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라면·소주를 저격했을까
[편집자주]지난해부터 식품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연일 '인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단어 '인하'가 뉴스를 장식했다. 계속되는 물가 인상 속 정부가 압박을 가하면서 라면값이 내렸다. 라면 등 일부 식품 가격은 내렸지만 외식물가는 3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①월급 빼고 다 올랐다… 소득-물가 상승률의 괴리
②정부는 왜 라면·소주를 저격했을까
③"이젠 무덤덤한 런치플레이션"… 외식물가, 안 잡나 못 잡나
단 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발언 이후 농심이 가격 인하를 발표한 기간이다. 오르는 건 쉬워도 내리는 건 어렵다는 가격이 9일 만에 정리됐다.
7월1일부터 주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됐다. 농심은 신라면 출고가를 4.5% 내렸다.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이 50원 낮아졌다. 오뚜기는 스낵면, 참깨라면, 진짬뽕 등 15개 라면 제품을 평균 5.0% 내렸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삼양라면은 불닭볶음면을 인하 대상에서 각각 제외했다.
이번 가격 인하는 추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6월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9~10월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50% 내려갔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판매가격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라면업계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업계는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대비 내렸지만 국내 소맥분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고 여러 요소가 맞물리며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 가격이 내려도 원가에 반영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며 전분 및 기타 농산물 가격, 인건비, 에너지비도 다 올라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액상 스프에 들어가는 설탕 가격도 상승세다"라고 설명했다.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톤(t)당 633.4달러로 연초 대비 15.7% 올랐다.
라면 3사는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9~10일 만에 모두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요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압박이 세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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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획재정부, 국세청은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당분간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류업체는 소주 출고가 인상을 고려 중이었다. 대한주정판매는 4월 소주의 원료인 주정(精髓)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평균 7.8%를 인상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올렸다. 전례 없는 2년 연속 인상이다.
대한주정판매는 국내 주정 제조회사가 지분을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 전담 회사다. 국내 주정회사가 생산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고 있다. 소주 제조사는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소주를 만든다.
지난 2월에는 소주병 가격이 약 22%, 소주 병뚜껑 가격이 약 16% 올랐다. 이 밖에도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 제반 비용 증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추 부총리의 '말' 이후 동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콕' 집은 가격 인하 요청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품목에 대해 인하를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물가는 통화정책으로 제어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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