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7G 타율 .524 비상…‘영수매직’이 부린 마법 “타격은 결국 마음이 합니다” [오!쎈 인터뷰]
[OSEN=잠실, 이후광 기자] 퇴출 위기에 몰렸던 외국인타자가 전담 코치 배정과 함께 7경기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로 비상했다. 두산의 ‘영수매직’은 호세 로하스(30)에게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말 퓨처스 선수단에 있던 이영수 타격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이 감독은 “로하스를 위해 이영수 코치가 2군에서 합류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연습을 해서 로하스가 낯설지 않아 한다. 이영수 코치에게 로하스와 관련한 모든 것을 맡겼다”라고 설명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로하스를 살리기 위해 과외 선생을 붙인 것이다.
총액 100만 달러에 두산맨이 된 로하스는 6월 28일 잠실 NC전까지 55경기 타율 1할9푼2리 10홈런 27타점 OPS .678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도중 2군에 한 차례 다녀왔지만 퓨처스리그 성적 또한 7경기 2할 2타점에 그쳤고, 복귀 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스프레이히터인 로하스는 예상을 깨고 10홈런(공동 7위) 고지를 밟으며 그나마 1군에서 생존할 수 있었지만 홈런마저 6월 4일 수원 KT전 이후 한 달째 나오지 않았다.
그런 로하스가 이영수 코치 합류와 함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6월 30일 울산 롯데전 3안타로 반등 계기를 마련하더니 7월 2일 롯데를 만나 안타와 볼넷 2개로 3출루했고, 포항으로 이동해 4~6일 삼성 상대로 8타수 5안타 5볼넷 활약하며 상승세를 이었다. 7일 잠실 키움전에서도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 활약한 로하스의 최근 7경기 성적은 타율 5할2푼4리 4타점 9볼넷 OPS 1.381에 달한다.
코치 1명이 추가됐을 뿐인데 전혀 다른 타자가 된 로하스. 영수매직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7일 잠실에서 만난 이영수 코치는 “심리적 불안감을 떨쳐내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복잡한 걸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라며 “비록 시즌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부터라도 잘할 수 있도록 당근도 줬다가 심한 말도 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자신감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 덜 다가서는 편이지만 처음에는 매 타석마다 피드백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기술보다 멘탈을 집중 관리하며 로하스가 본래의 실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코치는 “로하스가 6월 이천으로 내려왔을 때 활기찬 모습이었다. 나한테 장난도 많이 쳤다. 그런데 다시 1군에 올라가니까 경직되더라. 압박감이 크다는 걸 느꼈다”라며 “지금은 마음이 바뀌면서 기술적인 부분이 하나씩 좋아지고 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타이밍이 좋아졌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전담코치가 생기면서 자기 편이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2010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 이 코치는 2014년 상무 피닉스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까지 4년 동안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들의 기술 및 멘탈 향상을 도우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한유섬(SSG), 김헌곤(삼성), 문상철(KT), 황대인(KIA) 등 KBO리그 주축 타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이 코치는 2018년 삼성 2군 타격코치를 통해 KBO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해 1군 타격코치로 승격돼 2년 동안 삼성 1군 타격 파트를 담당했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타격보조코치로 삼성 라인업의 세대교체를 뒷받침했다.
작년 10월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코치진 인선 과정에서 구단에 직접 이 코치 영입을 제안했다. 이 감독은 이 코치와 같은 대구 출신에 2013시즌 삼성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한 인연이 있다.
삼성 시절 호세 피렐라를 가르친 경험 또한 로하스 살리기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됐다. 이 코치는 “삼성에 있을 때 피렐라를 가르치면서 외국인선수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피렐라가 일본에서 실패한 요인은 그 쪽은 외국인선수를 배려 하지 않는 문화가 조금 있다. 나는 처음 온 어린선수, 외국인선수 모두 대화를 많이 하면서 친근감 있게 다가간다”라고 전했다.
로하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코치는 “상무 코치 시절부터 느낀 부분은 결국 기술을 써먹으려면 멘탈이 돼야 한다. 로하스는 그게 안 됐다”라며 “아마 로하스에게 내가 만만했을 수도 있다. 편하게 장난을 많이 쳤다. 삼성 시절 피렐라도 그랬다. 그런데 그런 관계를 맺어야 마음 속 이야기를 하고 야구도 편안하게 한다”라고 자신만의 지론을 밝혔다.
이 코치는 국내 선수들에게도 늘 멘탈을 강조한다. 결국 타격은 사람, 다시 말해 마음이 하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경기할 때는 무조건 단순해야 한다. 마음이 바뀌면 타격 자세도 바뀐다”라며 “상무 코치 시절 선수들이 전역하면 '이영수 코치님이 멘탈적으로 도움을 줬다'라는 말만 한다. 나는 기술도 가르쳤는데 말이다. 결국 멘탈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 말을 먼저 하는 것이다. 타격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체크 안하고 자세만 체크하면 악순환이 지속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로하스의 롱런을 향한 조건으로 역시 ‘일정한 멘탈’을 꼽았다. 그는 “로하스가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 다만 지금의 마음만 일정하게 유지한다면 계속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불안해 하면서 결과를 신경 써도 안 된다. 지금 치는 것만 봐서는 장점이 참 많은 타자다”라고 로하스의 꾸준한 활약을 기원했다.
로하스는 7일 경기 후 "최근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 타석에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라며 "이영수 코치님께서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주신다. 많은 도움이 되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과외 선생님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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