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中 경제 정점론…탈출하라, ‘알타시아’로[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3. 7. 8. 06:01
위기감 느낀 시진핑 정부, 연일 경기 부양 나서나 효과 불투명
“피크 아웃 차이나(peak out china).”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5월 생산자 물가, 소매 판매, 산업 생산, 고정 자산, 부동산 등 대부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게 발표된 이후 곧바로 나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첫째, 2년 전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부터 해결하지 못했다. 1921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되는 2021년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에 취임했던 시 주석은 그 어느 것보다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임무였다.
하지만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두터워지고 이 계층에 속하는 인민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어 오히려 작년 10월 절대 군주에 해당하는 ‘영수’에 등극했다.
둘째, 목표 성장률을 연속해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 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 통수권자의 능력 평가에 직결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5%를 놓고 중국 내부적으로는 예상 선인 4%를 웃돈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목표 성장률 하단인 5%에도 못 미친 것에 주목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 증후군은 오히려 더 두터워지는 상황이다. 임금‧금리‧세율‧땅값‧행정규제 분야에서의 5고(高)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중국 경제 앞날도 밝지 못하다.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 생산성)로 성장 잠재성을 추정해 보면 노동 섹터에서는 ‘인구 절벽’, 자본 섹터에서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그리고 총요소 생산성 섹터에서는 부정부패와 제도 미비 등으로 2030년부터는 3% 달성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셋째, 위안화 국제화 과제도 흔들리고 있다. 시 주석이 영수로 등극한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의 바로미터인 위안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서 급기야 포치선(1달러=7위안)마저 내주는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위안화 가치가 올해 안에 7.3위안대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전후로 두 단계로 나뉜다. 1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준비 통화에 편입될 만큼 성과를 냈던 시기다. 2기에는 1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탈달러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의 견제에 밀리는 분위기다. 위안화의 가치가 흔들린다면 탈달러화 구상은 요원한 일이다.
넷째, 올해 선진 7개국(G7) 정상 회의에서 이탈리아의 탈퇴 논의를 계기로 일대일로 계획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참가국의 경제 예속화’라는 숨은 의도를 품고 있었던 이 계획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초기 참가국인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이 국가 부도에 몰리면서 IMF에 손을 벌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들어서는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중남미 세력 확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종속 이론이 중국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일대일로의 전신인 해외 자원 확보 계획에 참가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 주권 찾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이외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 경제 다극화 현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미국과의 미래 국부 싸움인 경제 패권 다툼에서도 밀리는 분위기다. 시 주석의 또 다른 야심작인 ‘제조업 2025’ 계획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굴기 구상에 막히면서 작년부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2차전지·전기차·우주항공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여섯째, 공산당 대회 이후 시 주석이 도입했던 중국 경제 운영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덩샤오핑 체제 이후 중국 경제를 지탱해 왔던 양대 축인 개방 경제와 시장 경제가 각각 폐쇄 경제, 계획 경제로 선회했다. 핵심 경제 부처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학파보다 시 주석의 동문이 주축이 된 순수 국내파로 채워졌다.
10년 전 시 주석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외국 기업의 이탈세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훼손할 정도로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별로는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메가 캡 8’이 이탈하고 있는 점이 중국으로서는 더 우려된다.
탈중국 외국 기업이 가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본국으로 환류되는 ‘리쇼어링’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속한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 대체 투자지를 찾는 ‘알타시아(Altasia)’ 움직임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한 알타시아는 대체라는 뜻의 ‘알터네이티브(Alternative)’에 ‘아시아(asia)’를 합친 용어다.
알타시아는 개별 국가로 따지면 중국을 대신할 수 없지만 기술력은 일본‧한국‧대만‧인도가 뛰어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자원이 풍부하다. 금융과 물류 서비스는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더 매력적으로 받쳐 줄 수 있고 방글라데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의 인건비는 저렴해 중국을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중국 대탈출(Great China Exodus)’로 비유되는 외국인 자금과 외국 기업의 이탈은 중국 경제의 앞날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시 주석 취임과 함께 경기 순환 차원에서 제기된 ‘경착륙’ 우려가 공산당 대회 이후에는 경제 발전 단계가 한 단계 추락하는 ‘중진국 함정’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에서 중국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장기 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 디지털 위안화 등을 통한 시 주석의 최대 책무인 ‘팍스 시니카’ 구상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뒤로 후퇴했다는 쇠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시 정부는 정책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연일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 불투명하다. 성장 장애 요인들이 구조적 복합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단기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한국 기업은 디리스킹 차원에서 리쇼어링과 알타시아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피크 아웃 차이나(peak out china).”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가 5월 생산자 물가, 소매 판매, 산업 생산, 고정 자산, 부동산 등 대부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게 발표된 이후 곧바로 나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중국 경제 정점론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타이타닉호가 암초를 만난 위급한 상황에서 선장의 판단 미스가 침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던 것처럼 위기 국면에 놓여 있는 중국 경제가 시 주석이 제대로 조정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첫째, 2년 전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부터 해결하지 못했다. 1921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되는 2021년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에 취임했던 시 주석은 그 어느 것보다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임무였다.
하지만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두터워지고 이 계층에 속하는 인민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어 오히려 작년 10월 절대 군주에 해당하는 ‘영수’에 등극했다.
둘째, 목표 성장률을 연속해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 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 통수권자의 능력 평가에 직결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5%를 놓고 중국 내부적으로는 예상 선인 4%를 웃돈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목표 성장률 하단인 5%에도 못 미친 것에 주목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 증후군은 오히려 더 두터워지는 상황이다. 임금‧금리‧세율‧땅값‧행정규제 분야에서의 5고(高)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중국 경제 앞날도 밝지 못하다.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 생산성)로 성장 잠재성을 추정해 보면 노동 섹터에서는 ‘인구 절벽’, 자본 섹터에서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그리고 총요소 생산성 섹터에서는 부정부패와 제도 미비 등으로 2030년부터는 3% 달성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셋째, 위안화 국제화 과제도 흔들리고 있다. 시 주석이 영수로 등극한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의 바로미터인 위안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서 급기야 포치선(1달러=7위안)마저 내주는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위안화 가치가 올해 안에 7.3위안대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전후로 두 단계로 나뉜다. 1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준비 통화에 편입될 만큼 성과를 냈던 시기다. 2기에는 1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탈달러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의 견제에 밀리는 분위기다. 위안화의 가치가 흔들린다면 탈달러화 구상은 요원한 일이다.
넷째, 올해 선진 7개국(G7) 정상 회의에서 이탈리아의 탈퇴 논의를 계기로 일대일로 계획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참가국의 경제 예속화’라는 숨은 의도를 품고 있었던 이 계획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초기 참가국인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이 국가 부도에 몰리면서 IMF에 손을 벌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들어서는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중남미 세력 확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종속 이론이 중국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일대일로의 전신인 해외 자원 확보 계획에 참가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 주권 찾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 이외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 경제 다극화 현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미국과의 미래 국부 싸움인 경제 패권 다툼에서도 밀리는 분위기다. 시 주석의 또 다른 야심작인 ‘제조업 2025’ 계획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굴기 구상에 막히면서 작년부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2차전지·전기차·우주항공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여섯째, 공산당 대회 이후 시 주석이 도입했던 중국 경제 운영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덩샤오핑 체제 이후 중국 경제를 지탱해 왔던 양대 축인 개방 경제와 시장 경제가 각각 폐쇄 경제, 계획 경제로 선회했다. 핵심 경제 부처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학파보다 시 주석의 동문이 주축이 된 순수 국내파로 채워졌다.
‘리쇼어링’ 또는 ‘알타시아’
시 주석이 영수에 등극한 이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제로 코로나 대책을 풀면서 리오프닝 효과를 크게 기대했던 시 주석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양회 대회 이후 채권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자금 이탈세도 심상치 않다.
10년 전 시 주석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외국 기업의 이탈세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훼손할 정도로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별로는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메가 캡 8’이 이탈하고 있는 점이 중국으로서는 더 우려된다.
탈중국 외국 기업이 가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본국으로 환류되는 ‘리쇼어링’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속한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 대체 투자지를 찾는 ‘알타시아(Altasia)’ 움직임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한 알타시아는 대체라는 뜻의 ‘알터네이티브(Alternative)’에 ‘아시아(asia)’를 합친 용어다.
알타시아는 개별 국가로 따지면 중국을 대신할 수 없지만 기술력은 일본‧한국‧대만‧인도가 뛰어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자원이 풍부하다. 금융과 물류 서비스는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더 매력적으로 받쳐 줄 수 있고 방글라데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의 인건비는 저렴해 중국을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중국 대탈출(Great China Exodus)’로 비유되는 외국인 자금과 외국 기업의 이탈은 중국 경제의 앞날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시 주석 취임과 함께 경기 순환 차원에서 제기된 ‘경착륙’ 우려가 공산당 대회 이후에는 경제 발전 단계가 한 단계 추락하는 ‘중진국 함정’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에서 중국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장기 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 디지털 위안화 등을 통한 시 주석의 최대 책무인 ‘팍스 시니카’ 구상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뒤로 후퇴했다는 쇠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시 정부는 정책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연일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 불투명하다. 성장 장애 요인들이 구조적 복합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단기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한국 기업은 디리스킹 차원에서 리쇼어링과 알타시아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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