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볼모로 잡힌 양평 고속도로[여의도속풀이]

이밝음 기자 2023. 7.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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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양평군의회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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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15년 숙원사업' 백지화 선언, 여야는 네탓만
국힘 "민주 사과하면 재추진" 민주 "원안대로 추진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뉴스'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 엄태영, 정동만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3.7.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이 주민을 볼모로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 정부 임기 내엔 김 여사 땅이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그것을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는 "양평군민들께는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 감일동과 양평을 잇는 사업이다. 지난 5월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이 나오면서 종점 500m 거리의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을 두고 민주당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완공 목표인 2031년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1시간 이상 걸리던 서울에서 양평 간 이동 시간이 15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백지화 선언으로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다.

고속도로 사업이 백지화되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주민이 최대 피해자'라면서도 그 책임은 서로에게 떠넘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애먼 양평군민을 볼모로 잡는 것"이라며 "수년간 논의하고 수조 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은 장관이 정치생명 운운하면서 즉흥적으로 백지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백지화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가짜뉴스로 국책 사업이 중단됐다고 비판하는 한편 민주당이 사과할 경우 사업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업 무기한 중단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민심을 다독이는 동시에 공을 민주당에 넘긴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국책 사업이 정치적인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중단돼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일이 생긴 데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면 양평군민의 뜻이 정부에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발표한 7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국도 6호선 일대에 '양평군민만 피해 본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7.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여야가 서로 탓을 하며 정치적 셈법에 집중한 사이 사업이 백지화된 양평군은 혼란에 휩싸였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6일 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천벽력과 같은 사업 백지화 발표에 군수로서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국토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하고, 양평군민들은 사업 재개를 위해 함께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양평군의회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추진한 양평군 숙원사업이다.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 탓에 미뤄지다가 2017년에야 국토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10년 넘게 기다려 온 사업이 정쟁으로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원 장관은 백지화 선언 당시 "정치생명과 장관직을 걸겠다"며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간판을 걸고 한판 붙자"고 했다. 정치생명과 정당 간판이 지역의 15년 숙원사업보다 무거울지 의문이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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