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GS건설이 소환한 '애니콜 화형식'…삼성 '갤럭시 신화' 밑거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비싼 휴대폰, 고장나면 누가 사겠습니까?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
지난 1995년 3월 9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가 앞서 가던 모토로라, 노키아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휴대폰을 생산한 탓에 불량률이 높아지자 대노했다. 그 당시 불량률은 최고 11.8%까지 치솟았고,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애니콜'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 선대회장은 이 사태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이후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는 직원 2천여 명이 '품질확보'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모였다. 이들은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운동장 한 가운데에 500억원어치의 '애니콜'을 쌓아 부수고 불을 붙였다. 당시 삼성전자 무선부문 이사였던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혼이 깃든 제품이 불구덩이 속에서 타들어가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내부 분위기는 이 선대회장의 이 같은 행동이 과하다고 평가했지만, 이 사건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화'를 만들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서는데 '약'이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이 최근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전면 재시공 방침 발표 때 거론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4월 말 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GS건설이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하락했다고 판단해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애니콜 화형식'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GS건설은 사과문 말미에 "마지막으로 저희는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이건희 선대회장)'의 마음으로 입주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시일 앞당겨라"…'승부사' 이건희, '갤럭시S'로 시장 흔들어
삼성전자는 '애니콜 화형식' 이후 스마트폰의 품질을 대폭 개선했다. 덕분에 17년 후인 2012년에는 글로벌 시장에 약 4억 대의 단말기를 출하하며 애플을 제치고 연간 기준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휴대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던 지난 2009년 10월 '옴니아2'를 출시했지만, 떨어지는 성능과 무리한 마케팅에 '무늬만 스마트폰'이라는 혹평으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이른바 '삼성 특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며 가장 먼저 휴대폰 사업을 챙겼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삼성전자의 모든 역량을 집결하라"며 스마트폰 사업부에 '갤럭시S'의 판매량을 100만 대까지 끌어올리라는 특명을 내렸다.
"출시를 앞당기라"는 이 선대회장의 특명에 따라 출시일 역시 애플 '아이폰4'의 공개일이었던 2010년 6월 8일로 정해졌다. 당시 열세에 처해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과의 정면승부를 하게 된 셈이다.
이날 출시된 '갤럭시S'는 윈도우 모바일을 운영체제(OS)로 탑재했던 '옴니아2'와 달리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했다. 하드웨어 스펙도 같은 해 출시된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들 중 가장 앞섰다.
실제로 당시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통신사별 최고 스마트폰' 부문에서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티모바일 모두 '갤럭시S'를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기도 했다.
덕분에 '갤럭시S'는 이 선대회장의 주문대로 출시 70여일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기록했다. 이어 출시 7개월만에는 글로벌 판매량 1천만 대를 돌파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초로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성공을 거뒀다.
◆ 2012년부터 글로벌 1위…삼성전자 효자등극 '스마트폰'
'갤럭시S'가 당시 세계 1위였던 아이폰 못지않은 성능과 품질로 국내외 시장에서 쌓은 '신뢰'는 이듬해 출시된 '갤럭시S2'에서 빛을 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5개월만에 1천만 대가 팔리며 최단 기간 판매 신기록을 세워 지금도 '희대의 명기(名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2011년 3분기에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11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천8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1천700만 대 수준의 애플과 1천680만 대 수준의 노키아에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과 동률을 이루거나 한 때 화웨이에 역전을 당하기도 했지만, 연간으로는 꾸준히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동안 '갤럭시S23' 시리즈의 흥행 성과에 힘입어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애플(21%)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는 이 선대회장의 혜안이 현실이 되며 MX사업부는 현재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MX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 3분기에 처음으로 10.9%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달성했고, 지난 2012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4조2천7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영업익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도 '반도체 한파'로 DS부문이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MX사업부는 시장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 3조9천400억원을 거두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성장은 '애니콜 화형식'까지 치른 이 선대회장의 '품질 경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OS의 점유율도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였던 삼성전자 갤럭시의 승승장구를 바탕으로 커질 수 있었다"며 "당시 개방형 플랫폼이라 완성도가 들쭉날쭉했던 안드로이드폰 사이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독보적인 품질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성공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은 이 선대회장의 '품질 경영'과 '초격차 투자'를 발판으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앞으로 '제2의 신경영'을 앞세운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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