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점유율 1위 광물 33개… 中, 자원 무기로 서방 위협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중국 대응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 (웨이젠궈 전(前)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회장)
“이제는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편승한 이들에 대한 희토류 공급에 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중국이 잇따라 광물 수출 통제 확전을 시사하면서 미·중 자원 전쟁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한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통제 대상 광물을 희토류와 흑연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세계 광물 수급을 틀어쥔 중국이 수출 통제 광물을 하나하나 추가할 때마다 전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광물 시장 장악한 중국
7일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5종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시장 1위(2016~2020년 기준)인 광물은 3분의 2에 가까운 33종에 달한다. 특히 희토류 중에서 원자 번호가 높고 무거우며 비싼 중(重) 희토류인 테르븀·디스프로슘·에르븀·루테튬 등 10종은 중국이 100% 장악하고 있다. 네오디뮴을 비롯해 란타늄, 세륨 등 경(輕) 희토류 5종도 세계시장의 85%가 중국 몫이다.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세계 희토류 생산이 달렸다 보니 다음 보복 카드로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터빈 등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을 비롯해 석유화학 촉매와 렌즈 가공, 의료용 등에 주로 쓰인다.
희토류와 함께 중국의 다음 카드로 꼽히는 천연 흑연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67%에 이른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이 희토류와 흑연의 수출을 막으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기차 생산 대란’이 예상된다.
이미 다음 달부터 수출 제한 조치를 공식화한 갈륨(94%)과 게르마늄(83%)도 중국의 지배력이 강한 품목들이다. 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 LED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이고,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소재로 활용된다. 마그네슘(91%)과 실리콘 메탈(76%) 등 중국의 지배력이 강한 광물은 이 밖에도 많다.
세계 4위인 넓은 국토 면적, 인도와 1, 2위를 다투는 많은 인구, 공산주의 국가 특유의 통제력 등 다른 나라가 갖추기 어려운 조건들 덕에 중국은 세계 광물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빠르게 확보했고, 글로벌 각국은 여기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장량에서는 전 세계의 15%에 불과하면서도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천연 흑연과 같이 부존 자원은 다소 부족해도 대규모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광물 수급을 틀어쥐게 됐다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중국은 풍부한 자원과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다른 나라에서는 경제성이나 환경 문제로 포기한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면서 공급망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광물 수입처 다각화 빨리 나서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이 주력 수출 품목인 우리나라로서도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천연 흑연, 인조 흑연의 93% 이상, 수산화리튬의 87.9%, 영구자석의 87.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이후 각 분야에서 수입처 다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비가 싸고, 수급이 쉽다는 장점에 발목이 잡히면서 중국 의존도는 여전한 형편이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우리는 인조 흑연 수요의 93%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일본은 인도, 브라질, 호주 등에 광산을 확보하고 전체의 3분의 1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며 “다변화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보복 카드가 경고용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옐런 장관 방중에 맞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중국의 수출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레드오션도 누군간 1등을 한다, 100만대 팔린 스팀다리미의 비결
- 핵도 성공했는데…이스라엘은 왜 전투기 개발에는 실패했나 [영상]
- “보석같은 미일 동맹”....트럼프, 국빈 초청받은 일 왕궁서 최고의 찬사
- 11월 만든 구룡포 과메기 산지 직송, 쌈세트 포함 4마리 1만원대 공구
- 정치력 얻은 머스크, 오픈AI 때리는데 MS까지 함께 친다
- 박진 “동맹은 돈 아닌 가치, 한국은 ‘머니 머신’ 아니다”
- 尹 대통령, 아태 청년 지원 'APEC 미래번영기금' 설립 제안
- “Korea’s defense industry now proposes new approaches we can learn from,” says Lockheed Martin
- “우크라전 조력자 中에 반격”...나토 항모들, 美 공백 메우러 아·태로
- 무릎 부상 장기화된 조규성, 오랜만에 전한 근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