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11] 나를 사랑하는 법
내가 투자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의 그림자에 가려져 2인자로 살았던 찰리 멍거에게 열광하게 된 건, 그의 특별한 사고체계 때문이었다. 그는 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고 싶을 때 그 기업이 파산하거나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부터 생각했다. 행복해지려면 불행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데 더 몰입했다. 이것이 그가 구축한 ‘거꾸로 사고법’이었다. 저녁형 인간이던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아침 5시 기상’이 아니라 ‘밤 10시 취침’ 챌린지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변화의 속도로 불안이 디폴트 값이 된 시대에 귀중한 삶의 기술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나를 ‘의도적으로’ 손님처럼 대접하고, 일 년에 몇 번 꺼내 쓰지 않는 가장 좋은 손님용 찻잔을 꺼내 나를 위해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다. 혹여 깨질까 봐 쓰지 못하는 걱정은 ‘나 자신’을 귀한 손님으로 환대하는 마음으로 덮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 미모, 명석함도 언젠가는 손님처럼 내 몸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박은옥의 노래 ‘양단 몇 마름’에는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보고/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라는 가사가 나온다. 예전 우리 할머니 세대들은 대체로 이런 삶을 사셨다. 보공(補空)은 관 속의 망인이 움직이지 않도록 채워 넣는 것을 말하는데 결국 가장 아끼던 좋은 옷은 보공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의 형편껏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중요하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대청소를 하고 이불과 베개를 깨끗이 빨아둔다. 그러면 여행에서 돌아가는 아쉬운 마음도 집에 들어선 순간 누그러든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두 팔을 벌려 집이 나를 환대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빳빳한 침구와 반듯한 책상 역시 이리저리 삶에서 구겨진 내 자존감을 다독이는 든든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이토록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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