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이든 전이암이든, 완치할 수 있습니다”[생명을 살리는 수술]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기획
3기 이후 암은 완치 어려웠지만, 약물-수술법 개발돼 생존율 향상
방광암-전이암 등 치료 힘든 암… 항암치료로 세포 크기 줄여 수술
과거에 암은 사망 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혁신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일부 암을 제외하면 초기에 발견할 때의 생존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암 치료에서도 수술의 역할은 무척 크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만으로 완치에 가까워진다. 3기 말 혹은 4기에 발견하면 과거에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과거에 암 수술은 대부분 메스로 직접 절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내시경 수술에 이어 요즘에는 로봇 수술까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암 수술 현장을 들여다봤다.
●“고난도 암 수술도 척척”
방광암 수술은 특히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다. 방광은 물론이고 골반 림프샘까지 적출한다. 여기에 남자는 전립샘(전립선)과 정낭, 요도 일부까지 절제하며 여자는 자궁, 난소, 질, 요도 일부까지 들어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술 시간만 8∼10시간이 소요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4∼6시간으로 단축됐다.
7년 전, 당시 30세의 남성 A 씨가 방광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 출산을 원했다. 암을 제거하면서도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방광암 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도인 셈. 강 교수가 집도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암과의 투병을 이겨냈다. 2021년에는 그토록 원하던 아기도 얻었다.
강 교수는 91세의 고령자 수술도 성공한 바 있다. B 할머니는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강 교수가 보니 수술하지 않으면 2∼3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만 워낙 고령인지라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심폐기능을 비롯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강 교수는 환자의 나이를 고려해 로봇 수술을 결정했다. 이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B 할머니는 5년 동안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이다.
●말기-전이암도 수술 성공
암의 병기가 3기 말 이후라면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암 완치가 아닌 생명 유지가 사실상의 목표였다. 지금은 다르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 뒤 수술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6년 전 50대 남성 C 씨가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간과 폐로 전이됐다. 4기 암이었다. 암 진단을 내렸던 의사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C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C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다만 간과 폐는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먼저 암의 크기부터 줄여야 했다. 간과 폐의 암 덩어리를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암의 크기가 줄어들자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 C 씨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의 재발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재발성·전이성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30% 내외다. 김 교수는 이를 40%대로 끌어올렸다. 또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항문을 최대한 보존한다. 김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에 임한다”고 말했다.
●암에도 로봇 수술 적극 시도
이 방법으로 수술하면 흉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로봇팔이 입안으로 들어가 갑상샘만 정교하게 절제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도 손상되지 않는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입안 상처도 사라지고 목소리 변화도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의 장점에 대해 “정밀해서 좁은 부위의 수술이 가능하고, 의사의 손 떨림도 보정되며, 실제와 같은 3차원 입체 영상을 20∼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끝내고, 그 결과 통증과 흉터 크기를 줄여 빠르게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지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신경을 얼마나 더 살리느냐가 김 교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수술하는 도중에 후두 신경에 전기자극을 주고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김 교수는 D 씨 사례를 들려줬다.
D 씨는 갑상샘암이 1cm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암이 신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는 것. 이 경우 신경까지 도려내면 암은 제거할 수 있지만 목소리가 돌아올 확률은 50% 정도다. 김 교수는 신경 모니터링을 하면서 수술했고, 그 결과 3시간 만에 안전하게 암 덩어리만 제거했다.
●흉부종양 로봇 수술 세계 최고
흉부외과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의 도입이 무척 더딘 편이었다. 갈비뼈가 가로막고 있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로봇팔이 움직이는 데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흉부종양에도 로봇 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국내 흉부외과 의료진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가슴의 양쪽에 폐가 있다. 폐와 폐 사이에는 가슴샘(흉선)이 있는데, 이곳에 생긴 암을 흉선종이라고 한다. 이 경우 흉선을 제거해야 한다. 가슴뼈(흉골)의 중앙 부위를 목 아래에서부터 명치 부위까지 절개한 뒤 견인기로 벌려 수술 부위로 진입한다. 절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 후 통증이 심하며 회복 속도가 더디다.
2020년,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단 1개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통상 3, 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봇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도 보고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로봇 수술을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 교수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제작하는 글로벌 기업이 올 4월 고려대 구로병원에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세운 것이다.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을 하려는 전 세계 의사들은 이곳에서 김 교수에게 기술을 배우게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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