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차별 살상무기 ‘집속탄’ 우크라이나 지원 공식 발표…국제사회 우려

김향미 기자 2023. 7. 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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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는 무차별 살상무기인 ‘집속탄’(cluster bomb·사진)을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집속탄의 불발탄 위험에 따른 민간인 살상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기간 숙고를 이어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속탄 지원 승인을 확인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개의 ‘새끼 폭탄’을 품고 있는 형태의 무기다. 모폭탄을 투하하면 공중에서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광범위한 지역에 폭발을 일으킨다. 한 발 터뜨리면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한 무기로 알려졌다.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국제사회에서 사용을 금지한 무기다. 2010년 120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해당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국내법을 통해 불발탄 비율이 1%를 넘는 집속탄의 생산 및 이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면제 조항이 없지만, 미국의 중요한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 대통령이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이 원조를 결정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 조항을 근거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는 1987년 처음 생산된 M864포탄으로, 이미 제공한 155mm 곡사포에서 발사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20여년전 해당 포탄의 불발률을 6%로 평가한 바 있다. 2020년 새로운 평가에서는 불발률이 2.3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예측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무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사용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서면 약속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 결정에 대해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한정했다.

그는 “이 전쟁은 실탄 싸움이고, 우리는 현재 이것이 부족하다”며 “나는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적이 아니라 이 과도기 동안 우리가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도 같이 제기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집속탄 사용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유엔 대변인은 입장을 확인했고, 미국의 주요 우방이자 CCM 서명국인 독일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도 집속탄 지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제인권단체는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통해 “민간인에 장기적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며 “집속탄 사용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무차별 공격과 전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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