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추격전 끝 회항까지...선사 갈등에 승객만 불안
[앵커]
지난달 말, 인천에 있는 항구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항했던 여객선이 다른 여객선을 쫓아 항구로 돌아가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 황당한 사건의 배경에는 같은 항로에서 경쟁하는 두 선사 간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임예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서히 항구로 들어오는 여객선 뒤로 다른 여객선 한 척이 다가옵니다.
먼저 도착한 여객선에서 차량이 줄지어 내리는 동안, 뒤따르던 여객선도 나란히 정박합니다.
항구로 돌아가는 A 여객선을 추격해, B 여객선이 따라 입항하는 장면입니다.
A 여객선이 관제센터에 보고한 것보다 3, 4분 늦게 출발한 게 화근이 됐습니다.
[A 여객선 선장 : 쫓아오니까 제 입장에서는 심리적 공황 상태라고 그래야 하나? 스트레스도 상당했고요.]
급기야 출항 10여 분 만에 뱃머리를 돌린 B 여객선은 확성기로 욕설하며 A 여객선을 뒤쫓다 회항까지 한 건데,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다른 배편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얼핏 해프닝처럼 보이는 황당한 추격전과 회항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여객선사 양측 모두 해운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배경에는 같은 항로에서 경쟁하는 두 선사 사이 해묵은 다툼이 있습니다.
항로를 단독 운항하던 A 선사가 지난 2015년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경쟁이 필요하다고 보고 B 선사를 추가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갈등은 시작됐습니다.
이후 두 회사는 선박 운항 방식을 놓고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분쟁을 이어왔고, 지난 5월에는 양측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인 끝에 맞고소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이 반복될수록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해양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길영 /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교수 : 늦게 나가서 도착시간 맞추려면 빨리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과속 운항, 진로 방해 운항, 기상 안 좋을 때 출항하고 경쟁 운항 이렇게 하다 보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경쟁사를 향한 적개심 속에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현장대응체계를 엄격히 관리해 갈등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임예진입니다.
촬영기자: 이수연
영상편집: 문지환
그래픽: 강민수
YTN 임예진 (imyj7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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