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3개월 만에 지어진 13층 우리집…모듈러 주택 이정도였어? [부동산360]
공장서 만든 모듈 조립해 공기 40% 단축
내화 기준 통과한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美·英·싱가포르 등은 모듈 주택시장 활성화
국내는 초기 단계, 법령 정비·인식 변화 필요
[헤럴드경제=고은결·이준태 기자] “과거 모듈러 주택에 대한 인식은 컨테이너 하우스 정도였죠. 그런 인식을 빨리 바꾸기 위해 기획 설계 단계에서 ‘힐스테이트’ 수준을 적용해 동등한 자재와 가구를 적용하는 투자를 했습니다. 기존 아파트와 상품성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김경수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소장)
지난 4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최고 13층, 총 106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하고 국토교통부가 지원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했다. 향후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약자 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될 공공임대주택이다.
외관상으로는 일반 아파트와 별다른 점이 없지만 ‘국내 최고층’, ‘건설업의 혁신’ 등 특별한 수식어가 붙는다.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도 짓는다는 마당에 13층짜리 건물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모듈러 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모듈러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갖춰야 하는 등 깐깐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에 기존 최고층은 12층인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한계를 넘었다.
시공을 맡은 김경수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소장은 “해당 아파트는 강진에 견딜 수 있고, 불에 3시간 가량 버텨야 하는 내화 기준을 통과했다”며 “층간소음은 35데시벨(㏈) 이하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공법은 미리 제작한 건축물 주요 구조와 내·외장재를 결합한 일체형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술이다.
이곳도 건물의 뼈대가 되는 콘크리트와 지하 1층, 지상 1~2층은 일반 아파트처럼 건설했다. 그외 아파트의 70~80%는 공장에서 제작해 가져와 쌓아올렸다. 도로교통법상 개별 화물 중량은 25톤(t)을 넘기면 안 돼, 각 모듈 면적은 17㎡로 통일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전체 공사는 13개월 만에 끝났다. 보통 아파트 건설은 약 20~21개월 걸리는데 공사 기간을 40% 줄인 덕에 금융비 등 사업비를 아꼈다. 주요 원자재를 최종 소비 규격으로 주문생산해 자재비도 절감했고, 자재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탄소 저감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이날 둘러본 건물 내부는 접합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일반 아파트와 다른 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인테리어와 건물 내 주민 공동시설 등은 일반 아파트 대비 저렴한 임대주택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각 가구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사용하는 마감재, 세탁기와 에어컨 등 빌트인 가전이 적용됐고, 로봇이 시공한 화장실 타일은 오차 하나 없이 반듯했다. 복도에는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해 각 가구당 1개씩 배정되는 계절창고도 마련돼 있었다.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는 편의시설, 커뮤니티룸, 피트니스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설계에 공들인 이유는 모듈러 주택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김 소장은 “모듈러 주택을 컨테이너 하우스 수준으로 보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획 설계부터 ‘힐스테이트’ 수준의 자재, 빌트인 가전을 적용하는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시 구로구 일대에서는 디자인적 요소를 강화한 모듈러 아파트도 짓고 있다. 이곳은 서울시 프로젝트 ‘디자인 서울 2.0’ 기조에 발맞춰, 건물 입면을 돌출된 부분과 평평한 부분을 교차시켜 입체감을 강조한 외관이 적용될 계획이다.
관련 사업을 통해 모듈러 주택 상품성을 높이면, 향후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간 분양 아파트도 모듈러 공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개별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설업의 새로운 트렌드로도 여겨진다.
김 소장은 “기존 주택은 균일한 품질, 형태의 제품을 내기가 어려운 반면 모듈러 주택은 품질 획일화가 가능하고, 개인별 주문 생산을 통해 각 집의 구조를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건설업이 공장형 산업으로 이뤄지고, 모듈형 주택이 건설업의 미래”라며 “운반을 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동성이 뛰어나 전후 복구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한 모듈러 주택 산업이 궤도에 오르거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듈러 주택을 공급해 신속한 복구를 진행한 영국은 대표적인 모듈러 강국이다. 영국은 세계 최고층 모듈러 건물(44층)을 보유했으며 수많은 전문 설계사·제작사가 있고, 개인용 조립식 주택 시장도 활발하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중저층 목조, 철골조 모듈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는 세계 최초의 32층 철골 모듈러가 있고, 모듈러 전문 제작사도 다수다.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로 2017년부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사전제작 콘크리트(PC) 모듈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인 만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기본 생태계 확보 등이 미진한 상태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온돌 문화’도 시공 난이도를 더 높였다.
김 소장은 “방바닥 온돌 미장을 위해 콘크리트 수분을 말려야 하는데, 목표한 설계 강도를 위한 일정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나라에서 모듈러 주택을 짓는 게 해외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비싼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모듈러 주택 업계는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관련 법령 정비, 모듈러 공법 관련 국가 R&D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김 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은 20층까지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이 있지만 건축·주택·도로교통법상 규제가 증축이나 운송 등의 걸림돌”이라며 “산업 특화를 위한 규제 완화,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 가령 모듈 운반을 할 때 일정 조건을 부여하더라도 (규제를 완화해) 화물 무게를 넘어 범법자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모듈 공급사의 역량 강화와 상품성 향상, 고층화 및 대형 평면 실현을 위한 최적 요소 기술도 확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되면 향후 가격 경쟁력 확보, 자동화, 주문 자재 사용 활성화를 통한 자원 절약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정부를 통한 공급이 아니라 소비자 개별 주문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식이 바뀌는 게 관련 업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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