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의 두 얼굴]③ "태워서 발전" "MDF 만들어야" 목재 두고 집안 싸움, 이럴 일인가

김형준 2023. 7.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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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발전사들도 갸우뚱, 기로에 선 바이오매스
지난달 2일 전북 군산시 한 발전사에 목재펠릿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진입하고 있다. 군산=김형준 기자
"유연탄·목재펠릿 혼소(混燒·두 종류 이상 원료 연소) 발전 설비를 바이오매스 전소(專燒·한 개 원료 연소)로 바꾸겠다."
-박준영 SGC에너지 대표

전북 군산시 새만금산업단지에서 바이오혼소발전 사업을 하는 SGC에너지와 한화에너지, OCI SE는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입산 목재펠릿(우드칩을 압축·가공한 제품)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일몰에 합의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이오매스 발전에 쓰이는 목재펠릿을 수입산 대신 국내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 발전', '친환경 발전 전환' 등으로 포장된 이 발전사들의 계획을 접한 군산지역 내 상공인들은 선뜻 박수 치지 못했다. 아직 나무를 태우는 방식의 바이오매스의 대안도 못 찾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발전사들의 약속이 지역 내 목재사들은 물론 이 발전사들이 속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라서다. 이때부터 국산 목재 활용 확대는커녕 수입산 목재를 서로 가져가려고 경쟁만 더 치열해졌다는 게 이곳 상공인들 얘기다.


바이오매스 발전 확산에...소리 없는 집안싸움

군산·익산지역 소재 주요 발전·목재사

목재펠릿 확보 경쟁은 서로 다른 산업군 사이의 다툼을 넘어 소리 없는 집안싸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7일 군산지역 상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약을 맺고 1년이 훨씬 넘도록 ①지역 내 기업 간 목재수급 불균형을 비롯해 ②바이오매스 발전사를 둔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군산 지역만 놓고 봐도 OCI그룹 내 에너지사인 SGC에너지와 OCI SE가 목재펠릿을 대량 구매해 활발히 발전에 활용하는 사이, 가구 및 인테리어 전반에 사용되는 중밀도섬유판(MDF)과 나무를 활용한 마루 등을 만드는 같은 그룹 내 유니드비티플러스는 목재를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OCI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우드펠릿 50% 혼소 허가를 받은 OCI SE는 여전히 석탄과 우드펠릿을 절반씩 섞어 발전을 진행 중인데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펠릿을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최근 수년 사이 목재 가격까지 뛰면서 2025년까지 국산 목재로 대체하고 전소 발전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협약 실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줘 온 한화그룹도 머리가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한화에너지 군산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을 통해 REC를 발급받아 수익성을 높이고는 있지만 정작 바이오매스 발전이 그룹 내에서 태양광 제조 및 발전시설 시공 사업을 펼치는 한화큐셀의 사업 확대 기회를 갉아먹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 사정을 잘 아는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바이오매스를 택한 건 '석탄 사용을 줄이자'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며 "나무를 태우는 방식도 탄소를 배출하게 돼 발전사들이 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가공품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로만 발전"

지난달 2일 전북 익산시 한솔홈데코 목재 야적장에 쌓인 재사용 가능 폐목재. 익산=김형준 기자
지난달 2일 전북 익산시 한솔홈데코 목재 야적장에 쌓인 사용 불가능한 폐목재. 한솔홈데코에서는 이 같은 폐기물만 발전에 활용한다. 익산=김형준 기자

목재 가공업을 주업으로 삼다가 10년 전부터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까지 부업으로 삼고 있는 한솔홈데코는 나름대로 해답을 찾았다. 이곳 관계자들 역시 목재 구하기는 어려워지는 와중에 바이오매스 발전 수익은 쏠쏠해지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긴 매한가지이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국내 목재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가급적 파티클보드(PB)나 MDF 제품을 먼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오원 한솔홈데코 익산공장장은 "가급적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만든 뒤 최종적으로 남은 부산물을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가져가는 게 옳다고 본다"며 "폐목재를 활용해 발전기 터빈을 돌리고 여기에 사용된 스팀의 90%를 회수해 MDF 등을 만들 때 재사용하는 구조라 친환경 강화마루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 원료로 제품을 한 번 더 만드는 게 탄소중립에 이바지하는 길인지 태워서 발전하는 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인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


대체 바이오매스 연료 찾기 시급

지난달 2일 전북 군산시 한 발전사 앞에 목재펠릿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정차돼 있다. 군산=김형준 기자

발전업계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림청, 농림부, 환경부 등 유관 부처는 물론 발전업계와 협력해 국산 유기성 폐자원 등을 발전연료로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자원화 후보는 하수슬러지, 버섯폐배지, 과수전정목, 커피찌꺼기, 농업바이오 등이 꼽힌다. 다만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수입산 목재펠릿에 대한 REC 일몰이 당장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임용훈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과 교수는 "탄소를 먹어가며 빠르게 자라는 식물을 개량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체 바이오매스 연료를 찾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석탄발전사들의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 딜레마 해소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원목을 사들여 바이오매스 발전에 사용하는 방식보다 국내산 미이용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국내산 미이용 폐목재 또한 국내 기업들에는 필수 원료가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유지해야 한다면 목재 이외의 폐기물을 태워 발전하는 방향이 올바르다"고 했다.

군산·익산=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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