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에 진심…팔각불판으로 불맛·육즙 살려 3년 만에 매출 1500억 맛집 키워[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7. 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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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육성푸드 대표 인터뷰
숯불닭갈비 브랜드 ‘팔각도’
3년 반 만에 매장 129개
조성욱 육성푸드 대표가 팔각도 신도림역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2019년 12월 서울 목동에 1호점을 열어 약 3년 반 만에 운영 중인 매장이 129개로 급격히 늘었고, 각 매장에서 창출된 매출액이 2021년 62억원에서 1년 만에 347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1500억원까지 바라보는 외식 브랜드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여러 외식 브랜드가 하나 둘 사라진 상황에 오히려 계속 성장해온 이 브랜드는 숯불닭갈비, 특수부위의 닭고기(목살, 안창살, 연골 등)를 판매하는 ‘팔각도’이다. 팔각도는 최근 외식 브랜드 특히 닭고기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팔각도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2019년 설립된 ‘육성푸드’다. 육성푸드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올해 말 팔각도 매장 수가 2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성욱 육성푸드 대표(창업자)를 만나 팔각도의 인기비결, 창업과정, 전략 등을 들어봤다.

“인기비결요? 첫 번째는 신선하고 정말 맛있는 닭고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키우는 심정으로 팔각도를 만들었어요. 일반적인 닭갈비는 고추장 양념에 구워지고 육질이 퍽퍽합니다.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도 있어서 촉촉한 닭갈비를 개발하려고 연구했고 실제로 구현했습니다. 두 번째는 팔각도에서는 다른 닭갈비 가게와 달리 닭의 목살, 안창살, 연골 등 특수부위를 먹을 수 있어요. 이 같은 차별성, 독특함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닭고기를 70%가량 초벌한 후 고객 상에 나가기 때문에 고객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성욱 대표는 팔각도 1호점을 내는데 3년 이상 준비했다. 닭갈비 시장 조사, 매장 입지 선정, 메뉴 개발, 특수부위 연구, 닭고기 공급처 확보,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하나씩 직접 챙겼다. 팔각도에서만 사용하는 팔각형 모양의 특수 불판인 ‘팔각’을 개발하는 데만 약 3년 걸렸다. 팔각 불판은 특허, 디자인권 둘 다 등록돼 있다.

“육즙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불맛까지 입혀 맛있는 닭갈비를 구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택배 상자를 직접 잘라보고 붙여보고, 불판을 제작해줄 수 있는 금형 업체들도 찾아다니면서 직접 불판을 개발했어요. 불판 개발에 쓴 돈만 웬만한 경차 한 대 값은 될 겁니다. 팔각은 공기 순환이 잘 돼서 고기가 빠르게 골고루 잘 익혀지면서 불판 아래에 놓인 숯의 연소 시간도 높여줍니다. 불판 한쪽에 반찬도 올릴 수 있게 설계돼 있어 불판 자체를 마치 식탁처럼 쓸 수도 있어요.”

팔각도의 불판 ‘팔각’ 위에서 숯불닭갈비가 구워지고 있다. <신수현 기자>
조 대표는 불판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 불판인 ‘팔각’과 우리나라 전체를 의미하는 ‘팔도’를 합쳐 브랜드를 ‘팔각도’로 지었다. 팔각도는 팔각의 불판과 팔도를 돌아다니며 찾아낸 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팔각도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서 성공한 브랜드처럼 보일 수 있지만, 팔각도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외식업에 종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고등학생 시절 2년 이상 피자가게 등 몇몇 음식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웠다.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한식·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기 전 식당에 취업해 주방에서 근무했다.

“식당에서 일할 때 보통 밤늦게까지 근무할 때가 많았어요. 집에 가면 아침에 출근 못할까봐 식당 밖 계단에 상자를 펴놓고, 그 위에서 종종 잠을 자곤 했습니다. 한 달에 3~4번은 집에 못 갔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상권을 공부하기 위해 상가 중개업도 해봤고, 식자재 유통과 물류 흐름 등을 알고 싶어서 식자재 유통업체에서도 일했습니다.”

조 대표는 외식업을 하나씩 익힌 후 2009년 중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면서 처음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가맹점을 내기 전 같은 브랜드의 다른 매장에서 5개월 정도 직원으로 근무한 후에 중학교 동창과 손잡고 가맹점을 냈다.

“섣불리 시작하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을 내기 전에 시스템을 미리 다 파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해당 브랜드의 가맹점에서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다 거절했어요. 겨우 찾아낸 가맹점주 한 분이 있는데, 그 분께 제 가게처럼 일하겠다고 부탁, 부탁해서 겨우 일할 수 있었어요. 제가 가게에서 일한지 한 달 후부터는 사장님(가맹점주)께서 안 나오셔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을 테니 제발 믿고 맡겨 달라고 부탁했죠. 제 가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했습니다.”

조 대표는 미리 시스템을 다 파악한 후 가맹점을 냈지만 1년 동안 장사가 잘 안 됐다. 1년 동안 꾸준히 전단지를 배부하고, 새벽에 수산시장에 가서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을 사갖고 와서 손질하고, 재료도 푸짐하게 사용하면서 가게가 살아났다.

장사가 잘 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조 대표와 중학교 동창인 동업자와 2013년 ‘특별하면돼지’라는 고깃집을 내고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잘 안 됐다. 동업자인 친구가 중식당을 인수하면서 조 대표는 중식당 경영에서 손을 뗐고, 조 대표는 고깃집 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하면돼지가 처음에 잘 안 됐던 이유가 대표 메뉴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우, 돼지고기 등 다양한 고기를 팔았거든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2016년 브랜드를 ‘특돼지’로 바꿨고, 목살(망고 목살, 육즙 특목살, 꼬들 오목살 등) 전문 가게로 2018년 바꿨습니다. 지금도 가게는 잘 되고 있어요. 육성푸드 소속은 아니고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특돼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닭고기 사업에 관심이 많아졌고, 3년가량 준비한 끝에 2019년 팔각도를 냈다. 조 대표는 팔각도가 우리나라 닭갈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팔각도 나아가 한국의 숯불닭갈비 맛을 세계인에게 알려주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는 게 꿈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 팔각도 매장을 1000개까지는 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 첫 번째 도약은 올해 하반기 출점 예정인 필리핀 1호점이 될 것입니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시장을 먼저 공략하겠습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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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매경5F’에서 ‘팔각도’의 숯불닭갈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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