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6000억… “바닥 찍었다”
삼성전자가 올 2분기(4~6월)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거뒀다는 잠정 실적을 7일 발표했다. 1분기(64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96% 하락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1조원 이하 영업이익을 낸 것은 14년 만으로,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저조한 성적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매출은 60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증권가 예상치(2000억원 안팎)는 상회했지만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4% 하락한 6만9900원을 기록하며, 한 달여 만에 다시 7만원 선이 무너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의 실적 부진을 거론하며 “인공지능(AI) 붐도 메모리 반도체의 슬럼프를 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LG전자는 2분기 89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주력인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가 늘고, 새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전자 장치) 사업의 호조 덕분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는 반도체 감산(減産)과 새 폴더블폰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소폭 개선, 스마트폰은 주춤
삼성전자가 오는 27일 최종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잠정 실적에선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이 1분기(-4조5800억원) 대비 일부 적자 폭을 줄여 4조원대 초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2분기에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늘었고, 가격 하락 폭이 완화된 데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차세대 D램 DDR5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분기에 ‘반도체의 빈자리’를 채우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던 스마트폰 사업도 2분기 비수기를 맞아 주춤했다. 갤럭시S23 시리즈의 신제품 효과가 감소하면서 전 분기 대비 1조원가량 떨어진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가전과 TV 사업은 여전히 글로벌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2023년형 신제품 출시와 에어컨 성수기를 맞아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일부 고객사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원가 절감 노력을 바탕으로 전 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4년 만의 저점을 지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하반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은 3분기에 삼성전자가 최소 3조원대 이상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화하고, 구원투수 역할을 할 ‘갤럭시Z플립·폴드5′가 이달 말 공개에 이어 다음 달 11일 시장에 조기 투입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주력인 D램 가격 하락세가 갈수록 진정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이 기존의 두 자릿수에서 벗어나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구형 반도체 제품(DDR4)은 재고가 여전하지만, 고가의 최첨단 신제품(HBM·DDR5)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HBM3를 이르면 9월 중 양산(量産)해 4분기에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줄곧 하락세인 D램 가격이 4분기부터는 반등해 삼성 반도체 부문의 적자 행진도 이르면 4분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적 개선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증권사들도 예상이 엇갈린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남대종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치를 상회하려면 DDR4 재고 처리와 가격 하락 폭 축소, 스마트폰 출하량 확대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LG는 가전, 전장 호조…역대 최대 매출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대신 TV·가전과 전장에 주력한 LG전자는 호실적을 이어갔다. 이날 LG전자는 고성능 가전제품의 판매 증가와 자동차 전장 수주 증가에 힘입어 역대 2분기 최대 매출인 19조9988억원의 잠정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역대 2분기 기준 둘째로 높은 8927억원이었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7%, 12.7% 증가한 수치다.
최근 폭염·장마로 제습기·에어컨 여름 제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고,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에너지 소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효율·친환경 가전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 부품사·완성차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전장 사업 부문도 빠르게 성장해, 올해 수주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구동 부품, 램프 등 3대 축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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