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포르셰·벤츠 6개월마다 바꿔 탄다… 車 구독 ‘트라이브’
400여대 보유… 93% 가동에 재구독률 75%
“요즘에는 자동차를 구입하기보다 다양한 차를 경험해보려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트라이브는 이런 분들에게 차량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여러 차종의 장점을 충분히 확인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전민수 트라이브 대표는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에서 근무하던 2014년, 지인의 권유로 인도 소재 정보통신(IT) 스타트업 기나소프트에서 일하게 됐다. 기나소프트는 인도에서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기나소프트에서 자동차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체감한 그는 2016년 창업을 결정했다.
창업 초기 전 대표는 신차 시세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딜러를 연결하는 사업을 운영했다. 소비자들이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신차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소비행태를 체감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 대표는 2018년 4월 자동차 구독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했다. 차를 사고파는 주기가 5~10년에서 2~3년으로 짧아지는 것을 확인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6개월간 투자유치에 실패하면 사업을 접을 생각이었으나 그해 12월 31일 현대차로부터 시드(seed)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듬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트라이브 출시 3년만인 지난해 회사 매출은 107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14억 대비 8배 수준이다. 현대차와 해시드, 디캠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 다양한 곳에서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유치액은 85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트라이브 본사에서 전 대표를 만났다.
-어쩌다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자동차 관련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됐나.
“2014년 7월 친분이 있었던 한 지인이 기나소프트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기나소프트는 인도의 엔카(중고차 매매 플랫폼)와 같은 기업으로,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자동차 구매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2016년 창업 당시에는 한국 고객의 소비행태를 잘 몰랐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자상거래가 잘 발달해 있었고, 온라인으로 수집한 견적서를 기반으로 딜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이 잘 됐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사업이 유지되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던 차에 구독경제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해외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방식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자동차 구매 주기가 5~10년에서 2~3년으로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구독 형태가 자동차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고 보고 2018년 4월 사업을 전환하기로 했다. 6개월 이내에 투자유치를 못 하면 사업을 접을 계획이었는데, 그해 12월 31일 현대자동차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리스(lease·임대)나 장기 렌터카와의 차별점은.
“묶여있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리스나 장기 렌터카는 평균 계약 기간이 36개월이다. 중간에 새로운 차로 바꾸거나 계약을 종료하고 싶어도 잔여기간만큼 위약금을 내야 한다. 보증금 선납 제도가 있어 이용료와 별도로 상당한 금액을 초기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트라이브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고, 6개월만 타면 계약 취소 혹은 변경이 자유롭다. 보증금 등 초기비용도 없다.
트라이브에서는 차량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차량이 고장 나거나 세차가 필요할 경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수리는 전문 기술자가 차를 직접 끌고 가서 수리한 후 탁송해주는 방식으로, 세차는 고객이 지정한 장소로 출장세차 업체를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차량을 구독하면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한 달 이용료는 어느 정도인가.
“구독료는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매달 100만원 안팎이다. 현재 벤츠 E300 아방가르드(2019년형)는 월 139만원, 아우디 A3(2018년형)은 월 79만원으로 계약할 수 있다. 자동차 보험은 고객이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트라이브를 통해서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7개 회사와 계약할 수 있다.
트라이브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증가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2만8000명으로, 30~40대가 대부분이다. 평균 구독기간은 9개월, 재구독률은 75%다. 차량 대여 외에 세차나 수리 등 트라이브에서 제공하는 관리서비스를 좋게 봐주시고 차량 구독을 연장하는 분들이 많다.”
-트라이브에서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몇 대인가.
“현재 제네시스나 벤츠, BMW, 포르셰 등 고급 브랜드 차종을 중심으로 4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93%는 가동 중이다. 수요가 많다 보니 대여기간 종료를 앞둔 차에 예약을 걸어놓은 고객도 있다. 트라이브 앱에서는 가동 중인 차를 미리 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1대당 평균 8개의 찜을 얻는다.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맞춰 올해는 보유 차량을 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렌터카 업체 등 다른 회사와 제휴해 차량을 빌려주는 ‘커넥트’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에만 커넥트 차량을 100대 이상 증차하려고 생각 중이다.”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창업 3년 차부터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가 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3명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인재를 구하지 못해 한참을 고생하다가 한 명은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조금씩 투자를 받으면서 인원을 충원했고 개발자도 뽑을 수 있었다. 상황이 개선되면서 공동 대표인 이현복 대표도 모셔올 수 있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는 유사 서비스를 내놓는 업체가 생겨나 부침을 겪었다. 사업 초기에 협업을 제안했던 한 회사에서 한창 논의를 진행하던 중 트라이브를 본떠 만든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도 있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경쟁사가 늘면 차량 구독 시장이 함께 커지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재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의 경영 실적은.
“매출은 2021년 14억원에서 지난해 107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직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재무제표상 EBITDA(이자비용·세금·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누적투자유치액은 85억원이다. 시드 투자를 해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해시드,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 다양한 곳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최근 자동차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 관리 서비스인 ‘케어플러스’를 출시했다. 매달 6만~8만원을 내면 출장세차나 탁송 점검, 정비 상담 등을 제공해 준다. 단기적으로는 케어플러스 고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트라이브를 차량 구독 상품에서 관리·구매까지 이어지는 중고차 토탈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차량과 관련된 금융, 보험, 수리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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