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권 2년 차에 더 커진 기재부 파워
한훈 전 통계청장은 농식품부 차관행
한덕수·김대기·최상목 등 기재부 출신
박근혜 정부 당시도 주형환·이석준 등
거시적인 안목에 기획·정무 역량 우수
“기재부 출신 예산 협상 유리” 인식도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각에 나선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중용하는 추세가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기재부 출신 인사는 지난해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 곳곳에 진출했다. 이달 6일 실시한 차관급 정무직 인선에서도 임명된 사람의 절반가량이 기재부 관료로 채워졌다. 주요 부처 장·차관 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꿰찼던 박근혜 정부 후반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 윤 정부 2년 차에도 여전한 기재부 출신 선호도
8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정무직 차관급 6명과 대통령 특별보좌관 1명 등 총 7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정무직 차관급 6명 중 고광효 관세청장, 김윤상 조달청장, 이형일 통계청장 등 3명은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에서 고 청장은 세제실장, 김 청장은 재정관리관, 이 청장은 차관보로 각각 근무했다.
지난달 29일 단행된 첫 번째 장·차관급 인선에서도 기재부 출신 인사 발탁은 눈에 띄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훈 통계청장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전체 개각 규모에 비해선 적은 숫자였으나, 두 사람의 주요 이력이 농식품부·해수부와 밀접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재부 출신 중용이란 말이 나왔다.
이런 장면은 작년 5월 윤 정부가 출범한 이래 반복해서 등장했다. 정권 ‘투톱’ 격인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기재부 출신이다. 한덕수 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김대기 비서실장은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을 역임했다.
총리실 2인자로 장관급인 방문규 국무조정실장도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윤 정부 경제팀 핵심 라인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상목 경제수석,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경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부 부처 요직 상황도 비슷하다. 기재부 재정관리관 출신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5월 복지부 1차관에 임명되고 불과 5개월 만에 복지부 장관으로 초고속 영전했다. ‘역도 영웅’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전임자인 조용만 전 차관도 기재부에서 기조실장까지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이 밖에 고광효 관세청장의 전임자인 윤태식 전 청장, 김윤상 조달청장의 전임자인 이종욱 전 청장을 비롯해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 강완구 국방부 기조실장,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김병규 경남도 경제부지사,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도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 “개인 역량 좋고, 모든 사안 큰 틀에서 봐”
사실 기재부 출신이 정부 부처 고위 관료로 넓게 퍼져 나가는 게 윤 정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그랬지만, 박근혜 정부도 기재부 출신을 특히 중용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기재부 1차관 출신인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차관보 출신인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있다.
또 기재부 2차관까지 지낸 이석준 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도 기재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복지부 차관과 미래부 1차관을 지냈다.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최경환 부총리 등 당시 정권 실세 상당수가 부지런하고 유능한 기재부 출신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가 기재부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란 조직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특정 부처나 지역 논리에서 벗어나 모든 사안을 큰 틀에서 바라보며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기재부 공무원이 실무와 기획, 정무 등의 영역에서 고루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기에 예산 확보가 매우 중요한 지방 정부에서도 기재부 출신이 주목받고 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부시장이나 경제부지사 상당수가 기재부 출신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모든 정부 조직이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데, 기재부를 상대하는 사람이 같은 기재부 출신이면 논의가 아무래도 한결 수월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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