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휴식이라고? 그 생각, 깨부숴주마
곽아람 기자 2023. 7. 8. 03:28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인플루엔셜|300쪽|1만6800원
“그렇지만 상영아, 지네의 붉은 다리가 너무 아름답지 않니?”
가파도의 예술가 레지던시. 방에 지네가 나타나 혼비백산한 저자에게 소설가 김연수가 태연자약하게 말한다. 프랑스 시각예술가 줄리아는 벽에 붙은 지네가 기어가는 영상을 보여주며 얘기한다. “이 생명체의 움직임이 너무 아름다워 동영상으로 찍어놓았어.” 어안이 벙벙해진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나는 아름다움에 경도된 예술가들의 감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졌고,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 박상영의 에세이집. 특유의 입담으로 런던, 강릉, 전라도 광주 등을 누빈 여행의 기록을 엮었다. ‘여행=휴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저자는 묻는다. ‘여행은 환부를 꿰뚫어 통증을 잊게하는 침구술처럼 일상 한중간을 관통하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 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비일상이 예고하는 혼란과 불편을 각오하고서, 여행가방을 챙기는 휴가철의 당신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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