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러브버그의 역습..."서식지 침입한 결과, 방제보단 공생"

박동현 기자 2023. 7.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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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에 몰려든 동양하루살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로등을 집어삼킨 하루살이 떼의 모습입니다.  오뉴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루살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복되고 있어요. 벌레들의 대량발생 원인이 무엇일까요.

○ 불빛에 몰려드는 벌레의 정체는.

하루살이 우화가 시작되는 지난 5월부터 경기 남양주시와 하남시, 서울 성동구와 송파구 등에서 하루살이가 대량 발생했다다. 송파구청, 성동보건소 제공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대여섯 시부터 강한 불이 있는 곳이라면 하루살이가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공원이나 가게, 야구장 등 밝은 불빛이 있는 장소에서 하루살이 떼를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하루살이 떼의 정체는 ‘동양하루살이’입니다. 동양하루살이는 5-6월에 성충이 돼 사나흘 정도 살며 그사이 교미를 하여 2000개 가량 알을 낳아요. 2주 후 알에서 태어난 유충은 1~2년간 유속이 느린 강에서 굴을 파고 살다가 성충이 되고 짝짓기를 위해서 불빛으로 날아듭니다.

따라서 하루살이의 대량발생은 해가 지는 대여섯 시경 하루살이 유충의 주요 서식지인 북한강과 한강 유역이 만나는 곳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서식지 근방에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나 서울 성동구, 송파구에서는 동양하루살이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동양하루살이는 더 빨리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양주보건소는 “대량발생이 올해 3월 처음 신고되어 5월까지 총 4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성동구청은 “작년에는 신고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5월 한 달에만 112건의 민원을 접수했다”고 전했습니다.

동양하루살이의 정체.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 더워지고 밝아지는 도시, 하루살이 부른다?

가로등에 모여든 하루살이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나라에서 동양하루살이의 집단발생이 처음 보고된 건 2008년 전라남도 광양시였습니다. 이후 2010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보고된 이래로 해마다 대량발생이 일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하루살이를 사람 사는 곳까지 불러들였을까요. 

● 하루살이는 사실 피해자?!

대량발생은 하루살이의 한살이 중 산란기인 5~6월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의 생활권이 강변으로 확장되며 대량발생 현상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는 “하루살이 기피 현상은 사람이 곤충의 서식지를 침입하고선 되려 그 자리에 살던 하루살이를 보고 혐오하는 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이상기후도 잦은 대량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김동건 교수는 “최근 3년간 큰 태풍이 오지 않아 하루살이 유충들이 퍼지지 못 하고 한 곳에 뭉쳐 밀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온이 상승하며 성충이 되는 시기가 빨라진 것도 대량발생을 앞당겼지요. 곤충은 외부 온도가 변하면 체온도 같이 변하는 변온동물입니다. 온난화로 인해 강의 수온이 상승하면 유충의 생장이 빨라져 일찍 성충이 됩니다. 이는 하루살이 성충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지요.

한편, 하루살이는 생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김동건 교수는 “하루살이는 비교적 깨끗한 2급수에 사는 곤충으로 하루살이가 있다는 건 강의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낚시할 때 쓰는 미끼도 하루살이 유충을 본떠 만들 정도로 하루살이는 인기 있는 먹이”라며 “또 입이 퇴화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4-5일 정도만 지나면 자연사하니 그토록 기피할 건 없다”고 전했습니다.

하루살이떼 주거지로 모여든 원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벌레들의 대량발생, 방제보단 공생

벌레를 방역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벌레들의 대량발생은 하루살이뿐만이 아니에요. 최근 몇 년간 털파리, 대벌레, 매미나방 등 여러 종의 벌레가 곳곳에서 대규모로 나타났습니다. 자꾸만 반복되는 대량발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화학적 방제보다는 천적 방생처럼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게 하는 생물학적 방법이 환경에 가장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양주보건소 제공

● 방제는 일시적 미봉책

2022년 7월 서울시 은평구에서는 일명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털파리가 주거지에 집단으로 나타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6월 27일부터 일주일 만에 무려 1479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어요.

2021년에는 경기도의 청계산에서 대벌레 떼가 우르르 등장해 나무 기둥을 뒤덮었고 2020년에는 매미나방의 유충 떼가 충청북도 제천시를 중심으로 대량발생했습니다. 종만 바뀌었을 뿐 계속해서 곤충의 대량발생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이렇게 곤충의 대량발생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경우 보건소에서 약제를 살포해 방제합니다. 방제에는 약품을 사용하는 화학적 방제뿐만 아니라 천적을 방생하는 생물학적 방제, 나무를 베거나 산림을 태우는 임업적 방제, 직접 포획하는 물리적 방제 등이 있어요.

이중 화학적 방제의 효과가 가장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대량발생이 일어나면 살충제 등의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살충제 등 약품을 다량으로 뿌리고 나면 없애려고 하는 곤충들뿐 아니라 함께 살던 다른 생물들까지 죽을 수 있습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 산 등에 실시하는 방제는 천적을 같이 없애거나 약품에 내성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엔 생태계를 교란시켜 또다른 곤충의 대량발생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어요. 이어 “대량발생 종은 해충이 아닌 경우도 많고 설령 해충이더라도 모두 생태계에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양하루살이 대량발생 사례. 제천시, 경기도청 제공

인간이 곤충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최근 꿀벌이 사라진 사태만으로도 이미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꿀벌뿐만 아니라 하루살이나 해충인 모기조차 우리 주변에서 식물의 화분을 돕는 소중한 생물입니다.

신승관 교수는 “벌레라고 해서 모두 해충인 것은 아니며 우리 주변의 식물과 먹이사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결국 곤충들과 공존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7월 1일, [기획] 비상! 대량발생 '동양하루살이'

[박동현 기자 idea10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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