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잇수다] 수입 물품 함부로 팔았다가 법정으로

[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온 물건을 함부로 판매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선고 유예를 결정했습니다.

피고인이 들여온 물건만 4년간 800여 개에 달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관세법을 어겼고, 어떤 물건을 들여와 판매했기에 재판에까지 넘겨졌을까.

■ 정식 수입신고를 안했다고?

A씨는 2019년 1월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전동드릴 2점을 한화 22만여 원에 수입했습니다.

이 전동드릴은 상용물품이었습니다. 상용물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반입되는 물품이란 얘깁니다. 당연히 법이 정한대로 수입신고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A씨는 정식 수입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가 사용물품인 것처럼 물건을 들여왔습니다. 정식 수입신고 절차보다 방법이 수월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2월까지 햇수로만 4년간 A씨가 300여 차례에 걸쳐 들여온 전동공구류만 810여 개, 한화로 7,700여만 원 상당이었습니다.

검찰은 A씨가 물품을 수입할 때 품명, 규격, 수량 및 가격과 그 밖에 대통령이 정하는 대로 세관장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 선고 유예 결정.. 어떤 관세법 어겼기에?

밀수출입죄를 규정한 관세법 제269조는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할 시 관세액 10배와 물품원가 중 가장 높은 금액에 상당하는 벌금까지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씨가 4년간 300여 차례에 걸쳐 밀수입한 810여 개 물품은 1개의 포괄범죄로 보지 않고, 개별 범죄로 간주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수입물품에 대한 정당한 관세를 확보하기 위한 법이 관세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관세청은 A씨에게 관세 3,300여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초범인 점과 관세청이 부과한 세액 3,300여만 원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선고 유예는 형의 선고를 말 그대로 일정기간 유예하고 그 기간에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 해외직구 법으로 얼마까지 살 수 있는데?

해외직구에 정해진 구매 한도는 없지만 면세 한도는 있습니다.

미화 150달러 이하(미국은 200달러 이하)는 들여오는 물품 목록만 세관장에게 제출하면 되는 목록통관 대상입니다. 낼 세금도 없습니다.

다만 이 금액을 넘으면 수입신고를 해야 합니다. 물품가격, 운임, 보험료 등을 합친 총과세가격에 대해 세금이 부과됩니다.

또 판매를 목적으로 상용물품을 수입하려고 한다면 화주(화물주인)는 관세사에게 수입신고를 의뢰해야 합니다.

관세사는 물품을 분류하고 신고 내용 분석해 물품 반출 여부를 결정합니다. 물품에 따라 관세도 붙습니다.

수입신고를 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관세법을 어겼다가 적발된 건수만 최근 3년(2020~2022년)간 전국적으로 2,500여 건, 적발 금액은 2조6,000억 원이 넘습니다.

■ 해외여행 갔다가 산 물품도 면세 한도 주의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도 1인당 800달러까지로 정해졌습니다.

800달러를 넘으면 자진신고해서 초과 분에 대한 관세를 납부해야 반입이 가능합니다.

가령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의 개별 가격이 400달러, 500달러인 경우 개별가격이 면세범위(800달러)를 초과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물품가격의 총합계가 900달러이므로 세관신고 대상입니다. 술이나 담배, 향수는 또 별도 면세 제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국 시 여행자가 반입하는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해 자진신고하면 20만 원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관세의 30%를 경감 받을 수 있습니다.

자진시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세금이 부과되면 납부할 세액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이 가산세로 징수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