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으로만 가긴 아깝다…몰디브를 가야 할 7가지 이유
청록색 라군에서 모닝 스노클링하며
몰디브 아니 모히토 한 잔을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파도 소리에 잠이 깬다. 몰디브 북부 라아 환초에 있는 보더푸시섬. 침대에서 일어나 선크림을 바르고, 수영복을 입고, 오리발을 신고, 스노클 마스크를 착용하면 준비 끝! ‘모닝 스노클링’을 하러 갈 시간이다.
번거롭게 배를 타고 멀리 나갈 필요는 없다. 수상 가옥 형태의 독채로 돼 있는 리조트 방문을 열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면 된다. 기하학적 모양의 산호초, 이름부터 화려한 무지개 물고기, 노랑가오리와 매가오리, 암초 상어와 거북이까지…. ‘밤새 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신비로운 기분마저 든다.
그렇다고 인어공주가 된 것은 아니다. 인도양 바다를 향해 너무 멀리 헤엄쳐 나가지는 말자. 리조트에는 안전요원이 없다. 스노클링과 바다 수영을 즐기기에 시간도 공간도 제한이 없지만 그건 오직 나의 체력과 운이 허락하는 한에서다. 손을 뻗으면 물고기가 잡힐 것 같아도 잡으면 안 된다. 낚시와 취식은 금지다. 수영을 못 한다면 물가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된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너무 투명해 수면 아래 3m까지 훤히 보인다.
‘동방견문록’ 저자 마르코 폴로가 ‘인도양의 꽃’이라 부른 몰디브. 싱글이어도 좋고, 친구·가족과 함께해도 좋다. 몰디브를 가야 할 7가지 이유를 꼽았다.
(1)인도양의 꽃
몰디브 여행은 말레 공항 도착 30분 전 비행기 안에서 시작된다. 평소 복도석을 선호하는 승객이라도, 몰디브에 갈 땐 창가석에 앉도록 하자. 몰디브 관광 책자마다 나오는 항공샷. 내가 드론이 아닌 다음에야 비행기 안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인도양 중심부에 있는 몰디브는 1192개의 산호섬과 26개의 환초로 이중사슬을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도 환초와 섬으로 말한다. 160개 이상의 리조트는 1섬 1리조트다. 섬마다 각자의 개성으로 지어진 리조트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물 위에 떠 있는 꽃을 보는 듯하다. 본래 ‘몰디브’라는 이름도 산스크리트어로 ‘화관’(花冠)’이다. 때로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2)인공섬 위 수상비행장
몰디브 벨라나 국제공항은 수도 말레섬 바로 옆인 훌룰레섬에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적도 부근에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리조트에 가려면 또 하나의 공항을 거쳐야 한다. 차로 12분 정도 떨어진 훌후말레 섬에 있는 수상 비행장이다.
2000년에 개발된 인공섬에 지어진 곳. 비행장과 요트 선착장을 합쳐 놓은 식이다. 비행기가 물 위를 수상 스키처럼 미끄러져 이동하는 모습이 SF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대부분의 동남아 휴양지들이 오늘날 한국보다 과거를 여행하는 느낌이라면, 몰디브는 미래 도시의 휴양지로 다가온다.
빨간색 티켓 목적지에는 내가 갈 리조트 이름이 적혀 있다. 시간과 비행기 번호를 확인하고 탑승한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트랜스 몰디비안 에어웨이스(TMA)’. 몰디브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로 100개가 넘는 리조트로 가는 길목을 독점 계약하고 있다. 비행기 정원은 16명. 승무원은 기장과 부기장 단 두 명뿐이다. 탑승 전 직원은 귀마개를 나눠준다. ‘굳이?’라며 귀찮아 착용하지 않았다가는 이륙 즉시 후회한다. 해수면과 가깝게 날아 모든 장면을 촬영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소음이 심하기 때문이다. 앞에 앉은 조종사의 헤드셋이 탐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50분을 때로는 물 위를 미끄러지고, 때로는 하늘을 날다 리조트에 도착한다.
(3)섬에서 빛나는 이슬람 사원
리조트로 바로 가기 아쉽다면 수도 말레에서 도심 투어를 추천한다. 관광지가 몰려 있어 1시간이면 충분하다.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다. 아름다운 섬 위에 화려한 모스크가 빛난다. 가장 유명한 건물은 ‘이슬람 센터’.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말레 최대 사원으로 1984년에 지어졌다. 새하얀 벽과 금빛 돔이 태양을 받아 눈부시다.
말레 시민들은 이곳을 ‘그랜드 프라이데이 모스크’라고 부른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금요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656년에 지어진 ‘후쿠루미스키이’는 ‘오래된 금요일 사원’이다. 이 건물은 바닷속 산호를 몰디브 전통 건축 기법으로 퍼즐처럼 맞춰 쌓았다. 독특한 비주얼로 발길을 붙잡지만 미리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도시의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다닌다.
몰디브는 1968년 술탄제(이슬람의 정치 지도자)가 폐지되고 공화국으로 전환됐다. 도심에 있는 푸른색과 진한 분홍색 건물이 ‘물리아제’, 대통령 집무실이다. 인근에 있는 파란색 건물 ‘메두지야라이’는 무덤이다. 14세기쯤 몰디브에 이슬람을 전파한 모로코 학자 ‘아부 알 바라카아타 울 바바리’의 것이다. 술탄 궁이 있던 자리는 지금 ‘술탄 공원’이 됐다. 궁을 허물고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산호를 사용한 석조물, 손으로 쓴 코란, 왕실의 유적들을 볼 수 있다.
말레 섬은 1.9㎢. 서울시 동 1개 정도 면적이지만 인구는 10만명이 넘는다.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 ‘달걀처럼 꽉 찬 섬’이라 불린다. 좁은 길에 수많은 오토바이가 달린다.
(4)고립이 주는 해방감
리조트에 도착하면 객실당 배정된 집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한 체크아웃할 때까지 이 섬을 나올 수 없다. ‘답답하면 어떡하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리조트 안에는 허브 농장, 키즈 카페, 운동 센터, 요리 학원, 갤러리 등 모든 것이 존재한다. 작은 마을 같다. 마을보다 더 좋은 점도 있다. 고객이 범죄자로 돌변하지 않는 한, 외부 범죄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해변과 식당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섬 내부 이동은 자전거로 한다. 몰디브는 다른 휴양지에 비해 리조트당 수용 인원이 많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이 섬에 나 홀로 있는 느낌이 든다. 돈 주고 하는 ‘무인도 체험’ 같다.
특히 휴가 중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으로 고통받는 직장인이라면? 몰디브는 몇 안 되는 로밍 불가 지역이다. 객실과 식당엔 와이파이가 있지만, 해변가를 거닐 땐 전화가 울리지 않는다. 고립이 이런 해방감을 줄 줄이야.
(5)몰디브의 보물 ‘참치’
눈길이 닿는 곳마다 물고기가 보이니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것은 ‘참치’다. 수도 말레는 산스크리트어로 ‘큰 피 웅덩이’라는 뜻인데, 몰디브에 사는 사람들이 말레 섬에서 참치를 손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레시 수산시장에 가면 지금도 참치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참치는 몰디브가 자랑하는 수출 품목에 속한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등과 인접해 있다. 남아시아 중엔 잘사는 편이라 이민도 많이 오고, 음식 문화도 비슷하다. 커리 등의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를 많이 쓴다. 참치, 몰디브 고추, 판단잎, 샬롯, 커리잎, 카피르 라임 리프 등을 계란에 넣고 만든 것을 ‘몰디비안 오믈렛’이라고 한다. 독특한 향을 지닌 오믈렛이다.
향신료에 약한 사람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몰디브는 세계인이 오는 관광지, 식당도 한·중·일 관광객의 입맛에 맞춘 곳들이 많다. 몰디브 북부 무러밴드후 섬에 있는 ‘사오케(Saoke)’는 일본 출신 셰프 히데마사 야마모토가 운영하는 곳이다. 몰디브 참치로 만든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입구에 진열된 화려한 셀러에는 소주 ‘처음처럼’이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다.
(6)최신 트렌드의 웰빙
몰디브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신혼여행을 오고, 영국 배우 로지 헌팅턴이 휴가를 오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건강 유지법은 다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왓수(watsu)’다. 물(water)과 지압(shiatsu)의 합성어로, 미국인 치료사 해럴드 덜이 개발했다. 섭씨 35도 물이 채워진 수영장에 몸을 띄워놓고 치료사가 지압과 스트레칭을 도와준다. 매트에서 할 때보다 근육의 가용 범위가 넓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는 패들 테니스도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패들 테니스는 손잡이가 짧은 나무 채로 테니스장보다 작은 코트에서 경기한다. 스쿼시와 테니스를 합쳐 놓은 형태로 경기 속도가 훨씬 빠르다.
(7)해양 스포츠의 천국
몰디브에서 본전을 뽑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쉬지 않고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객실과 가까운 잔잔한 바다에는 패들 보드 위에 사람이 누워 있다. 바다 위에 튜브 형태의 트램펄린을 띄워놓고 방방 뛰는 사람도 있다. 그보다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 수상 스키와 다이빙을 즐긴다.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스노클링을 한다. 특히 몰디브 북부 라아 환초에는 다채로운 산호초와 청록색 라군(죽은 산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많아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에 완벽하다.
실컷 바다에서 놀다 팔다리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 새하얀 해변에 눕는다. 해변 근처 열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옆에는 거북이가 기어다닌다. 몰디브, 아니 모히토를 한 잔 시켰다. 바다 위로 보랏빛 석양이 진다. 그래, 이게 천국이지. 모로코 출신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말한 ‘세상의 경이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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