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서 더 사랑스러워” 이방인 눈으로 본 삼척
‘시내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사람을 압도하지 않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도시….’
서현숙(51) 삼척여고 교사는 최근 낸 에세이집 ‘변두리의 마음’(사계절)에서 삼척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저자는 국어 교사. 강원 영서 지방에서 줄곧 살다가 지난 2021년 삼척의 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속초나 강릉 등 인접 도시보다 개발 속도가 더딘 삼척에서 이방인의 감각으로 포착해낸 것들을 책으로 썼다. “골목을 걷다 발견하는 주인 없이 꽃만 핀 빈집이나 35년째 같은 자리에서 옥수수를 찌고 있는 시장 할머니, 운영이 중단된 마을 박물관과 기차역, 항만 공사로 본래 모습을 잃은 해변 등 아직 남아있지만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삼척의 관광지라 할만한 장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음이 살아있는’ 삼척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수업 중에 읽는 소설 내용과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이다. 저자는 “보통 한국의 열여덟 살들은 학교와 과외·학원·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하루에 지나치게 많은 말에 노출되다 보니, 여기에 질식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말을 성기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대도시에 비해 언어의 홍수에 떠밀리지 않는 삼척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건강함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낯선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것을 민감하고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며 “변두리에 있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나만의 삼척 이야기’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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