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덴마크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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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양 회화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화가군(群)이 있다.
다른 빛은 덴마크에서 존경받는 여성화가 안나 앙케(1869~1935)가 그린, '부엌에 있는 여인'(1883)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전통 부엌은 빛도 드물었다.
일스테드와 앙케가 실내의 고요한 빛을 그렸다면, 야외의 어스름한 빛을 즐긴 동시대 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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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근대 서양 회화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화가군(群)이 있다. 북유럽과 러시아 화가들이다. 그 이유는 '서유럽의 편향'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서양미술 최고의 필독 교양서로 평가받는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1950)엔 북유럽이나 러시아의 미술이 단 한 점도 소개돼 있지 않다. 과장하면 '미술사의 제국주의'다.
북유럽 중 덴마크 화가들의 그림을 보자.
페테르 일스테드(1861~1933)가 그린 그림을 보곤 '빛과 고요'가 눈과 머리와 가슴에 내려앉는다.
일스테드는 주로 빛 속에 스민 여성을 그렸다. 실내든 실외든 여성들은 빛과 동행하며 책을 읽거나 뜨개질하거나 피아노를 치며 대화한다.
그의 빛은 강렬하지 않고 은은하다. 평온이 강조된다. '순간이 정지된 실내'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구사한 아늑함 같다.
이 그림은 1908년 그린 '책 읽는 소녀가 있는 실내 풍경'이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을 만지고 싶고, 소녀가 든 책을 함께 읽고 싶다.
다른 빛은 덴마크에서 존경받는 여성화가 안나 앙케(1869~1935)가 그린, '부엌에 있는 여인'(1883)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검은 상의와 빨간 치마, 노란 커튼이라는 색의 조화가 눈에 띈다.
커튼에 비친 환한 빛과 창틀의 그림자, 여인의 옆얼굴과 왼쪽 벽에 반영된 노란 그림자, 두 팔꿈치와 마룻바닥에 비친 음양의 묘사에 감탄을 금하기 어렵다.
빛의 표현을 좇다 그림의 내용을 자세히 보니 남루한 부엌 설비로부터 여성의 고단한 가사 노동이 상기된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전통 부엌에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쪼그려 일하던 우리 '엄마'들의 질긴 부엌 노동도 어른거린다. 우리 전통 부엌은 빛도 드물었다. 그곳에서 엄마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 우리들을 먹였다.
그런 점에서 안나가 그린 빛은 무척 부럽다. 그리고 그 빛을 마치 생명처럼 일상으로 불러들인 그녀의 감성도 부럽다.
일스테드와 앙케가 실내의 고요한 빛을 그렸다면, 야외의 어스름한 빛을 즐긴 동시대 화가가 있다. 페데르 세버린 크뢰이어(1851~1909).
특히 그는 여름날 저녁 해안에 감도는 푸른빛에 반해 이를 '푸른 시간(Blue Hour)'으로 명명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스카겐 남쪽 해변의 여름 저녁'(1893)이다.
제목에 이들 화가와 항상 함께 언급되는 '스카겐'이 있다. '스카겐'은 덴마크 북쪽 꼭짓점에 있는 한적한 마을로서 높은 하늘, 넓고 긴 해변 등이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장소다. 크뢰이어 부부는 이곳에 정착했고, 앙케 부부도 이 마을에 정착해 '스카겐 화가 공동체'를 이뤘다.
북유럽의 기후 특성상 빛이 그리워 이들은 이처럼 빛을 따라간 것일까?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이 모든 시간이 흐른 뒤에도 태양은 땅에 "내가 너에게 베풀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성경에서도 가장 처음 등장하는 존재가 빛이다. 빛은 생명의 시작이며, 자연과 문화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림에 집중할수록 지금 우리 곁에 찾아온 빛이 반갑다. 빛을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우린 얼마나 행복한가?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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