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택시서 오일 줄줄…'일촉즉발' 5분 만에 해결한 경찰관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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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1차로 큰불은 잡을 수 있었지만 완진까지 소화기 한 대로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어린이를 보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민들을 도와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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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차에 불이 붙었어요!"
지난 5월19일 울산 남구 여천교 주변, 어디에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근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 교통을 관리하던 울산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김병조 경장(30)은 소리가 난 곳으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편도 4차선 산업도로 위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김 경장에게 '교통사고가 난 차에서 화재가 났다'고 알려왔다. U턴을 하던 승용차와 직진으로 달려오던 택시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택시에서는 불길이 솟았다. 다행히 택시 기사와 승객은 곧바로 탈출했지만 택시에서 불꽃이 튀기더니 보닛에서 하얀 연기가 걷잡을 수 없이 새어 나왔다.
택시 주변으로는 엔진 오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불이 옮겨붙어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경장은 112상황실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지만 빨리 불부터 꺼야했다. 하지만 도로 위에는 불을 끌 수 있을 만한 도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동료들과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김 경장 눈에 도로를 지나가던 관광버스가 보였다. 그 순간 김 경장은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경찰 버스 속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재빨리 경광봉으로 관광버스를 정차시킨 뒤 관광버스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택시로 달려갔다.
김 경장은 자세를 낮춰 보닛을 훑으며 소화기를 분사했다. 1차로 큰불은 잡을 수 있었지만 완진까지 소화기 한 대로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도로로 달려 나가 또 다른 관광버스를 세웠다. 그 버스에서 가져 온 소화기로 택시에 남아있던 잔불까지 완전히 진화했다.
김 경장이 화재 현장을 발견하고 불을 진화하기까지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상황이 급박했다 보니) 당시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확인하니 빠르게 대처했더라"며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김 경장의 신속한 대처 덕에 화재는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고 차량에 있던 운전자와 탑승자는 곧이어 도착한 119에 인계돼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경장은 2018년에 입직한 5년차 경찰이다. 경호학과에서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서울경찰청에 견학을 갔다가 경찰이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입직 후 4년간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부터 기동대에 배치됐다. 경찰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어린이를 보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민들을 도와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수사에 관심이 생겼다. 언젠가는 마약 범죄를 수사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게 김 경장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수사 경과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수사 경과는 경찰이 수사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형사·수사·사이버 등 분야를 일반 경찰과 분리해 운영하는 인사 제도다. 2005년부터 매년 시험을 치러 수사 경과자를 선발한다. 경정 이하 경찰관이 응시할 수 있다. 수사 부서에서 일하려면 시험을 통과해 수사 경과를 취득해야 한다.
김 경장은 "최근 마약 범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일선에서 수사에 참여하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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