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이젠 안 먹습니다”...한국과 닮았던 보신탕 사랑, 변심도 비슷하네 [신짜오 베트남]

[신짜오 베트남 - 253]여러분들은 개고기를 드시나요.

참고로 저는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먹어본 적은 있습니다.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이던 과거, 제가 다니는 회사 인근에 서울에서 유명한 개고기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는 자타공인 개고기를 사랑하는 몇몇의 선배가 계셨습니다. 그렇게 선배손에 끌려가 처음 개고기를 접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식탁위에 놓여진 쟁반위에는 먹음직스럽게 세팅된 수육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뜻 손이 나가질 않더군요.

하릴없이 오이만 집어먹다가 눈 딱 감고 수육 한점을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딱 둘이었습니다. 모르고 먹으면 이게 개고기인지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굳이 비싼 돈 내고 이걸 먹어야 할 만큼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 선배들 손에 끌려다니며 개고기집을 몇 번 가긴 했지만 거부감은 여전해 거의 고기를 먹지 않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그 개고기집 자리에는 다른 술집이 들어섰고, 저는 그 이후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장사가 꽤나 잘됐던 개고기집이 문을 닫고 업종변경을 한 이유에는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한 몫했을 것입니다.

전세계 동물애호가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했으니까요. 또 한국의 애견 인구가 늘면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진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애견인구의 증가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국 한국에서 개고기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한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거친 해석도 가능합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닮은 것이 참 많은 나라인데요. 개고기를 먹는 풍습도 꼭 닮았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도 개고기 식용 문화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전 베트남의 한 언론사는 사라져 가는 개고기 문화에 대한 기사를 비중있게 실었습니다.

기사는 개고기를 먹을 것인가를 놓고 가족들이 투표를 한 일화에서 시작합니다. 그 결과 20명 중 12명이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손을 들었고, 개고기 애호가였던 기사의 주인공은 끝내 개고기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이유도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개는 인간의 친구인데 어떻게 먹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베트남은 아직 1인당 GDP가 4000달러대의 중진국이지만, 최근들어 가파르게 애견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베트남 역시 단기간 압축성장에 나서면서 다양한 국민소득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고방식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간에 개고기 식용문화가 끼어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40년 넘게 개고기를 파는 한 70대 노인은 “개고기가 이렇게 적게 팔려나간 적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한때 하노이의 개고기 거리에는 12개가 넘는 도살장이 운영됐지만 지금은 2~3개로 줄었다고 합니다.

기사에는 개고기에 관한 실시간 설문 내용이 첨부되어 있는데 흥미롭습니다.

‘예전에는 먹었는데 지금은 포기했다’가 46%를 차지한 가운데, ‘나는 먹은 적이 없다’가 32%로 뒤를 이었습니다. ‘아직도 먹는다’는 22%였습ㄴ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예전에는 먹었다가 포기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 추이가 앞으로 이어진다면 개고기 식용문화는 더 빨리 사라질 공산이 큽니다. 글로벌 교역에 나설때 상대 국가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고기 문화 하나만 봐도 베트남은 한국의 과거를 떠오르게 합니다. 전기차업체인 빈패스트를 축으로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베트남이 지금 속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까요. 개고기를 포기하는 베트남의 향후 성장 추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