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을학교'…경남 행복교육지구 사업 '논란' 무슨 일?

박종완 기자 2023. 7. 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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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경남행복교육지구③]
백화점·대형마트 문화센터와 유사한 콘텐츠로 양적 팽창 아쉬움

[편집자주]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의회가 행복교육지구 추경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요청한 추경 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현황과 예산 삭감 배경 등을 중심으로 경남행복교육지구 운영을 둘러싼 현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밀양에서 마을교사로 일하고 있는 권해주씨.(본인 제공)

(부산ㆍ경남=뉴스1) 박종완 기자 = 행복교육지구 예산 삭감으로 현재 279개 마을배움터 중 일부는 오는 9월이 되면 폐쇄한다. 일부 마을배움터는 운영 예산 부족으로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마을교사들은 돌봄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마을교사들의 발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마을교사들이 공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교사들의 자질을 폄훼했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본인의 상징적 사업'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행복교육지구는 마을과 학교를 넘나들며 지역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밀양에서 마을교사로 일하는 권해주씨(36)도 박 교육감과 비슷한 의견을 보인다. 권씨는 전통놀이와 체험 등을 아이들에게 공유하며 마을교사로 일하고 있다. 기존 레크레이션보다 활동적인 수업으로 '돌봄' 성격이 짙다.

권씨는 지역소멸과 저출생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행복교육지구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권씨는 행복교육지구 사업과 돌봄 교육이 아이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지 않도록, 마을만의 프로그램을 조성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른과 아이들이 만나 유대를 쌓으며 공동체를 형성하는게 중요하다. 본질은 지도가 아니라 관계 형성"이라며 "행복교육지구는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순기능이 있다. 단순히 경험을 전달하고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를 조성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을배움터를 이용한다면 안전한 도시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어른과 학생이 소통하면서 삭막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또 관계 형성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배제와 폭력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라고 설명한다.

권씨는 "학교에서 뵙는 선생님과 또 다른 어른들이 마을배움터에서 학생과 교감하면서 어른들이 우리를 보살피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관계를 맺는다"며 "인사조차 인색해지는 현재 작은 구심점이 커가면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김해행복교육지구 학생중심 마을학교에서 제빵 수업을 하고 있다.(경남도교육청 제공)

◇양산형 프로그램에 공교육 비판

권씨의 말처럼 순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획일적인 콘텐츠 제공에만 머문다는 지적이 있다. 마을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목공, 제빵, 요리, 커피, 코딩, 새활용, 도예, 댄스, 공예, 아트푸드, 드론 등으로 다양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문화센터와 흡사한 유형이 많다. 이는 마을교사 특성,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인데 콘텐츠의 질적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다.

창원의 40대 한 학부모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진 않지만 비슷한 성격의 예산을 이중 집행하는 부분도 있어 긍정적으로만 보지도 않는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개별적 특징이 없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돌봄 사업은 각 지역에서 예산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또 자녀가 마을배움터에서 다양한 경험을 체득하길 바랐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느껴 다시 사교육으로 눈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마을교사들의 공교육 비판을 지적했다. 그는 "마을교사가 학교 교사들보다 훌륭하고, 더 나은 것처럼 말하기도 하더라"며 "경험의 전수, 돌봄 연장 등을 말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말 한 마디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언행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마을교사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마을교사의 역할이나 분야가 한정적이다 보니 수혜자인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라며 " 마을 교사 스스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일부 마을교사의 공교육 비판은 하고자 했던 의의가 무엇이든 해선 안되는 말이었다고 본다. 마을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pjw_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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