 때. 재료는 둘째치더라도, 아마 투입된 내 노동력만 따진다면 그냥 사는 게 나을 수 있다.
관심은 가지만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운 목공. 해보고는 싶은데 어떨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한 번 글로, 눈으로 들여다보세요. 주말이면 공방에서 구슬땀 흘리는 김기중 기자가 목공의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김기자의 주말목공’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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