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밀어붙이는 ‘민주유공자법’, 내 편 위한 ‘운동권 셀프 특혜법’아닌가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7. 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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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종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거세다.

당시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또다시 ‘날치기’ 입법 폭거와 국민 갈라치기를 자행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중에서도 “운동권 출신 민주당 의원들과 주변인들이 법안의 수혜자”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유공자법은 6월 민주화항쟁 등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다른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그 가족들까지 예우하자는 내용이다.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법’에서 관련자로 심의 결정된 892명과 그 가족이 대상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처리 절차도, 내용도 흠결투성이다.

우선 민주당은 여당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국회 소위에서 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간 법안을 처리하면서 ‘입법폭주’라는 반민주적 행태를 일삼은 것이다.

더 심각한 건 민주유공자 대상자 명단과 공적 등 기준이 불분명해 ‘깜깜이’법안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이 법이 제정되면 화염병으로 경찰 7명이 무더기 숨진 ‘동의대 사건’, 친북 논란이 여전한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관련자 등도 민주유공자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 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사건 관련자들도 심사 대상이 된다고 한다.

어디 이 뿐인가.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권을 반대하거나, 미국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미국 경찰에 폭행당한 사람들까지 유공자 신청 가능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황당할 노릇이다.

이러니 “가짜유공자 양산법” “내 편 신분 격상법”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이 때문에 국가보훈부가 대상사 명단과 행적 확인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으나, 국가기록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것은 신청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검증을 막아 끼리끼리 특혜를 나누려는 속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보훈 담당 주무부처가 민주유공자가 누구인지, 공적이 무엇인지, 장해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에도 민주유공자법을 밀어붙이다가 비난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당시 법안에는 민주화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도 의료-교육비와 대입-취업-대출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은 지난 2015년 시행된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이미 5000여명이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가족에게까지 각종 특혜을 주자고 하니 ‘현대판 음서제’ 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법안에는 교육-취업 등 지원이 빠졌지만, 의료- 양로지원과 요양 지원보조 등은 여전히 들어 있다.

하지만 법안이 일단 통괴되면 삭제된 특혜 조항은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다.

군사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화에 앞장선 유공자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소위 민주화 열사들은 그동안 상당한 지원과 혜택을 받아온 상태다.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이후 5000여명이 받은 보상금만 1100억원에 달한다.

민주화운동경력을 ‘훈장’으로 내세워 국회의원, 장관, 지자체장 등 사회적 대우를 받은 이들도 적지않다.

이처럼 적잖은 보상과 혜택이 주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국민 혈세를 투입해 이들은 물론 가족에게도 지원을 하자는 것은 이중삼중의 특혜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이러니 세간에서 “귀족노조 카르텔, 시민단체 보조금 카르텔, 태양광 카르텔에 이어 운동권 카르텔까지 나올 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화는 일부 운동권 세력만의 독점물이라기보다,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 넥타이 부대 등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룬 결실이다.

민주당은 “논란이 되는 사건은 향후 보훈심사위원회 차원의 심의를 거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센 반대 여론에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적 반감만 키울 뿐이다.

국회 원내 제1당으로서 국민 통합에 앞장서진 못할망정, 공정과 정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 법안을 내세워 또다시 국론 분열을 조장해서야 되겠나.

채근담은 “사사로운 은혜를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뭇 사람들의 공론을 지키는 것이 낫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입법독주를 멈추고 법안을 철회하는게 옳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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