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근본적 쇄신이 필요한 새마을금고
‘284조원, 1294곳, 2262만명’ 새마을금고의 총자산과 전체 금고, 이용 고객 수다. 총자산은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대구은행(67조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덩치로 보면 5대 시중은행에 이은 6위 규모다. 새마을금고는 경남 작은 시골 마을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신용조합이 확산하자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취지와 맞다고 판단해 1973년 새마을금고로 명칭을 바꾸고 중앙조직인 새마을금고연합회(2011년 새마을금고중앙회로 개칭)를 설립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새마을금고가 창설 60년을 맞은 올해 위기에 몰렸다. 연체율이 치솟고 수백억원대 대출채권 부실이 위기설로 불거지며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을 보인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처럼 위기가 순식간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SVB는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36시간 만에 420억달러(약 54조8500억원)의 자금이 스마트폰 뱅킹으로 빠져나가며 디지털 뱅크런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 이용자의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이날 새마을금고에서 직접 통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어 다음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을 언급하며 “소문을 믿지 말고 정부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새마을금고 사태 수습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자칫 부실이 심각해지면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연체율 관리 부실이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5년간 부동산 PF와 대체투자 비중을 높였는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지역 금고가 부동산 PF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나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 기관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연체율조차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중은행은 매월, 상호금융기관은 분기마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연체율을 외부에 공개하는데,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가 반기마다 경영공시를 하는 게 전부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며 5대 시중은행을 위협하던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털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후진적 지배구조와 관리 부실 얘기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과 개별 금고 이사장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지역 금고 이사장은 중앙회장을 선출하기 때문에 상호 권력 보호 관계를 갖는다. 마치 봉건제도 같은 지배구조 시스템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차적으로 감독을 하는데 이런 시스템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지배구조의 문제다.
감독 체계에서도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농협·수협·신협 등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금감원은 이 기관들에 수시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강도 검사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소관이라 금감원이 직접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 금융 당국의 막대한 인력이 촘촘하게 감시하고 관리해도 부족한 게 금융 부문인데,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행안부 담당 인력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전문성도 떨어진다.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관리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대응단’을 꾸려 새마을금고 사태 관련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배구조 개편과 감독 체계 변경에 나서야 한다. 새마을금고의 근간이 되는 새마을금고법을 뜯어고칠 때가 됐다. 새마을금고가 ‘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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