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⑮ 피란예술가의 생계 터 대한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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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한 고달픈 삶은 피란예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8일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예술' 자료를 보면 이런 혼돈 속에서도 피란예술가들의 창작 의지를 높게 사고 그들의 삶을 배려한 곳이 바로 '대한도기'이다.
대한도기는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 3천여명을 수용하고, 피란 예술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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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쟁으로 인한 고달픈 삶은 피란예술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유학파에 신진문화교육을 받은 엘리트인 그들도 시장 공터나 폐차장에서 누울 곳을 찾아야 했고, 배가 고파 밀가루를 푼 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8일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예술' 자료를 보면 이런 혼돈 속에서도 피란예술가들의 창작 의지를 높게 사고 그들의 삶을 배려한 곳이 바로 '대한도기'이다.
대한도기는 1917년 일제강점기 일본 경질도기 분공장으로, 부산 영도에 처음 만들어져 광복 이후 한국인에게 인수돼 운영돼왔다.
한때 전국 도기의 80%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등 부산 근대 도자산업의 부흥을 일으킨 곳이다.
대한도기는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 3천여명을 수용하고, 피란 예술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했다.
대한도기에서 일했던 피란 화가로는 이중섭을 포함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혜촌 김학수, 황염수, 남정, 박노수, 목불 장운상, 심경 박세원 등이 있었다.
피란 화가들은 대한 도기에서 작업장 겸 숙소를 배정받아 3∼4명이 그룹을 지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제가 아니라 접시 개수에 따라 돈을 지급받았다.
서양 예술 화가였던 김서봉이 쓴 '나의 청춘 시절'이라는 글에는 "내가 있던 방에선 장미꽃을 많이 그리는 서양화가 황염수 화백과 당시 같은 학생 신분인 남경숙, 이영은이 작업을 했다"면서 "장운상 화백의 경우 풍속화와 미인도가 장기여서 빠른 속도로 그려내기 때문에 지폐를 발로 눌러 챙길 정도로 수입이 좋았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이당 김은호 선생도 '부산피란시절'이라는 글에서 "대한 도기 지영진 사장에게 미인도, 살풀이, 화조 몇점을 보여주자 흔쾌히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면서 "숙직실로 쓰던 온돌방을 내어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피란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린 도자기는 대량 생산하는 일반 생활도자기가 아니라 장식품과 기념품, 수출품으로는 제작되는 특별한 제품이었다.
일명 '핸드페인팅' 접시로 지름 30∼40㎝ 내외 크기의 접시 앞면에는 풍속화를 그려 넣고 뒷면에는 작품의 제목을 한글과 영어로 함께 적었다.
기계적 공정과 구별하기 위해 영어로 'Hand-painted'라는 글도 명시했다.
이들 핸드페인팅 도자기는 대한도기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이나 외국 손님들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등 귀한 취급을 받았다.
대한도기는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부터 플라스틱이 보편화되면서 소비량이 감소해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이후 타일 생산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경영난으로 결국 1970년대 문을 닫게 된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대한 도기에서 피란 시절 제작된 핸드페인팅 도기는 피란 수도 부산 특유의 예술적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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