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발표 두 달 앞두고 '지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예산 효율화 고삐 죈다
감사원 지적 사업 및 5년간 과다한 예산 증가 사업 등
지출 구조조정 규모, 역대 최대 24조 원 웃돌 가능성도
부실 사업 정리해 일자리·복지 등 핵심 사업에 재투자
예산 당국이 최근 18개 중앙부처에 재정지출을 재검토할 사업 유형 11개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지적을 받은 사업, 집행률이 떨어지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부실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검토해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고 복지와 일자리 등 핵심 사업에 투자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출 구조 조정 규모가 역대 최대인 지난해(24조 원)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정부 부처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각 부처에 “타당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재정 사업을 ‘상·중·하’로 평가한 후 ‘하’에 속하는 사업 예산을 과감하게 효율화하라”며 지출 구조 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기재부는 타당성이 미흡한 사업 유형으로 △외부 기관의 지적을 받은 사업 △최근 5년간 과도하게 예산이 증가한 사업 등 6가지를, 효과성이 떨어지는 사업 유형으로 △전달 체계 정비가 필요한 사업 △집행이 부진한 사업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동시에 ‘부실 사업’에 투입되는 재정을 약자 복지와 일자리 창출, 국가본질 기능, 미래 성장 동력 지원 등 4대 핵심 사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예산 당국은 일부 부처에 “5월 말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 규모의 30%를 줄이라”고 특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두 달가량 앞두고 각 중앙부처에 재정 효율화를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시즌(5~8월)에 예산 당국이 각 부처의 예산 담당자를 소집한 회의는 자주 있었다”면서도 “이번처럼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한 후(5월 31일 마감)에 다시 불러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상세 지침을 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 효율화를 강조한 후 이번 지침이 내려온 만큼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산 당국이 칼질을 해야 하는 사업의 구체적 예시까지 제시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24조 원)에 육박하는 지출 구조조정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가 과감한 효율화를 주문한 재정 사업 자율 평가에서 ‘하’에 속하는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15%(2020~2022년 기준)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8개 중앙부처의 실질 재량지출 예산(125조 원)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을 추정해 보면 약 19조 원(15.3%)에 이른다. 즉 최소 19조 원 상당의 사업이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3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밝힌 목표인 ‘재량지출 10조~12조 원 구조조정’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특히 예산 당국이 일부 부처에 30% 수준의 재구조화를 권고한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규모는 지난해 24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지출 효율화에 대한 예산 당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공적연금 등 법률에 따른 지출)은 늘어나는데 경기 둔화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2022~2026년)에 따르면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7.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조정 가능한 재량지출의 증가율(1.5%)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8.5% 줄어든 36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연말까지 지난해만큼 세수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정부 전망(400조 5000억 원)보다 41조 원이 덜 걷히게 된다.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가 시급한 이유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칼질이 예상되는 사업으로는 태양광과 각종 보조금 사업이 꼽힌다. 최근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비리 등에 대한 감사 결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사업과 관련한 비리 혐의가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재정 사업 자율 평가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접수를 연 1회에서 3회로 늘리는 등 집행률 제고 노력을 했으나 실적이 부진하다”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불법 하도급 등 일부 부적정 집행 사례가 발견돼 내년에는 더 적은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부처 관계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집행을 미루거나 규모를 줄일 부분은 없는지 재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의 핵심 키워드는 지출 효율화”라며 “다만 구조조정 30%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치를 정해 놓고 인위적으로 예산을 칼질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먼저 들여다본 후 필요성이 인정되면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 최대 구조조정’ ‘지출 30% 효율화’ 등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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