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의대반 아닌 해커반… IT 범죄자 키운다
북한 대학생들이 한 미국 IT 기업이 주최한 프로그램 코딩대회에서 우승을 비롯해 1~4위 자리를 휩쓸었다. 북한은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외화 벌이가 어려워지자 그 대안으로 해킹과 신분을 위장한 뒤 IT 업무 수주 등에 매진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7일 “북한이 학생들의 해킹 능력을 이용해 암호 화폐 탈취와 금융 분야 해킹 등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미 IT 기업인 해커어스(HackerEarth)가 지난 5월 20~27일 개최한 코딩대회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약 1700명이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 김책공대 소속 학생들이 1·3·4위, 김일성종합대 학생이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가 지난달 개최한 대회에서도 상위 10명 중 4명(2·5·6·9위)이 북한 학생들이었다. 김책공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수상 소식을 알리며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에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경제난과 열악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IT와 해킹 인력 양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 북한이 재미를 본 담배 밀수, 위조지폐, 불법 마약 제조 같은 음성적 외화벌이 수단들이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해킹과 IT 인력 송출 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북한 학생들은 지난 2020년에도 전 세계 대학생 3만명이 참여하는 인터넷 프로그래밍 대회 ‘코드셰프’ 경연에서 6개월 연속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북한은 김책공대·김일성대·총참모부 산하 김일군사대 등을 중심으로 IT·해킹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선발된 수학·과학 영재들이 ‘해커 양성의 본산’이라 불리는 금성중학교 등에 진학해 일찌감치 프로그래밍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며 ‘사이버 전사’로 길러지는 구조다. ‘될성부른 떡잎’이면 중국·러시아 유학 기회도 주어지고, 대학 졸업 후엔 정찰총국 산하 조직인 라자루스·김수키 등에 진출해 연간 수조원의 암호 화폐를 해킹하며 핵·미사일 개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해커를 양성할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말고 실력 좋은 인재를 무조건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통에 따라 거주지, 직업 등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북한에서 실력에 따른 기용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 해커들의 실력이 세계 최고의 IT 인재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통할 수준이라 보고 있다. “창의력은 약하지만, 주어진 일을 빠르게 처리하거나 특정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정보를 훔쳐오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해킹 인력 상당수가 국적이나 신분을 위장해 전 세계 IT 기업들로부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상당의 일감을 수주하고 있어 한미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공조를 벌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가 공조해 북한의 암호 화폐 해킹 시도를 상당수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북한 해커들의 대응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북한 대학생들이 국제 코딩대회에서 약진한 것을 놓고 체제의 후진성과 비인도성을 드러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적성이나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는 과정 없이 자질이 보이면 바로 해커 양성 시스템에 집어넣는 것”이라며 “어려서부터 집중 투자를 하니 달인의 경지에 오르게 되지만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했다. 해킹 인력에 대한 당국의 감시와 실적 압박도 상당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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