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 당신의 발은 안녕한가요?

김지윤 기자 2023. 7.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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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슬리퍼 충격 흡수 어려운 신발 피하고
각질제거·발 전용 샴푸·자외선 차단제로 관리
물놀이 등 외부 활동이 많고 자외선이 강한 여름에는 특히 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뒤꿈치가 없는 샌들, 슬리퍼 등의 신발은 발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허리 통증과 디스크까지 유발할 수도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발이야말로 인체공학상 최대의 걸작이자 최고의 예술품”이라 극찬했지만, 여름을 맞아 민낯을 드러낸 현대인의 발은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다. 무관심 속에서 혹사당한 발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렵지 않다. 꾸준한 관리, 소소한 정성, 약간의 투자면 충분하다.

■ 그만 떠나줘, 제발

무더위와 함께 두 발에 찾아오는 불청객, 각질이다. 통상 자연스럽게 생겼다 사라지는 각질은 외부의 이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고,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피부 보호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강렬한 자외선 아래 맨발로 신발을 착용하는 일이 빈번한 여름철에는 건조함과 물리적 자극이 더해지면서 평소보다 두꺼운 각질층이 형성되곤 한다.

각질이 두꺼워지면 수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뒤꿈치와 발바닥이 갈라지는 현상인 발뒤꿈치 각화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 물집 등과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일정 주기를 두고 전용 스크럽 혹은 각질 제거기를 통해 벗겨내는 것이 좋다. 손톱이나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자칫하면 상처를 내기 쉽고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음으로 지양해야 한다.

힘 조절도 중요하다. 필요 이상의 강한 자극은 유익한 각질까지 제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각질을 제거한 후에는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수다. 발 전용 크림이나 유분이 많은 보습 로션 등을 바른 뒤 15~20분 정도 마사지해 주면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부드러운 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발관리의 최선은 청결이다.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에는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말려 물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쾌한 냄새와 가려움을 동반한 무좀 역시 여름철 단골손님이다. 무좀균은 틈을 주지 않는다. 고온다습의 환경이라면 소리 없이 빠르게 파고든다. 무심코 걸은 바닷가의 모래사장, 맨발의 군중이 몰리는 워터파크나 수영장은 무좀균의 천국이다. 최근에는 발톱 관리(페디큐어) 중 옮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공공의 장소에서는 가급적 신발과 양말을 벗지 않고, 수건을 포함해 개인 물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선의 예방법은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에는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말려 물기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발에 열과 땀이 많다면 여분의 양말을 챙겨 눅눅해지기 전 갈아신는 것이 좋다.

방찬일 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는 “물놀이 등 공공장소를 찾는 일이 많은 여름철에는 발톱은 일자로 자르는 것이 외상의 위험을 낮춘다”며 “무좀과 같은 피부 증상이 심하다면 신발 한 켤레를 매일 신기보다는 월·수·금요일과 화·목·토요일로 나눠 번갈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간혹 식초를 탄 물에 발을 담그는 등의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람에 따라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각고의 노력에도 무좀 증상이 발견됐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도록 한다. 무좀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발톱에 균이 침투해 봉와직염과 같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심할 경우 괴사 증세 등으로 입원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증세가 완화됐다고 섣부르게 자축해서도 안 된다. 무좀은 장기간 인내가 필요한 질환이다.

여름철 신발을 고를 때에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뒤꿈치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없는 샌들이나 슬리퍼 등은 발 전체를 고정해주지 못해 보행 시 발목에 무리를 준다.
고무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레인부츠 역시 신다 보면 무게감에 뒤꿈치를 끌며 걷거나 뒤뚱뒤뚱 걷게 되면서 신체에 무리가 간다.

■ 이런 신발, 피해야 한다

외부 방어에 성공했다면 이번엔 속을 들여다볼 차례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체 환자표본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족저근막염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7~9월 사이다. 족저근막염은 말 그대로 발바닥 근막이 손상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여름철 야외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데다 샌들, 슬리퍼 등 보행 시 충격 흡수가 어려운 신발을 자주 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편리함은 찰나지만 고통은 길다. 특히 여름철 신발을 고를 때에는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까닭이다. 뒤꿈치를 고정해주는 장치가 없는 샌들이나 슬리퍼, 일명 조리로 불리는 플립플롭은 발 전체를 고정해주지 못해 보행 시 발목에 무리를 준다. 코르크 샌들처럼 밑창이 딱딱한 신발 또한 발꿈치,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지면을 밟게 되면서 압력을 분산시키는 정상 보행을 방해해 발목, 무릎, 종아리, 골반, 허리 등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레인부츠는 비를 피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발 건강의 측면에서는 ‘비추’ 제품이다. 고무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레인부츠를 신다 보면 무게감에 뒤꿈치를 끌며 걷거나 뒤뚱뒤뚱 걷게 되면서 신체에 무리가 간다. 습함이 주는 피부병은 덤이다.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하이힐 역시 발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뒷굽이 높은 신발을 신으면 앞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의 중심을 뒤로 두게 되고 이로 인해 배와 가슴은 앞으로 나오며 엉덩이와 허리는 뒤로 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는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증가시켜 허리 통증 및 허리디스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박진경 정형외과 전문의는 “의외로 발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픈 발을 계속 방치하다 보면 다른 합병증이 추가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 국민건강지식센터는 “발목과 무릎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4cm 정도 굽높이에 적당한 쿠션이 있는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발의 앞볼이 눌리지 않도록 신었을 때 가장 긴 발가락보다 1cm 정도 여유가 있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그럼에도 패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샌들의 경우 발을 감싸고 뒷부분엔 끈이 있는 부드러운 재질로 선택하고, 신발 바닥이 발 아치를 받쳐주는지 확인한다. 레인부츠 역시 착용 시 땀 흡수력이 좋은 면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착용 후에는 탈취제나 건조제를 이용해 신발 내부를 충분히 건조시켜야 한다.

족부 및 발목 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미국의 의료협회 ACFAS는 “발등이나 발바닥의 피부는 자외선에 취약하다”며 “갑작스럽게 햇볕을 쬐게 되면 손상을 입은 발의 피부가 흑색종 및 기타 피부암의 위험 인자로 발현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빼앗긴 내 발의 호사

최근 출시 5년 만에 뜻밖의 용도로 주목받은 제품이 있다. LG생활건강의 ‘온더바디 발을 씻자 코튼 풋 샴푸’다. 해당 제품은 발을 씻을 때 세면대에 발을 올리거나 허리를 굽혀 손으로 문지르는 과정을 귀찮아 하거나 불편해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 개발됐다. 당연히 사용법도 간단하다. 스프레이에 담긴 마이크로 거품을 분사해 양발로 비비고 물로 헹궈주면 끝이다. 업체 측은 “항균 성분이 포함된 거품이 발 구석구석에 있는 세균을 씻어내고 특허받은 향료가 냄새를 잡아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찌든 때가 묻은 주방, 냄새 나는 화장실 등을 청소할 때도 특유의 세정력이 빛을 발한다는 사용 후기가 온라인에 쏟아지며 ‘원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커지자 LG생활건강 측은 “제품의 유해물질 분석, 피부 자극 테스트를 거친 제품이지만 풋 샴푸 용도에 맞는 인체 시험과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발을 씻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은 26개의 뼈, 32개의 근육과 힘줄, 107개의 인대로 몸무게의 98%를 지탱하며 삶의 무게를 견뎌왔다.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발은 호사는커녕 기회를 빼앗겼다. 고생한 내 발을 위해 할 수 있는 위로,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족부 및 발목 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미국의 의료협회 ACFAS는 “발등이나 발바닥의 피부는 자외선에 취약하다”며 “갑작스럽게 햇볕을 쬐게 되면 손상을 입은 발의 피부가 흑색종 및 기타 피부암의 위험 인자로 발현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얼굴과 마찬가지로 발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최소 SPF30 이상인 제품이 좋다. 더불어 장시간의 햇볕 노출로 화상을 입었거나 발에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발을 아껴주고 싶다면 발 전용 제품을 활용해 봐도 좋겠다. 앞서 언급한 풋 샴푸를 비롯해 풋 마스크, 풋 스프레이, 풋 릴렉싱 제품 등이 판매 중이다.

주로 양말처럼 신고 벗는 형태로 제작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풋 마스크팩은 묵은 각질을 매끈하게 관리해주고 지친 발을 편안하게 진정, 보습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종아리, 발목, 발바닥에 부착하는 쿨링 시트나 발 체온을 상승시켜 땀과 노폐물을 흡수하는 풋 릴렉싱 제품 역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잠들기 전 또는 휴식을 취할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고 부기를 진정시키는 마사지를 겸하면 금상첨화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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