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경제, 시진핑의 돌발 행정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2023. 7.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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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80회>

중국의 구직난. 항저우의 젊은이들이 취업 정보를 보고 있다. /더와이어차이나(thewirechina.com)

위기의 중국 경제, “소비자-주도 성장”을 외치는 중공 중앙

얼마 전까지 중국이 머잖아 미국을 제치고 국민총생산량 세계 제1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는 낙관적 전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이 중간 소득 함정(middle-income trap)에서 쉽게 탈출할 수 없다는 비관적 예측이 우세해졌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세계 유수 언론에선 이미 중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방역 봉쇄가 해제된 연초에는 경제적 반등 조짐이 감지됐지만, 4, 5월 들어와선 소매 판매, 투자 총량, 자산 매매 등의 지표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비관론이 퍼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2분기 중국 경제가 성장률이 제로에 머문다고 예측한다. 무엇보다 도시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었다는 사실은 중국 경제의 미래에 깔린 짙은 먹구름을 보여준다. 2018년 대학 졸업생의 75%가 취직을 했는데, 2021년에는 그 수치가 63%로 줄었고, 2023년 봄엔 50%까지 급감했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은 가계 소비 대신 정부 투자가 이끌었다. 일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을 투자해서 경제 성장세를 견지했다. 그때부터 중국 안팎의 경제학자들은 가계 소비를 늘려야만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투자 중심의 발전 전략 대신 소비자-주도 발전(consumer-driven development) 모델로 바뀌어야만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중국은 여전히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에 갇혀 있다. 중국 총생산량에서 소비의 비중은 고작 38%로 세계 평균보다 30%나 낮은 상태다. 반면 투자의 비중은 국민총생산의 무려 43%에 달한다. 특히 시진핑 정권은 정부 지출을 더욱 확대하는 성장 전략을 취해 왔다.

그렇게 투자 중심의 발전 전략을 추구해왔던 시진핑 정권이 2022년 12월 “소비-주도 성장(consumption-led growth)”을 향후 12년 경제 개발의 핵심 의제로 천명했다. 중국공산당으로선 가계 부문 소비 확대를 확대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중국 안팎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최선의 방책이란 평가가 자자했지만, 시진핑 정권이 과연 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정책 또한 국영기업, 지방정부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으로선 시진핑 정권의 정책을 크게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Zongyuan Zoe Liu and Benn Steil, “Xi’s Plan for China’s Economy is Doomed to Fail,” Foreign Affairs, 2023/06/29 참조).

180도 정책 전환, 시진핑의 돌발 행정

시진핑 정권은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 정책들을 순식간에 180도 획 뒤집는 기묘한 돌발 행정을 반복해왔다. 일례로 작년 11월 말까지도 시진핑 정권은 “제로-코비드”라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방역 봉쇄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중공 기관지들은 날마다 “제로-코비드” 정책을 칭송하면서 강력하게 “인민 전쟁,” “총체전(總體戰),” “”조격전(阻擊战, 저지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러다 2022년 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나자 시진핑 정권은 3년간 강력하게 추진하던 제로-코비드 정책을 일시에 폐기해버렸다.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급격한 180도 정책 전환이었다.

2021년 1월 제로-코비드 정책이 실시되던 상하이의 풍경.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org)

또 한 사례를 들자면, 2020년부터 시진핑 정권은 “공동부유”의 구호 아래 계속 벌어지는 빈부 격차를 당장 해소하겠다는 듯 중앙 기관지들을 총동원하여 민간의 ‘빅테크’를 조준한 반독점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2021년 가을 중공 중앙위원회 회의에선 여덟 차례나 “공동부유”를 강조했다. 중국 기관지들은 날마다 “공동부유”의 당위성을 선전하고, 그 실현 방법을 논하기에 여념 없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청년층과 빈곤층의 저항에 부딪힌 중국공산당이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버리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022년 중반에 이르면, “공동부유”의 구호가 관영매체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국무원 총리 리커창이 2022년 3월 발표한 장문의 보고서를 보면, “공동부유”라는 단어가 단 한 번 등장할 뿐이다. 두 달 후부터 시진핑 정권은 “공동부유” 대신 민간경제의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었다.

시진핑 정권은 지금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가? “공동부유”를 부르짖다 “소비자-주도 성장”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좌우 양쪽 끝을 마구 오가는 모양새다.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에서 전 매체를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던 정책들을 하루아침에 설명도 없이 돌연 폐기해버린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유지될 수 없다. 그 점을 모를 리 없음에도 시진핑 정권은 왜 그토록 예측불허의 돌발 행정을 연출하고 있는가?

2021년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강조할 때, 해외 언론은 그가 마오쩌둥 노선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

관점에 따라 여러 방식의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일인 지배”의 모순이라는 지적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시진핑 일인의 의지를 빼놓고선, 중국 정부가 3년간 무리하게 제로-코비드 정책을 추진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공동부유”를 외치며 반시장적 정책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180도 방향을 틀어서 “소비자-주도 성장”을 외치는 까닭도 밝힐 수가 없다. 만약 중공 중앙의 돌발 행정이 시진핑 일인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면, 중국공산당 통치의 시스템적 합리성이 이미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중공 중앙은 현재 경제 관리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일 뿐만 아니라 공산당의 “생명선(生命線)”이라 부르는 대민 선전에서도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프로파간다(propaganda), 중국공산당의 양대축

오늘날 중국공산당 통치는 1) 고도의 경제성장, 2) 강력한 프로파간다, 3) 막강한 물리력을 통해서 유지된다. 중국공산당 권력이 군경의 물리력에 기초하고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군대와 경찰에만 의존해선 중국처럼 큰 나라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없다. 경제가 무너지고 민심이 떠나가면, 군경 조직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겨난다. 정부가 군경의 물리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강력한 프로파간다가 필수적이다.

경제성장 없이 프로파간다만으로 중국공산당의 지배력은 유지될 수 없다. 프로파간다 없이 경제성장만으로 공산당의 정당성은 확보될 수 없다. 경제성장과 프로파간다는 중국공산당 통치를 유지하는 큰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의 통찰대로 물적 토대로서의 경제력이 한 사회의 기초라면 상부구조로서의 이데올로기는 전 건물을 덮어씌운 시멘트에 해당한다.

개혁개방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은 중국에서 최소 6억 명 이상을 극빈의 늪에서 구출했다. 경제적으로 그렇게 큰 성과를 냈기에 지난 40여 년간 중국공산당의 통치는 다수 인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있었지만,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이유만으로 일당 독재가 정당화될 순 없다. 그 점에서 중국공산당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중앙선전부의 강력한 선전전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72년 2월 21일, 중국을 방문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지켜보는 중국 인민들. 뒤의 표어에는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올바른 중국공산당 만세!'라고 적혀 있다. /공공부분

마오쩌둥이 죽고 나서 중공 중앙의 지도부가 교체되고 경제정책이 변화하자 중국 경제는 비약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마오쩌둥 시대와 대조되는 개혁·개방 시기의 경제성장은 결국 중국공산당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 점에서 1980년대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30년에 걸친 중국공산당의 인권 유린, 정책 실패 및 부정부패에 대한 역사적 비판이자 정치적 항의였다.

1979년 덩샤오핑은 민주장(民主牆) 운동을 진압하면서 동시에 “공산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중국공산당 영도력,”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한다는 “4항 기본원칙”을 천명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중국공산당이 시작부터 공산당 일당 독재와 마오쩌둥 사상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 정치적 자기모순이며 이념적 자가당착이다. 그렇게 타협 불가능한 현실과 이념의 모순과 괴리가 있었기에 1980년대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점점 고조되었고, 결국 1989년 덩샤오핑은 탱크 부대를 보내서 톈안먼의 학생과 시민들을 짓밟아야만 했다.

그 이후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인민의 의식을 전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선전·선동을 더욱 강화했다. 중공 중앙이 “선전과 사상 공작”을 강조하는 근본 이유는 오늘날 중국이 겉으로는 공산주의 이념을 내걸고서 실제로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을 취하는 자기모순의 일당 독재 국가라는 점에 있다. 그런 모순을 떠안고도 지난 40년 중국공산당이 선전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체감 경제의 현실보다 더 강력한 선전은 있을 수가 없다.

문제는 갈수록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만약 시진핑 정권이 작금의 경제위기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중앙선전부의 선전전에 성공하긴 어렵다. 프로파간다로 정권을 허물고 권력을 탈취할 순 있지만, 프로파간다로 무너지는 경제를 되살린 순 없는 이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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