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섬 쥐가오리, 사람들 관심 즐거웠을까 [ESC]

한겨레 2023. 7.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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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지구를 지키는 여행]지구를 지키는 여행 _ 피지
리조트에 들어오는 손님을 환영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걸리는 피지. 5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가수 박진영의 신혼 여행지’가 주된 수식어였던 미지의 섬나라였다. 뉴질랜드에서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 피지에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터였다.

피지로 떠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스쿠버다이빙 때문이다. 33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피지는 ‘연산호의 수도’라 불릴 만큼 해안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화려한 암초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며, 그곳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가자고 친구가 은밀하게 속삭여왔다. 당시 나는 지구 70%를 덮은 바다를 탐험하고야 말겠다는 방랑욕 따위에 사로 잡혀 있었다. 마치 지구의 주인인 양 굴지만, 정작 이 행성의 30%밖에 누리지 못하고 사는 인간의 나약함과 오만함을 마구 비난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리조트의 ‘쥐가오리 투어’

피지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 나디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스쿠버다이빙 ‘오픈 워터 다이버’(세계 어느 곳에서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인증) 자격증을 획득했다. 다음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쥐가오리가 자주 출몰한다는 야사와섬. 쥐가오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오리로, 피지 해역에서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다.

저 멀리서 모래사장이 곡선을 그리고, 푸른 초목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작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정한 리듬으로 떠미는 파도를 타고 섬에 도착하자, 리조트 직원들의 환대가 이어졌다. 전통 의상을 입고 손목에는 화려한 꽃장식을 두른 여자 직원들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양 옆 남자 직원들은 배 모양의 나무 북인 랄리와 대나무로 만든 데루아라는 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더했다. 이것이 바로 피지의 전통 의식인 ‘메케’(Meke)다. 손님을 환영하거나 탄생을 축하할 때, 죽음을 애도할 때 등 중요한 행사에서 치르는 의식이다.

내가 머물던 리조트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투숙객을 모아 쥐가오리가 나타나는 곳으로 이끌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쥐가오리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이런 환경에 살게 되었는지, 쥐가오리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아무것도 모른 채 우르르 몰려 나갔다. 시야에 온통 태평양 바다가 걸리자, 사람들을 태운 여러 대의 모터 보트는 소음과 움직임을 일제히 멈췄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나 역시 얕은 수면에 얼굴을 박고 쥐가오리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기다림이 지루해질 무렵, 사람들은 바닷속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득하게만 보이는 심해에서 검은색 실루엣이 헤엄치는 모습이 보였다. 쥐가오리가 나타난 것이었다. 누군가는 고프로(방수가 되는 여행용 소형 카메라)를 들고 쥐가오리의 꽁무니를 바로 뒤에서 쫓았다. 나는 바닷속 더 깊은 곳까지 다이빙할 수 없기에 위에서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할 뿐이었다. 갑자기 땅을 밟고 싶었다. 인간이 있어선 안 될 곳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음날도 역시 리조트 앞 해변에는 쥐가오리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이 섬을 떠날 때까지 더이상 쥐가오리를 쫓지 않았다. 아니, 쫓을 수가 없었다.

쥐가오리가 살고 있는 피지 야사와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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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배려 없는 일방적 관광

피지 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쥐가오리와 수영하세요(Swim with Manta ray)’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소리 내어 읽었다. ‘스윔’. 무작정 쥐가오리의 뒤꽁무니를 쫓는 게 아니라, 바닷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수영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쥐가오리와의 만남이 내게 불편했던 이유는 쥐가오리를 만났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해양보호단체와 피지 정부는 리조트 쪽에 △쥐가오리에게 인공적인 먹이를 던져 유인하지 말고 △관찰하는 사람들의 수를 제한하라는 강력한 지침을 줬다고 한다. 리조트에서는 의도적으로 쥐가오리를 유인하진 않았지만, 쥐가오리를 쫓으러 갈 시간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모터 보트에 태우며 인원 수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전문 가이드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가이드가 있었다면 이렇게 일러줬을 것이다. “쥐가오리에게 3m 이내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사진을 찍으려고 쫓는 일은 더더욱. 그리고 소음을 내서도 안된다. 쥐가오리가 헤엄쳐 지나갈 때는 숨을 참는 것이 좋다. 야생동물을 배려하는 태도로 쥐가오리를 만난다면, 우아한 날갯짓을 펼치며 360도로 회전하는 경이로운 모습까지 눈앞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야사와 섬에 있는 동안, 쥐가오리와 딱 한 번 만났다. 아마 매일 찾으러 나갔어도 다신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인간은 언제 볼 수 있다는 예측만 할 뿐, 쥐가오리는 언제나 자신만의 시간을 지킨다. 섬을 떠날 시간이 되자, 쥐가오리가 살고 있는 광활하고 망망한 바다를 배경으로 리조트 직원들은 작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Don't forget me when you are far away.’(멀리 있어도 나를 잊지 마세요) 마치 쥐가오리가 내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인 것만 같았다.

피지에서 만난 지속 가능한 포인트
-바다에 들어갈 때는 꼭 산호초에 안전한(Reef-safe)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 쥐가오리는 산호초에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쥐가오리의 움직임이 의미 없지 않도록 꼭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보자.
-쥐가오리를 올바른 방법으로 만나고 싶다면 베어풋 만타 아일랜드 리조트(Barefoot Manta Island Resort)에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이 리조트에서는 피지에 사는 쥐가오리를 연구하는 팀을 조직해 쥐가오리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어와 함께 다이빙하고 싶다면 리조트 베카 라군(Beqa Lagoon)으로 향해 보자. 전문 가이드의 지시를 잘 따른다면 상어와 함께 수영하는 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가이드가 해양 생물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잘 체크할 것. 

글·사진 박진명 <피치 바이 매거진> 에디터

지속 가능한 여행 매거진을 만든다. 현지에서 만든 음식을 맛보며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여행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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