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까지 나서 살렸을 정도” 삼성 애물단지, 어떻게 10년 만에 ‘효자’ 됐나 [그 회사 어때?]
10년 만에 매출 10조 클럽 재진입·주주환원 정책도 검토
‘무리하지 않는 수주’ 철칙, 사명 변경 등 친환경 회사 변신 중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삼성엔지니어링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중동을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수주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유가 쇼크’가 시작됐고, 수주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대규모 수주를 따낸 것이 화근이 됐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2013년에만 1조4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 2014년 11월. 삼성그룹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 반대로 공식 무산됐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한없이 추락했다. 합병 결의 당시 7만19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2월 말에 1만450원까지 급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 또다시 조 단위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직접 나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자금난을 벗어났다.
최근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국내외 건설업계의 동반 침체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EPC(설계·조달·시공) 분야 글로벌 강자로 자리잡은 삼성엔지니어링의 ‘10년 반전스토리’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년 만에 ‘매출 10조 클럽’ 재가입에 성공했다. 올해도 영업이익 목표를 상향하는 등 불황 속에서 견실한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환원 정책까지 재추진하며 미운 오리에서 삼성 그룹의 ‘실적 효자’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안에 향후 3개년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지난 2012년 배당을 마지막으로 작년까지 무배당 정책을 이어왔다. 최악의 실적 부진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9.0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근 주식 보유목적에 대해 ‘일반 투자’로 변경하는 등 주주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실적 목표 달성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10조5000억원, 7650억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 7322억원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던 지난해(7029억원)보다 상향한 수치다. 신규 수주 목표 또한 지난해(10조2336억원)보다 17.3% 증가한 12조원으로 잡았다.
다만 지난 상반기 해외로부터 들려온 ‘수주 낭보’는 많지 않았다.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로 진행된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PDH·PP) 프로젝트는 영국과 중국 업체의 컨소시엄에 내줬다. 지난 1월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 프로젝트(13억6000만 달러) 정도가 상반기 수주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화공 부문은 상반기 눈에 띄는 수주가 적었고, 프로젝트 진행 자체도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EPC 비용의 상승과 유가·가스 가격 하락에 따른 발주처와의 마찰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를 중심으로 “연내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국투자증권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8080억원으로 제시한 것을 비롯해 대신증권(8130억원)·KB증권(8000억원)·메리츠증권(7865억원) 등도 긍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7.3%~7.4%에 달할 전망이다.
그동안 주력해 오던 대형 가스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하반기에 결과가 예정돼 있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FEED to EPC(기본설계부터 EPC까지 도맡아 하는 프로젝트)’의 연내 수주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화공 부문에서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와 미국 테일러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등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선별·내실 수주’ 정책이 빛나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입찰 경쟁이 과도해 저가 수주 양상으로 흐르거나, 사업주로부터 EPC 일정이나 공사 수행 등에 과도한 입김이 발생할 경우 무리하게 수주하지 않는 것을 기조로 삼고 있다. 과거 뼈아픈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셈이다.
올해 초 아랍에미레이트(UAE)의 하일앤가샤 프로젝트(20억 달러 규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축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UAE 측과 초기업무계약(PCSA)까지 맺었지만, 비용 문제로 사실상 수주를 철회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결정으로 전해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러한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친환경 플랜트 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서고 있다. 올해를 수소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의 신사업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고 ‘그린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중이다. 오는 2024년 하반기 EPC를 목표로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 사라왁 H2비스커스 프로젝트 등이 CCUS 사업으로 주목된다.
그룹 내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로 꼽히는 남궁홍 사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남궁 사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수소와 탄소중립, 환경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와 협업을 통한 기술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명 변경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주요 시도로 읽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외부 컨설팅 업체 등과 함께 다양한 사명 변경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현재까지 나온 신사명 후보군은 삼성어헤드·삼성퍼스티브·삼성인스파이어 등이다. 플랜트 회사 이미지가 강한 ‘엔지니어링’ 대신 회사의 비전을 담은 새 이름을 선보여 본격적인 신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관련 “현재 내부 의견 수렴 등을 거치고 있는 단계”라면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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