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피해 떠난 피란길은 또다른 전쟁 [세계엔]

우수경 2023. 7.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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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단에서 도망쳤지만, 데려오지 못한 남겨진 가족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할아버지, 삼촌 등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수단과 국경을 접한 인근국가 차드의 가가난민캠프에서 만난 아흐메드 이즈마일 씨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았습니다. 남겨진 가족들 생각에 울먹였습니다.

난민캠프 내 다른 수단 피란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란길에 가족들이 총을 맞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차드 가가 난민캠프에서 만난 수단 피란민들

"너무 위험해서 수단을 떠났는데, 남겨진 가족들이 많습니다. 할아버지, 삼촌 등 많은 가족들이 죽었습니다" -아흐메드 이즈마일

"수단에서 너무 많은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신발도 챙기지 못하고 도망쳤습니다. 피란길에 물 한방울 먹지 못했습니다" -파르하 오마르


" 피란민들은 끔찍한 상황들을 묘사했습니다. 대량학살이 있었고 도망칠 수 없는 아이들과 부상자, 노약자들은 남겨졌습니다" -로라 로 카스트로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


취재진이 찾은 가가난민캠프(Gaga Refugee Camp)는 2005년 세워졌습니다.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단 다르푸르 대학살 직후 그 곳에서 도망친 수단 난민들을 위한 캠프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다르푸르 지역 피란민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두 달 넘게 계속되는 무력충돌…전투원 모집 등 더 격렬

지난 4월 중순 시작된 수단 내 군부 간 무력충돌은 벌써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차례의 휴전과 다른 국가들의 중재 노력에도 양측은 더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끝이 나기는커녕 더 적극적으로 전투원을 모집 중에 있습니다.

수도 하르툼을 시작으로 전투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데, 가장 잔인하고 격렬한 충돌은 다르푸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을 향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총격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격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차드 난민캠프를 찾은 로라 로 카스트로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은 "피란민들은 도망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들을 묘사했다"면서 "대량학살이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차드 가가 난민캠프 내 급수장


■ 차드 국경 난민캠프, 하루 평균 백여 명 몰려…부족한 물 다툼도

가가난민캠프는 하루에 평균 백여 명, 많을 때는 수백 명의 난민들이 몰려듭니다.

일단 신분확인을 하고 등록을 해야 되는데 대부분의 피란민들은 신분증조차 챙겨오지 못해 신분 확인이 쉽지는 않습니다. 캠프 내 등록 담당자들은 피란민들은 부모의 성과 이름, 동네 등 정보를 종합해 이들에게 캠프 거주증을 발급합니다.

거주증이 나오면 텐트를 배정받고 담요와 기본적인 생필품이 지급됩니다.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난민캠프 내에는 매일 새로운 텐트와 컨테이너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매일 캠프 지도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유엔과 차드 정부는 국경 근처에 모여있는 수단 피란민들을 곳곳에 있는 이같은 난민 캠프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국경 근처는 상황이 열악해 대부분 플라스틱과 천 등으로 비와 햇빛을 겨우 피하는 수준이지만 난민캠프는 기본적인 인프라는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입 속도가 너무 빨라 피란민 모두를 수용하기는 역부족입니다.

특히 물이 부족한데, 매번 물이 공급되는 시간이면 여기저기서 다툼이 발생합니다.

차드 가가난민캠프 내 병원


■ 난민캠프 내 병원도 포화…사흘동안 1,200명 다녀가

캠프 내 병원도 포화상태입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의사 말릭 아담 씨는 "하루 평균 백 명, 최근 사흘동안 1.200명의 환자를 돌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의약품과 깨끗한 물, 수술도구, 의료진 등 모든 것이 부족해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두 달 동안 캠프 내에서 태어난 아이만 백 명이 넘는데다 국경을 넘는 임산부들도 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우려도 표했습니다.

또 수단 내 의료시스템 붕괴로 총상을 입거나 부상을 입은 채 국경을 넘는 이들이 많은데 큰 수술은 할 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상황입니다.

국경을 넘은 뒤 난민캠프에서 등록을 기다리는 수단 피란민들


■ 차드 등 수단 인근국가들 대부분 최빈국…이미 한계

많은 수단인들이 차드를 찾지만, 차드 또한 여력이 있는 국가는 아닙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경제는 어렵고, 때때로 교전이 발생하는 등 치안은 불안하고 여기다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만성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머무는 동안에도 전기와 물 공급이 중간중간 끊기는 건 물론, 통신 상황도 계속 불안정했습니다. 저녁 6시 이후로는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하루하루 안정적으로 빵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차드 뿐만이 아닙니다. 수단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남수단, 에리트리아,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많은 국가들이 세계 최빈국들로 이미 기아와 경제 불안정, 식량 위기 등으로 힘겨운 상황입니다.

수단 분쟁으로 식량과 연료 값은 더 치솟고 있고, 때문에 몰려드는 수단 피란민들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 우기를 맞고 있는데, 제대로 배수시설이나 도로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많은 비는 이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유엔은 86만 명 이상이 수단에서 다른 주변국가들로 피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수단 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수단 분쟁의 여파가 아프리카 전체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촬영.사진/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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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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