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조' 그린산업 초호황기 온다…지금 주목할 배터리 기업은?
"그린산업은 앞으로 10년 간 초호황을 누릴 겁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 그린산업 전문가로 통하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산업 전망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선언적 캠페인에 그쳤던 탄소중립 목표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추산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향후 10년 간 각각 1조달러(1300조원) 이상의 보조금이 그린산업에 뿌려질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 기조와 함께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2차전지에 투자한다면 주가가 많이 오른 소재보다 주가가 덜 오른 셀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라는 미국의 보조금이 시작되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조 단위 이익이 추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오시면 인터퓨 풀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그린산업은 한때 주요 테마로 주목 받았다가 지금은 소외된 느낌인데요. 연구원님이 최근 리포트에서 앞으로 그린산업 최대 호황이 시작된다고 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병화 연구원 : 그린산업에 대한 기대는 아마 주린이(주식 입문자)분들이 많이 하셨을 겁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유동성이 많이 들어오고 그린산업 관련주들은 10배씩 올랐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랬어요.
큰 흐름상으로 보면 그린산업의 전성기는 이미 코로나19 시기부터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앞으로 10년 간 진짜 호황기가 온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각 국가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탄소중립 시대로 반드시 가야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이 됐다는 거죠. 이를 위한 정책으로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만들었고요. 그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EU(유럽연합)에서는 30~40%에 달했던 러시아산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죠. 그래서 나온게 리파워(REpowerEU) 정책입니다. 이 두 가지 정책이 확정되면서 이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로 들어간다는 거죠.
Q.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 정책 규모는 어느정도 인가요?
▶현재 추산으로는 향후 10년 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1조달러 이상의 보조금이 그린산업에 뿌려질 거 같습니다. IRA의 경우 풍력, 태양광, 수소, 원전 등 순서로 보조금이 뿌려지고요. IRA가 이전의 지원법과 다른 점은 그린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공장을 짓는데 보조금을 준다는 겁니다. 배터리 업체들에는 생산량에 비례해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많은 공장들이 미국에 세워지고 있어요.
리파워 계획은 2030년까지 유럽 내의 전력을 대부분 풍력과 태양광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를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건데요. IRA와는 달리 보조금을 주는 건 없어요. 그래서 EU도 부랴부랴 넷제로 인더스트리액트라는 걸 발표했는데 IRA와 내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풍력, 태양광, 수소, 전력망 등 이런 업체들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가 될 것 같아요.
Q. 근본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한데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건 가능할까요?
▶이미 여러 국가들이 증명하고 있어요. EU 같은 경우는 국가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조금 다른데 독일은 50%가 넘었어요. 독일의 2030년 목표는 재생에너지를 80% 이상 사용하는 거고요. EU 전체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5% 달성하는 것으로 입법화했습니다. 이건 글로벌 전체 트렌드이고 오히려 우리나라가 늦은 편이죠.
Q. 내년 미국 대선이 IRA 등 친환경 정책을 지속하는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만약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그린산업 주가가 흔들릴 순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일 거라고 봐요. 과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 그린산업 관련주들이 많이 하락했는데 금세 반등했어요.
공화당이 집권하면 완성차 연비 규제 완화 등의 조치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순 있어요. 트럼프때도 연비 규제를 없애면서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2년 간 역성장했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IRA는 입법화했기 때문에 이걸 바꾸려면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장악해야 하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IRA로 혜택을 받는 지역들은 대개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공업지역일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미국에서 대선 변수로 그린산업 섹터에 변동성이 생긴다면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전기차와 배터리만 놓고 보면 미국, 유럽, 중국 중 어떤 시장이 가장 유망한가요?
▶당연히 미국이죠. 사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성장을 많이 못했어요. 트럼프가 연비 규제를 없애면서 2년 동안 전기차 판매가 역성장하기도 했고요. 그게 이제 바뀌면서 다시 성장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미국 전기차 성장률은 60~70%, 내년에도 40~50% 정도 될 거 같아요. 앞으로 3~4년 간 연평균 50% 이상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많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죠. 지금부터 2030년까지는 연평균 10~20%대 성장을 하고 그 이후에는 한자릿수 성장으로 줄어들 거예요. 그렇게 해도 2035년에 전기차 침투율 100% 달성이 가능합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도 그동안 엄청난 성장을 해 왔는데 앞으로 20~30% 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에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Q. 올해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크게 주목받았는데요. 지금 투자할만한 2차전지 기업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2차전지 밸류체인을 보면 소재 중에서도 양극재 업체들만 급등했고 다른 업체들은 올해 주가가 빠졌어요. 양극재 업체들과의 주가 갭이 너무 벌어진 걸 감안하면 양극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사 놓고 3~4년 기다리면 이익이 나겠죠.
지금은 소재 기업들보다 차라리 셀 업체들이 괜찮습니다. 셀 업체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것도 없고 실적도 좀 더 안정적이죠. 이제는 AMPC라는 미국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경우는 조 단위 이익이 꽂힙니다. 소재 업체들은 나중에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주목해 볼 수 있겠죠.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김윤희 PD realkim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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