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마을금고에서 채권시장으로, 부동산PF 부실 확산 조짐
일부 새마을금고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조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PF는 증권사·저축은행·보험사·캐피털·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금융회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 130조원 중 비은행권이 86조원을 차지한다. 그런데 작년 이후 가파른 금리 상승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많은 곳이 부실화됐다. 금융 당국은 전국 3600여 개 부동산 PF 사업장 중 500곳 정도가 ‘부실 위험’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동산 PF는 여러 종류의 금융회사들이 연관된 곳이 많아 한 곳의 부실이 도미노처럼 금융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부동산 PF 대출액이 28조원에 이르는 증권업계 경우 부동산 PF 연체율이 15.9%에 달한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연체율은 20%에 육박한다. 부동산 PF 대출이 10조원이 넘는 저축은행도 연체율이 5%에 이른다. PF 사업장이 줄도산하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급격히 저하돼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처럼 뱅크런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집값 급락과 미분양 급증 탓에 100대 건설사 중 45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결국 저축은행 30곳이 문을 닫는 충격을 주었다.
채권 시장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6일 이틀간 2조여 원의 보유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 값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등 채권 시장이 경색될 조짐이 시작됐다. 주택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 PF 부실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대거 중단되면 3~5년 후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1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오는 9월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를 더 앞당기고 규모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 정리 작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민간 및 공공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금융회사의 대손 충당금 적립 확대를 더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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