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영의 케해석] 노래가 좋고 뮤비가 예뻐요, 키스오브라이프의 단순한 흥행 공식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돌과 아티스트,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데뷔 전부터 이모저모 소소히 주목받던 키스오브라이프가 드디어 첫 삽을 떴다. 데뷔 엿새 차, 그룹의 흥망성쇠를 가늠하긴 이른 시기다. 그러나 멤버들의 개성과 역량, 탄탄한 스토리텔링 등 콘텐츠와 음악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들의 장래는 밝아 보인다.
키스오브라이프는 지난 4일에 데뷔한 갓 신인 걸그룹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그룹 포미닛, 비투비 등을 제작한 홍승성 대표가 론칭한 걸그룹이다. 그룹명은 '인공호흡'이라는 뜻으로, 모두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가 있다.
멤버는 나띠(NATTY)·벨(BELLE)·쥴리(JULIE)·하늘(HANEUL) 네 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나띠는 태국, 쥴리는 미국 국적이다. 네 명의 멤버 중 절반이 외국인이니 다국적 그룹이라 할 수 있겠다. 맏언니 나띠가 2002년생, 막내 하늘이 2005년생으로 20대 초반부터 미성년자까지 젊은 연령층이 모였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이모저모 주목받았다. 벨과 나띠가 그 주인공이다. 벨은 곡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 '오직 하나뿐인 그대', '욕심쟁이' 등으로 지난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가수 심신의 딸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음악이라는 재능을 대물림받은 셈이다. 르세라핌의 곡 '언포기븐(UNFORGIVEN)'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전적은 유명하다. 이 밖에도 (여자)아이들 미연의 솔로 앨범 '마이(MY)', 문수진의 '트로피칼(Tropical)' 등을 작곡했다. '경력돌'이 흔한 요즘, 프로듀서로 활동한 이력은 드물기에 눈길이 간다.
나띠는 중고 신인이다. 나띠가 처음 대중 앞에 선 건 8년 전인 지난 2015년, 트와이스 멤버를 선발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이다. 당시 최종회까지 갔지만 아쉽게 떨어진 그는 2017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 출연했지만, 마찬가지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20년 곡 '나인틴(NINETEEN)'과 '테디 베어(Teddy Bear)' 등을 발매하고 솔로로 활동했으나 이마저 오래 가진 못했다. 그러므로 키스오브라이프는 데뷔와 활동을 향해 약 8년간 고군분투한 나띠의 마지막 카드이기도 한 셈이다.
동명의 앨범에서는 '자유'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타인이나 사회의 기대에 눌려 억압됐던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찾자는 방대한 주문이다. 타이틀곡 '쉿(Shhh)'은 힙합과 댄스 장르가 섞인 곡인데, 후렴구의 절제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메시지도 좀 더 단순하게 빚었다. '날 따라 당당하게 네가 상상한 대로', '누가 뭐라든지 넌 너야' 등. 2019년대부터 걸그룹에 번진 '당당함', '나 자신', '걸크러시' 콘셉트의 흐름에 올라탔다. 가사만 봐서는 누구의 노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키스오브라이프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데뷔 앨범에 멤버 전원의 솔로곡을 실었다는 점이다. 나띠의 감성적인 곡 '슈가코트(SUGARCOAT)', 벨이 고등학생 때 작곡했다는 자작곡 '카운트다운(COUNTDOWN)', 쥴리의 도발적인 '키티 캣(KITTY CAT)', 막내 하늘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느껴지는 '플레이 사랑 게임즈(Play Love Games)'다. 벨을 포함해 멤버 전원이 솔로곡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전원 솔로곡을 실은 것도 과감한데, 모든 곡에 뮤직비디오가 있고, 이를 선공개한 것도 독특하다. 통상적으로 초대형 기획사가 아닌 이상 신인 아이돌 그룹은 제작과 홍보 등에 부담을 느껴 디지털 싱글로 활동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리스크는 덜지만 내세운 곡으로 '한 방'을 노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하곤 한다. 선공개 마케팅은 타이틀곡에 비해 묻히는 수록곡을 홍보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타이틀곡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리스크도 있다. 키스오브라이프는 그런 부담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래서 키스오브라이프는 뮤직비디오를 활용했다. 멤버들 네 명의 뮤직비디오는 타이틀곡 '쉿'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선 나띠는 어려운 환경에서 스트릿 댄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벨은 발레리나를 희망하는 부모님의 억압에서 일탈해 도망친다. 쥴리는 유흥에 빠져 위태로운 삶을 산다. 하늘은 인플루언서이지만 정체를 숨긴 10대 소녀로 등장한다. 그렇게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살던 네 명은 '쉿' 뮤직비디오가 시작되고, 한 자리에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수록곡 '안녕, 네버랜드'까지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나띠는 데뷔 쇼케이스의 공동 인터뷰에서 "솔로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길 추천합니다. 각각 이야기가 다른 네 명이 모여 단체로 '쉿', '안녕, 네버랜드'를 할 때 어떤 이야기가 되는지 보면 좋다"고 추천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솔로곡 뮤직비디오를 보고 관심이 생긴 이들은 자연스럽게 '쉿', '안녕, 네버랜드'까지 영화 보듯 감상할 수 있다. 마케팅도 성공적이었다. 나띠의 '슈가 코트'는 공개 2주 차인 7일 기준 조회수 약 23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솔로곡에 대한 반응은 직관적이다. '곡이 좋다', 그리고 '중소 소속사답지 않다'. 영상의 만듦새와 짜임새, 음악 퀄리티가 좋으니 어느 날 다가온 알고리즘의 기회까지 잡을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아이돌이 글로벌적으로, 특히 빌보드 등 주류 펍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의 면모가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음악으로 풀어내는 역량, 또는 '나'라는 콘셉트를 짜임새 있게 직조해 근사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치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나', '자유', '자아', '청춘'을 표현하는 수많은 아이돌 사이에서 키스오브라이프의 강점이 있다면, 데뷔 앨범부터 멤버 전원이 솔로곡을 실을 수 있을 만큼의 역량과 개성을 갖춘 것, '솔직함'을 외적인 콘셉트로만 소화하지 않은 진중함, 그리고 이 모든 걸 영리하게 모아 그들의 '여정'으로 재배치한 기획사의 기획력에 있다. 앨범을 매거진 형식으로 만들어 멤버들의 인터뷰를 실은 기획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쉿'은 지난 5일 발매된 이후 태국, 브라질, 이집트, 폴란드, 멕시코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나띠의 국적인 태국에서 관심이 뜨겁다. 멤버들은 아직 신인이라 조심스러워했지만, 국적이 다양한 만큼 여러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워 해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인답지 않은 역량, 멤버들의 개성을 십 분 살린 기획사의 똘똘한 마케팅이 뭉쳐 키스오브라이프는 국내외로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나띠는 데뷔 쇼케이스 현장에서 거듭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진짜 열심히 했다"며 지난 8년간 열심히 달려온 소감을 벅차게 전했다. 벨도 "보이는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제 인생에서 정말 큰 도전이다"며 자신만의 음악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했다. 판은 제대로 깔렸다. 이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자유'와, 그들의 음악이 기대된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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