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고속도로·김건희 여사 땅…팩트만 추렸습니다

정재우 2023. 7.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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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당은 국토교통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게 아니냐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벌인다며, 고속도로 건설 계획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2년 전 민주당이 먼저 추진했던 거라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다양한 논란 중 쟁점이 되는 부분을 뽑아 사실관계를 정리해봤습니다.

■논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언제 나왔나?

2017년부터 본격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원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6년만인 올해 5월부터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강상면에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이 추진된 건 지난해 7월부터입니다.

당시 국토부는 타당성 조사를 위해 양평군 등에 검토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양평군은 8일 만에 기존 노선 외에 2개의 노선을 추가로 검토해 달라고 국토부에 회신합니다.

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부에 보낸 회신문(자료 : 민주당 김두관 의원실)


위 그림이 양평군이 당시 국토부에 회신한 안들입니다.

이 중 제1안은, 정부가 원래 추진하던 고속도로 노선(종점 양서면)입니다.

제2안은, 양평군이 새로 추가한 노선(종점 강상면)입니다.

이때까지는 양평군도 원래의 고속도로 노선을 '1안'으로 국토부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올 초 관계기관에 보낸 '2차 타당성 조사 관계기관 협의 요청' 공문을 보면 고속도로 노선은 하나만 나와 있습니다.

원래의 고속도로 노선 대신,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인접한 곳으로 종점을 변경한 노선만 등장했습니다.

올해 1월 국토부가 양평군 등 관계기관에 보낸 협의요청서(자료 : 민주당 김두관 의원실)


이 고속도로 노선은 양평군이 지난해 7월 제시한 제2안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양평군이 제안한 것보다 고속도로 종점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기존 안보다 남양평 나들목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변경된 종점지 5백미터 이내에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었고, 종점 변경으로 이 땅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커진 셈입니다.

국토부는 향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변경안과 기존안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었다며, 노선이 확정돼서 하나만 공개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김 여사 일가의 땅과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 "민주당도 2년 전에 노선 변경 추진했다"

국민의힘은 어제(7일) 새로운 의혹을 들고 나왔습니다.

민주당이 이미 2년 전에 지금과 같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양평군 강하면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강하 IC'를 거론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언론보도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민주당 측은 사실이 완전히 왜곡됐다는 입장입니다.

2021년 당시 양평군수 등이 강하면에 나들목 설치를 검토했던 건 맞지만, 이는 국토부가 추진했던 대안 노선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기존 고속도로 노선을 유지하면서, 강하면 지역에 나들목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관계자들과 양평군 강하면 주민간의 간담회 내용


실제로 당시 간담회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강하면 구간에 IC를 설치해달라는 요구는 있지만, 새로운 '고속도로 노선'이나 '종점지 변경' 내용은 없습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양평군 강하면 운심2리, 지운규 이장과도 통화해 봤습니다.

지 이장은 "당시 추진되던 고속도로의 나들목을 강하면에 꼭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었다"라며 "노선 변경은 모르겠고, IC는 강하면에 해달라고 계속 얘기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은 "우리는 기존 고속도로 노선이 지나가는 운심리 쪽에 IC를 만들어 달라고 한 거였고, 원안을 바꿔 달란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변경안은 같은 강하면이어도 왕창리에 IC를 만들기 때문에 전혀 다른 곳에 IC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년 전 강하면에 IC를 추진한 건 사실이지만, 김건희 여사 땅과 가까운 고속도로 노선을 검토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민주당 입장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땅 진짜 몰랐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은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그 결과 제가 이 사건 전에 김 여사 땅이 그곳에 있단 걸 조금이라도 인지했거나,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변경 추진한 고속도로 노선 종점지 인근에 김건희 여사 땅이 있었던 걸 전혀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평군 병산리에 있는 김 여사 땅에 대해 원 장관에게 질의를 했었습니다.

2022년 10월 6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


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월 6일 국감 현장에서 지번까지 찍어가며 김건희 여사 땅의 토지형질변경과 땅값 상승 문제를 제기했는데, 장관이 당시 정확히 인지하고 확인해보겠다고 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전혀 인지를 못 했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어제 SNS를 통해 "대안 노선이 김건희 여사 집안 땅을 지난다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었다는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 이 또한 황당한 주장"이라며 "국정감사 당시 있었던 '토지형질변경' 논의는 대안 노선과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참 집요하고 악질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땅을 매입한 시기는 언제?


김건희 여사 일가는 양평에 총 29개 필지(축구장 5개 크기)를 보유 중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필지는 이번에 변경이 추진됐던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 몰려 있습니다.

양평군 강상면에 20개 필지가 있고, 강상면과 맞닿은 양평읍에 9개 필지가 있습니다.

위 그림처럼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땅 중 기존에 대통령 재산공개로 알려져 있던 12개 필지는 모두 1987년 김 여사 일가가 상속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땅 외에 병산리에 있는 다른 땅은 김 여사의 가족회사와 오빠 명의입니다.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매입했습니다.

강 건너편 양평읍(병산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땅 9개 필지는 대부분 2005~2007년 사이에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 씨가 매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상속 받거나 오래 전에 매입한 땅이 대부분이지만, 고속도로 계획이 본격 추진된 2017년 무렵 매입한 땅도 일부 있는 겁니다.

■여야, 오는 17일 국토위에서 현안 질의 예정

이번에 논란이 된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은 국토부가 올해 5월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민주당의 특혜 의혹 제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잇따르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야는 오는 17일 국토위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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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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