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커지는 불확실성…리스크 떠안는 K반도체
尹정부 "단기 수급 제한적"…업계 진짜 시름은 '불확실성'
미중 반도체 패권 갈등, 중간에 낀 우리 기업은 '불안 연속'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거침없다. 미국은 기술과 장비, 중국은 원자재를 무기화해 '수출 통제'라는 카드로 서로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기업은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커지는 형국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8월부터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 43만kg 중 42만kg, 게르마늄 생산 14만kg 가운데 9만 5천kg을 담당한다. 중국이 사실상 독과점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원자재다.
EU(유럽연합)는 갈륨을 핵심적인 산업 원료로 분류한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집적회로와 LED(발광다이오드), 태양광 패널을 위한 광전지 패널 등에 갈륨을 사용한다. 게르마늄도 광섬유와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필수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수출 통제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갈륨이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탓이다. 이 반도체는 실리콘(Si)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해 전력 절감 등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25년 GaN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공급망 영향을 점검하고 단기간 수급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고 재고도 확보돼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영향을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갈등 심화가 진짜 시름거리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는 미중 갈등이 낳은 또 하나 추가된 '불확실성'이란 뜻이다.
'칩4 동맹' 추진을 시작으로 미국의 반도체법과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는 중국을 겨냥했지만,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에 부담이 됐다. 이어 중국이 미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로 보복하자, 미국은 우리 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까지 더했다. (참고기사 : 美中 반도체 전쟁 '태풍' 부는데…韓 반도체, '촛불' 신세)
나아가 일본과 네덜란드도 동맹인 미국에 힘을 보탰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슈퍼을'로 불리는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최근 이전 세대 기술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수출도 의무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의 이번 원자재 수출 통제도 이 같은 미중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매각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론 해당 기업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윤석열 정부는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한다)' 외교 정책에서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과 한다)'로 선회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의 몽니가 우리나라를 향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최소한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가정(假定)의 가정'이지만 기업에 가장 큰 리스크가 '불확실성'이라는 점에서 나온 우려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만큼 큰 리스크는 없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반도체와 배터리 등 우리나라의 수출 경제의 핵심 산업은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불확실성 심화 속에서 2분기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천억 원으로 1분기(6402억 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분기 4조 58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부가 2분기엔 적자를 3조 원대까지 축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참고기사 : 최악은 피했다…삼성전자 2분기 '실적 선방'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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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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