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영화를 찍더니 달라졌다…다큐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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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구부러진 모습을 보는 게 창피해."
영화 '작은 정원'은 김 씨처럼 카메라에 찍히는 걸 수줍어하기만 하던 할머니들이 당당히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할머니 여덟 명이 단편 극영화 한 편과 장편 다큐 한 편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할머니들은 단편 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와 장편 다큐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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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허리가) 구부러진 모습을 보는 게 창피해…."
올해 여든넷의 할머니인 김숙련 씨가 영상 속 자기 모습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영화 '작은 정원'은 김 씨처럼 카메라에 찍히는 걸 수줍어하기만 하던 할머니들이 당당히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강원도 강릉시 명주동에 사는 할머니 여덟 명이 단편 극영화 한 편과 장편 다큐 한 편을 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할머니들의 모임 이름인 '작은 정원'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달았다.
2011년 텃밭 가꾸기를 함께하며 만들어진 이 모임은 2016년부터 지역 영화인들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배우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할머니들은 단편 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와 장편 다큐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제작했다. 영화인들의 지도를 받아 할머니들이 연출, 출연, 촬영을 직접 했다. '우리동네 우체부'는 서울노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김희자(77) 씨는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 전엔 내가 꼭 상대방만 눈에 보이니 상대방 위주로 살고 뭐든지 양보하고 섭섭한 일이 있어도 참고 이랬는데…. 사진을 찍고 하다 보니 밝아지면서 표현을 많이 하게 되더라."
김 씨만 그런 게 아니다. 집안일만 생각하고 남편 걱정, 자식 걱정만 하면서 살아온 할머니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달라진다.
한 할머니는 화단에 핀 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서 "사랑하는 꽃아,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예쁨을 가지고 있느냐"라며 자작시를 읊는다. 다른 할머니는 집구석에 놓인 오래된 요강을 찍으면서 "시집올 때 해온 건데…. 난 왜 이러고 사나, 내가 사는 게 우습다"라고 독백한다.
할머니들은 언제든지 눈에 띄는 걸 스마트폰에 담으려고 기다란 거치대를 하나씩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할머니들의 새로운 모습에 동네 풍경이 달라진 것 같다.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건 예술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노년엔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는 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예술의 향유와 창조를 빼놓아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공동체도 필요하다. 영화 속 할머니들은 각기 찍은 영상을 함께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 제작은 그들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
이마리오 감독은 "노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삶에 합당한 존엄"이라며 "(그들이 존엄을 누리도록 하는 건) 언젠가는 '폭삭 늙은이'가 될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12일 개봉. 86분. 전체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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