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결핵·20세기 암과 에이즈를 잇는 우리 세대의 병은 ‘만성질환’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메건 오로크 지음 | 부키 | 440쪽 | 1만9000원
현대 의학 기술 발전은 질병을 몰아낼 ‘해결사’로 여겨진다. 그러나 첨단 의료 이면엔, 검사를 해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거나 치료법을 몰라 고통을 홀로 짊어져야 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브레인 포그’ ‘심신 쇠약’ 같은 코로나 후유증이 주목받으며 원인 불명 증상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으나, 오랜 세월 증상을 호소해도 ‘예민한 성격 탓’ 등을 이유로 병을 인정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존재해왔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현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한 환자의 분투를 통해 누구나 이런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0년 동안 겪은 자신의 ‘보이지 않는 병’에 대해 썼다.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전기충격 같은 만성 통증과 발진 등 정체불명의 병에 시달렸다.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환자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의사들을 뒤로하고, 스스로 면역계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치유법을 시도하며 전문가들을 만난다. 그리고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보면서 이것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19세기의 결핵, 20세기의 암과 에이즈처럼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질병이 있다고 한다면, 이런 만성질환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병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병을 무찌르진 못했지만 몸을 관리하며 병과 함께 살아간다. “자신의 병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현실이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스테로이드나 항생제만이 아니다. 타인의 이해와 공감으로도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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