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덤덤한 런치플레이션"… 외식물가, 안 잡나 못 잡나

김문수 기자 2023. 7. 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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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시장 개입하는 정부, 물가 잡힐까] ③1인분에 1만6231원 金겹살, 음식점 사장님도 "힘들다"

[편집자주]지난해부터 식품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연일 '인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단어 '인하'가 뉴스를 장식했다. 계속되는 물가 인상 속 정부가 압박을 가하면서 라면값이 내렸다. 라면 등 일부 식품 가격은 내렸지만 외식물가는 3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물가 상승세는 꺾이는 추세지만 외식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 직장인.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월급 빼고 다 올랐다… 소득-물가 상승률의 괴리
②정부는 왜 라면·소주를 저격했을까
③"이젠 무덤덤한 런치플레이션"… 외식물가, 안 잡나 못 잡나

#. 직장인 이모씨(38)는 최근 회사 인근 광화문에 있는 고깃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삼겹살 3인분에 소주 2병, 냉면 한 그릇을 시키니 8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삼겹살이 서민음식이란 말은 옛말"이라며 "가격이 부담돼 밖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지만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6.9% 뛴 117.43(2020년=100)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3%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외식물가지수는 2020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오름세다.



자장면·삼겹살, 서민음식은 옛말



주요 외식 메뉴 가격 비교.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외식)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기준 삼겹살 가격(100~250g)은 1만6231원으로 1년 전 1만4846원 대비 9.3% 올랐다. 일부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삼겹살 1인분 중량을 줄이기도 한다. 같은 기간 서민 음식 대표격인 김밥은 2908원에서 3200원으로 10.0% 올랐다. 자장면은 6223원에서 6915원으로 11.1% 인상됐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주부 전모씨(45)는 "아이들이 자장면을 좋아하는데 외식비가 너무 올라 부담된다"며 "요즘에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집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자장라면을 해준다"고 말했다.

가파른 외식물가 상승에 서울 시내에서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품목은 8개 품목 중 김밥(3200원) 자장면(6915원) 김치찌개백반(7846원) 칼국수(8808원) 등 4개에 불과했다. 비빔밥(1만192원) 냉면(1만923원) 삼겹살(1만6231원) 삼계탕(1만6423원)은 1만원을 넘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6)도 "음식값도 비싼데 식당에서 대부분 소주 1병을 5000원에 판매한다"며 "웬만하면 음식이나 술을 집에서 먹는다"고 귀띔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정부가 대표 먹거리인 라면과 원료인 밀가루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의 배경엔 외식물가 등 서비스물가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분기 물가상승률 4.7%… 실질소득은 '0.0%'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한 한국은행은 지난 6월 'BOK 이슈노트: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에서 "상품가격보다 서비스물가 지속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외식물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원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물가지속성이란 한번 오름세를 타면 그 흐름이 얼마나 오래가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서비스 물가의 대표 품목인 외식물가는 근원서비스 내 비중(29.1%)이 크고 지속성이 높은 세부 품목의 비중(89.6%)도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서비스물가와 외식물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반면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0%다. 1분기 물가상승률(4.7%)을 반영했을 때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라면값 내려도 분식점 라면값은 못 내린다



정부가 식품 및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사이에도 외식비는 꾸준히 올랐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해 3차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치킨 업계에선 지난 4월 교촌치킨이 치킨값을 올렸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영세 소상공인은 가격 인하 요구에 난색을 보인다. 임차료(부동산을 임대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 인건비, 세금, 전기요금 등을 감당하는 만큼 음식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 안산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2)는 "가게 운영에 따른 대출 이자에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을 합하면 월 600만원 정도 빠져나간다"며 "1000만원 정도 나오던 월 매출도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떨어지는 추세여서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9)는 "매달 임차료만 400만원이 나가는 데다 공과금 납부로 부담이 크다"면서도 "지난해 임차료 부담으로 한차례 가격을 올려서 이젠 음식값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라면 출고가 인하가 분식집 라면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소상공인이 내는 지출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임차료, 전기료, 수도세, 가스비, 인건비, 대출이자 등 각종 비용이 다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원자재 비용이라는 단일 요소의 비용 인하가 실질적으로 지출하는 총비용의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해 가격 인하라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음식점 외식비 인하 전망에 선을 그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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