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핀 스트라이프 에이스’였는데..계속 추락하는 세베리노[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한 때는 최고의 명문 구단을 이끄는 특급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제는 갈수록 영광에서 멀어지고 있다.
뉴욕 양키스는 7월 7일(한국시간)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서 참패를 당했다. 1-14 무려 13점차 대패. 볼티모어는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양키스타디움에서 양키스를 초토화시켰다. 볼티모어에 참패한 양키스는 3연승을 질주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승률 0.545(48승 40패) 동률이 됐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공동 3위다.
이날 패배의 원인은 단연 마운드였다. 양키스는 4회까지 마운드가 13점을 허용했다. 3회에만 7점을 내주며 마운드가 붕괴한 양키스는 타선도 의욕을 잃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쳤다. 마운드 붕괴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선발투수에게 있었다. 바로 루이스 세베리노다.
세베리노는 이날 2.2이닝만에 10피안타(1피홈런) 7실점을 기록했다. 1회 1점을 주며 불안하게 시작한 세베리노는 2회 안타 2개를 내줬지만 간신히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냈다. 하지만 3회 붕괴했고 3회를 다 마치지 못하고 강판됐다. 세베리노가 무너진 시점에 경기의 승패는 사실상 결정됐다.
붕괴한 세베리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7.38이 됐다. 충격적인 부진 끝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던 토론토의 알렉 마노아(ERA 6.36)보다도 더 좋지 못한 수치다. 그리고 대량 실점은 이날이 처음도 아니었다.
세베리노는 최근 7번의 등판에서 무려 37실점을 했다. 자책점이 33점. 이날 경기는 세베리노의 올시즌 3번째 '7자책점' 경기였다. 세베리노는 6월 3일 LA 다저스전에서 4이닝 7실점을 기록했고 직전 등판이던 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는 4이닝 7자책 9실점을 기록했다. 당연히 양키스는 해당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광배근 부상으로 올시즌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한 세베리노는 지난 5월 22일 복귀했고 복귀 첫 2경기에서 11.1이닝 2자책,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두 번째 등판에서는 6.2이닝 1자책 퀄리티스타트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6월 25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한 차례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것을 제외하면 매 경기 부진의 연속이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1994년생 우완 세베리노는 원래 최고의 기대주였다. 2011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양키스에 입단한 세베리노는 특급 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고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2015년 초에는 전체 30위권 유망주 평가까지 받았다.
2015년 데뷔한 세베리노는 데뷔시즌 11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비록 2년차 시즌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2경기(11GS) 3승 8패, 평균자책점 5.83으로 부진했지만 3년차 시즌에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2017년 31경기에 선발등판해 193.1이닝을 투구하며 14승 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2018시즌에도 32경기 191.1이닝, 19승 8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해 역시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9위를 기록했다.
다나카 마사히로가 기복을 겪고 C.C. 사바시아가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기에 화려하게 기량을 꽃피운 세베리노는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핀 스트라이프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비슷한 또래의 애런 저지, 개리 산체스(현 SD), 그렉 버드 등과 함께 양키스의 '뉴 코어4'로 불리며 양키스에 다시 영광의 시간을 가져올 핵심 선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세베리노는 2019년 어깨 부상을 당하며 단 3경기 등판에 그쳤고 2020년에는 토미존 수술까지 받았다. 2021시즌 막바지에 수술에서 복귀한 세베리노는 지난해에도 광배근 부상을 겪으며 19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해 세베리노는 102이닝을 투구하며 7승 3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건강만 지켰다면 더 좋은 성적을 썼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건강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량까지도 완전히 잃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세베리노는 그야말로 최악의 공을 던지고 있다. 구속을 제외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실제 성적도 리그 최악 수준인 세베리노는 심지어 기대지표가 실제 성적보다도 훨씬 나쁘다. 지금의 성적조차도 '운이 따라준 결과'다.
세베리노는 평균 시속 96마일 이상의 하이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며 휘어나가는 슬라이더,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투수. 핵심은 역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조합이다.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넘나들어야 모든 피칭 전략이 완성이 된다. 슬라이더는 세베리노가 가진 최고의 결정구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슬라이더가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원래 리그 최상위권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였지만 올시즌 세베리노의 슬라이더는 변화각이 평범한 수준이 됐고 구속은 떨어졌다. 제구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헛스윙 유도가 크게 줄었다. 원래 30% 중반 이상의 헛스윙 유도율을 보이던 슬라이더가 올시즌에는 헛스윙 유도율이 겨우 20%를 넘기는 수준이 됐다. 슬라이더에 자신감을 잃은 세베리노는 포심+체인지업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슬라이더의 몰락과 함께 탈삼진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시즌은 세베리노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최고의 2년을 보낸 뒤 2019시즌을 앞두고 맺은 5년 5,225만 달러 연장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시즌 종료 후 FA 시장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베리노는 데뷔 후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우승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양키스는 지금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연장계약 후 한 시즌도 제대로 건강을 유지하지 못했고 올해는 처참한 성적까지 쓰고 있는 세베리노의 손을 굳이 잡을 이유가 없다. 어쩌면 올시즌은 세베리노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양키스의 '뉴 코어4'는 절반이 팀을 떠났다. 산체스는 2020-2021시즌 부진한 끝에 2022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데뷔시즌 이후 꾸준히 부상에 시달린 버드는 2019시즌이 끝난 뒤 방출돼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양키스 산하로 돌아왔지만 또 부진한 뒤 결국 다시 방출됐다. 지금은 사실상 그라운드를 떠난 상태다. 4인방 중 가장 성공한 저지는 지난해 MVP를 수상한 뒤 특급 FA 계약을 맺으며 잔류해 데릭 지터 이후 첫 공식 '캡틴'이 됐다.
현재 세베리노는 저지보다는 산체스와 버드의 길에 훨씬 더 가까워진 상태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세베리노 역시 이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양키스 에이스로 특급 기대를 받았던 세베리노가 후반기 반전을 이뤄내며 다시 핀 스트라이프의 핵심 멤버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루이스 세베리노)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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