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뒤 출생통보제, 정보 시스템 만든다…그래도 핵심은 '보호출산제'
[편집자주] 인간은 유일하게 혼자서 출산할 수 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1년 뒤부턴 출생통보제에 따라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산모의 이름이 남는다. 그럼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름을 안 남기는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이 있지만, 자칫 영아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간의 자유와 책임, 생명까지 아우르는 딜레마다.
여야는 지난 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 법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여야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 신고가 안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비극이 연이어 발생하자 출생통보제 법제화에 속도를 낸 상태였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진료기록부에 출생 정보를 적으면 의료기관장이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지자체에 이를 등록하는 제도다. 부모가 한 달 넘게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 신고를 하게 된다.
국회 문턱을 넘은 출생통보제는 국무회의에서 공포되고 1년 뒤 시행된다.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안착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생 정보 전송 시스템 구축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제도가 안착하는 한편,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차트 표준화 작업 등이 선행돼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의료계 전언이다.
출생통보제 시행까지 1년이 남은 만큼 제도상 공백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추진단'(추진단)을 구성하고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대안으로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가 임신, 출산, 양육 전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주거, 소득 등 생활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지원 방안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혼모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지 않고 원가정에서 아동이 자라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도 추진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전국적인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출생통보제를 보완하기 위한 보호출산제의 국회 논의 과정도 지켜볼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일반적인 출산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들이 병원 밖에서 출산해 오히려 사산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익명 출산이 가능하게 하면서도 출생 정보가 담긴 '비밀 파일'을 기록으로 남겨 두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비밀로 만들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정치권에선 아직 찬반 논란이 있는 상태다. 보호출산제 관련 특별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당정은 1년 뒤 출생통보제 시행 전에 보호출산제 합의가 이뤄져 사전에 두 제도에 관한 준비가 진행되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보호출산제가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대한 노력을 다 하겠다"며 "1년 후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관련 부처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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