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독성물질' 발생시키는 낙동강 녹조, 올여름 대책은?
매년 여름이면 낙동강에 나타나는 녹조현상,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습니다. 녹조현상은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하면서 물의 색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이는 주로 유속이 느린 강이나 호수에서 관측됩니다.
지난 5일 기자가 부산 강서구 인근 낙동강을 찾아가봤는데요. 전날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여전히 녹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합니다.
녹조현상은 강한 햇빛이나 높은 수온, 물순환의 정체 등이 주된 원인입니다. 기상청은 올해 7~9월의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올여름 녹조는 어떻게 될까요.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녹조는 일조량이 많으면 일반적으로 녹조가 번성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장마처럼 긴 강우량이 생기면 녹조가 감소하는 반면 똑같이 비가 내려도 단기성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주변에 있는 토양이나 비료 같은 오염 물질들이 강으로 유입돼 오히려 녹조가 번성하는데 유리해진다”면서 “(올해는) 강우량이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8월이 되면 비는 적게 올 거고 작년보다 (올해가) 기온이 높다면 녹조는 더 번성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5월 24일 경남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올해 첫 녹조띠가 발견됐는데요. 지난해 녹조띠가 6월 19일에 처음 목격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가량 빨리 관측된 겁니다. 녹조 현상이 빨리 시작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 교수는 “시작이 빠르다는 것은 녹조 발생 기간이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수가 많아지니까 독성의 양도 많이 증가하게 되고 그 숫자도 더 빨리 증가하게 된다. 거기에 따른 독성물질 제거, 정수, 낙동강 물 사용자들의 우려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상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적당한 조류는 물속에서 광합성해 유기물을 만드는 수생태계의 필수적인 에너지 공급원입니다. 그러나 이 조류가 과다하게 많아지면 수중에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산소를 부족하게 해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등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최성문 부산 구포어촌계장은 “녹조가 많이 발생될 때는 프린트 잉크 정도의 농도로 온 강에 퍼진다. 피부에 닿으면 대번에 피부병이 생길 거다. 심한 사람은 녹조가 피부에 닿아 간지러워 긁다가 상처까지 나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민들의 고충을 전했습니다.
조류는 사는 곳에따라, 서식 방법에따라 규조류, 녹조류, 남조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이중에서도 수온이 20~30도일 때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남조류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수돗물 맛을 저하시킬 뿐만아니라 독성물질을 배출하기도 해 문제가 됩니다.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의 평균 유해남조류 개체수는 ml당 약 5만 7000여개가 검출됐습니다. 작년 6월에는 재작년의 7배에 달하는 유해남조류가 검출됐었는데, 올해는 그 수치조차 또 넘긴 겁니다. 이렇듯 녹조는 매년 심해지고, 유해남조류 개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9일 부산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부산 곳곳의 수돗물에서 흙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는데요. 알고보니 남조류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오스민’에서 나는 냄새였습니다.
또 일부 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식중독이나 간독성을 일으키는데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최성문 부산 구포어촌계장은 “녹조 강에서 자란 고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다는데 그런 독극물이 검출된 물고기를 누가 사먹겠나. 고기가 안팔려 어민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낙동강 물은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으로도, 농작물을 키우기 위한 용도로도 이용되는데요. 이런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남조류가 가득한 낙동강 물, 안심하고 섭취해도 되는 걸까요.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정수 처리 공정이 10단계 정도가 있는데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경우 초반의 ‘전오존 공정’을 거치면 거의 100% 제거가 된다. (수돗물에서) 지오스민이 검출될 당시에도 조류 독소 검사를 했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은 다 불검출이었다. 지오스민은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물질이지만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녹조 물로 길러진 농작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작년 기준 (낙동강 인근) 30곳을 조사했는데 6곳의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었다. 전세계적으로도 농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되는 물에 녹조 독성 물질이 있으면 그 독이 작물로 흡수 이행된다는 논문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관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5일 뭐라노 기자가 서낙동강 인근 논밭을 찾아가봤습니다. 이곳 대부분은 농수로를 통해 낙동강 강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흙에는 낙동강 녹조의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환경부는 올 여름 낙동강 녹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천 주변에 쌓인 퇴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드론을 통한 항공 감시, 녹조 제거 장비 확충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녹조 저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장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부 조금 환원을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혀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강이 흐르게 되면 조류가 증식할 수 없다. 녹조가 피기 전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처방이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로 금강, 영산강은 보 개방 후 평균 대비 유해남조류세포수가 각각 95%, 97% 감소한 반면, 아직까지 개방이 제한적인 낙동강은 유해남조류세포수가 32% 증가했습니다.
환경부도 녹조 발생시 댐.보.하굿둑 방류를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요. 환경부의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팩트체크 Q&A’에 따르면 ‘보 설치 후 하천의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현상이 증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 6월부터 보를 개방하여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보 개방으로 하천 수위가 저하되면 물 이용에 차질이 생겨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녹조가 발생하고 사라지는 것은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개입으로 과도하게 발생한 녹조라면 말이 다른데요. 갈수록 심화되는 녹조, 어떻게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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