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발표 두 달 앞두고 '지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예산 효율화 고삐 죈다

세종=곽윤아 기자 2023. 7.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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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8개 중앙부처에 재검토 사업 유형 11개 제시
감사원 지적 사업 및 5년간 과다한 예산 증가 사업 등
지출 구조조정 규모, 역대 최대 24조 원 웃돌 가능성도
부실 사업 정리해 일자리·복지 등 핵심 사업에 재투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복지단체 간담회'에서 사회복지종사자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예산 당국이 최근 18개 중앙부처에 재정지출을 재검토할 사업 유형 11개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지적을 받은 사업, 집행률이 떨어지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부실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검토해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고 복지와 일자리 등 핵심 사업에 투자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출 구조 조정 규모가 역대 최대인 지난해(24조 원)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사업 ‘상·중·하’ 평가 후 ‘하’ 사업 과감하게 효율화”

7일 정부 부처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각 부처에 “타당성과 효과성을 기준으로 재정 사업을 ‘상·중·하’로 평가한 후 ‘하’에 속하는 사업 예산을 과감하게 효율화하라”며 지출 구조 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기재부는 타당성이 미흡한 사업 유형으로 △외부 기관의 지적을 받은 사업 △최근 5년간 과도하게 예산이 증가한 사업 등 6가지를, 효과성이 떨어지는 사업 유형으로 △전달 체계 정비가 필요한 사업 △집행이 부진한 사업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동시에 ‘부실 사업’에 투입되는 재정을 약자 복지와 일자리 창출, 국가본질 기능, 미래 성장 동력 지원 등 4대 핵심 사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예산 당국은 일부 부처에 “5월 말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요구 규모의 30%를 줄이라”고 특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두 달가량 앞두고 각 중앙부처에 재정 효율화를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시즌(5~8월)에 예산 당국이 각 부처의 예산 담당자를 소집한 회의는 자주 있었다”면서도 “이번처럼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한 후(5월 31일 마감)에 다시 불러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상세 지침을 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 효율화를 강조한 후 이번 지침이 내려온 만큼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행 저조·효과성 미흡 등 지난해 ‘부실 사업’ 예산 19조 원

예산 당국이 칼질을 해야 하는 사업의 구체적 예시까지 제시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24조 원)에 육박하는 지출 구조조정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가 과감한 효율화를 주문한 재정 사업 자율 평가에서 ‘하’에 속하는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15%(2020~2022년 기준)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8개 중앙부처의 실질 재량지출 예산(125조 원)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을 추정해 보면 약 19조 원(15.3%)에 이른다. 즉 최소 19조 원 상당의 사업이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3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밝힌 목표인 ‘재량지출 10조~12조 원 구조조정’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특히 예산 당국이 일부 부처에 30% 수준의 재구조화를 권고한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규모는 지난해 24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지출 효율화에 대한 예산 당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공적연금 등 법률에 따른 지출)은 늘어나는데 경기 둔화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2022~2026년)에 따르면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7.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조정 가능한 재량지출의 증가율(1.5%)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8.5% 줄어든 36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연말까지 지난해만큼 세수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정부 전망(400조 5000억 원)보다 41조 원이 덜 걷히게 된다.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가 시급한 이유다.

“인위적으로 예산 손질 안해···타당성·효과성 고려해 검토”

가이드라인에 따라 칼질이 예상되는 사업으로는 태양광과 각종 보조금 사업이 꼽힌다. 최근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비리 등에 대한 감사 결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사업과 관련한 비리 혐의가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재정 사업 자율 평가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접수를 연 1회에서 3회로 늘리는 등 집행률 제고 노력을 했으나 실적이 부진하다”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불법 하도급 등 일부 부적정 집행 사례가 발견돼 내년에는 더 적은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부처 관계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집행을 미루거나 규모를 줄일 부분은 없는지 재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의 핵심 키워드는 지출 효율화”라며 “다만 구조조정 30%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치를 정해 놓고 인위적으로 예산을 칼질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먼저 들여다본 후 필요성이 인정되면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 최대 구조조정’ ‘지출 30% 효율화’ 등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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