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수돌? 피프티 피프티가 간과해선 안되는 것들[윤상근의 맥락]
어트랙트와의 결별과 함께 홀로서기에 나서려 하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새나 아란 키나 시오)에게 꽃길은 과연 열릴 수 있을까.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6월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통해 사실상의 무기한 활동 정지 선언과 함께 어트랙트와의 결별을 공식화하고 K팝 신 역사상 다시 찾아오기 힘든, 빌보드 핫100 장기 차트인에 빛나는 메가 히트곡 'Cupid'의 영광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뒤로 한 채 불편한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유)의 장문의 공식입장에서의 내용만으로 피프티 피프티는 모든 창구를 닫고 어트랙트와의 대화를 일절 거부한 채 변호인을 통해서만 최소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6월 19일 첫 입장 발표 이후 20일이 채 안된 시점에서 피프티 피프티는 팀명 상표권 등록도 시도하는 등 오로지 어트랙트와의 결별을 위한 행보에만 집중하는 듯 보인다. 지난 5일 첫 심문기일 이후 어트랙트 변호인이 "원만한 합의를 원한다"고 밝힌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20일도 안된 기간 동안 이 이슈는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법무법인 바른(유)이 소송을 제기하며 어트랙트를 향한 해명 요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멤버들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강조했고 "외부 세력에 의한 강탈 시도라며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불투명한 정산 시스템과 혹사 의혹 등도 제기했다.
어트랙트는 즉각 "해당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됐고 멤버 강탈을 시도했다"며 워너뮤직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발송한데 이어 멤버 강탈의 배후로 더기버스 대표이자 'Cupid'를 프로듀싱했던 안성일 작곡가 등 3명을 지목, 이들을 상대로 업무 상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어 전홍준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 윤모 전무와의 통화 녹취파일도 공개했다.
하지만 더기버스는 "어트랙트가 마치 당사 안성일 대표께서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의 거취에 대해 워너뮤직코리아와 독단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피프티 피프티 변호인은 (어트랙트의) 정산 관련 수익 항목 누락과 신체 정신적 관리 소홀 등의 위반, 연예관리 물적 자원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강한 어조로 주장하면서 전홍준 대표가 2021년 6월 어트랙트 설립 전 인터파크와 선급금 유통계약 90억원 체결 이후 60억원으로 음반 투자금을 사용했고 음반 수입은 스타크루이엔티로 정산이 올라와 있는 점을 짚었다. 변호인은 "60억원 이상을 사용한게 채권자(피프티 피프티)를 위해 쓴게 맞는지 의심된다. 연에활동을 통한 음원수익으로 변제하는 거고 이게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선급 계약금 90억원이 어트랙트에 들어오고 순차적으로 (정산 등이) 공지되는 게 정산적인 구조일 것인데 스타크루이엔티와 체결돼서 직접 어트랙트로 안 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실 어트랙트가 스타크루이엔티의 정산 수입으로 반영된 것의 경우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전홍준 대표의 개인 회사로도 볼 수 있는 스타크루이엔티의 자금 흐름에 대해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변호인은 "선급금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이 없다. 이는 연예 계약 체결에 대한 고지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배임 횡령이 의심된다고까지 우려한 것을 보면 어트랙트가 (정산과 관련해서) 신뢰를 깨트리는 행동을 한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어트랙트는 이에 "영업양도였다"라고 해명했지만 의심이 생긴 멤버들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가 있다.
사실 이번 소송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 멤버들을 향한 비난도 적진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데뷔곡도 아닌 'Cupid' 하나로 대박을 쳐놓고선 정산을 운운하는 게 말이 되냐며 "뉴진스도 아니고"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변호인의 주장은 이른바 'Cupid'로 발생한 수익을 놓고 정산을 안해줬다는 단편적인 해석에 의한 비판과는 전혀 궤가 맞지 않은 측면이 컸다. 어트랙트 변호인 마저 "멤버들을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라고 간곡하게 호소한 것 역시 이 때문이었을 듯하다. 그만큼 '피프티 피프티가 정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려 한다'는 타이틀은 잘못된 시각이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멤버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은 계속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전홍준 대표의 과거 샵 이지혜 서지영 다툼 사건의 의리 이슈에 이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부모들이 상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까지 전홍준 대표를 향한 동정 여론과 맞물려 '통수돌'이라는 타이틀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한편 이에 대해 어트랙트 변호인은 "스타크루이엔티와 멤버들이 계약을 했고 이후 어트랙트를 따로 설립해서 멤버들의 전속계약을 이어갔다. 채권자도 동의를 했다"라며 "스타크루이엔티에 들어오는 매출액이 의도적 누락이 아니라 시간적 차이 때문에 집계가 늦어진 거고 외주업체의 실수 때문에 누락됐다. 외주 업체와 5월에 계약 종료를 했고 그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 확인됐고 정산분도 6월 30일 제출될 예정이었는데 내용증명 시정 요구로 미리 정산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분은 추후 재판부에 제출될 여러 증거 내용을 통해 밝혀질 부분이다.
어트랙트와 더기버스 간의 신뢰가 깨지는 상황도 여러모로 안타까운 느낌이다. 더기버스는 앞선 입장에서 어트랙트가 지급한 곡비에 대해 더기버스가 저작권을 구매했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과거 앨범들의 곡비 지급을 통해 모든 곡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제작자로 자부하시는 분께서 인접권과 저작권에 대해 구분도 못 하시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도 밝혔다. 정말 이 부분을 헷갈렸다면 치명적인 오판 그 이상으로도 비쳐질 수도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안성일 대표 프로듀서의 저작권 꼼수 등록 의혹에 몇몇 거짓말 논란은 법적인 문제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도의적인 책임까지 없어보이진 않는다. 만에 하나 멤버들이 바뀐다 하더라도 피프티 피프티라는 팀명과 'Cupid' 저작권은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떠나서 소송의 결과와는 별개로 어트랙트가 피프티 피프티와 재회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음을 이번 첫 심문기일을 통해 알수 있었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건 피프티 피프티가 지금의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전홍준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자금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오랜 기간 연예계 제작자로 활동했고 피프티 피프티를 론칭하기 위해 작은 회사로 새롭게 시작해서 발품을 팔아가며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했던 그 마음일 것이다.
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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