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방학 첫날이라도 늦잠 잘래요”… 주변 소리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뚝딱뚝딱’
조용희 청소기
김보라 지음·그림 | 창비 | 46쪽 | 1만5000원
얼마나 쉬고 싶었을까.
눈뜨면 학교, 수업 끝나면 피아노, 태권도, 밀린 숙제, 겨우 잠들면 또 학교…. 고단한 한 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을 맞은 8살 초등학생 조용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 밖으로 달려 나가는 중이다. “용희야, 축구 하고 가자!” “학원 알아보고 가세요!” 같이 놀다 가자는 친구들이나 학원 어른들 얘기도 다 못 들은 척, 용희는 달린다. 내일은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 첫날. 얼른 씻고 마음껏 늦잠 잘 생각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늦잠자기도 만만치 않다. ‘층간 소음 민원’ 아파트 안내 방송이 잠을 깨우고, ‘치익 치익’ 밥솥 소리, ‘부아앙’ 청소기 소리, ‘멍멍멍’ 강아지 소리까지 딱 하루만이라도 실컷 늦잠 자려던 계획을 훼방 놓는다.
“그렇다면 내게도 방법이 있지!” 종이, 은박접시, 호스 따위를 잔뜩 모아온 용희는 발명에 돌입한다. 이름하여 조용희 청소기! 주변 모든 소리를 빨아들여 늦잠을 보장해 줄 세상 하나뿐인 발명품을 용희는 과연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이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신인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그림책. 동글동글 귀여운 용희가 비밀요원이라도 된 듯 한껏 폼을 잡으며 주변 소리를 쏙쏙 빨아들일 땐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길가 차 소리, 귀 따가운 매미 소리까지 다 모으는 장면에선 텍스트를 시청각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세밀히 관찰한 동네 풍경도 생동감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난다.
꿀잠 자고 싶다고 세상 소리를 마냥 붙잡아 둘 수 만은 없는 일. 이야기 마지막에 용희는 의젓하게 결단을 내린다. 훈훈한 엔딩이다.
아이와 같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만의 멋진 청소기를 함께 만들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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